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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프린스 1호점 입구 모습



이번에 현상한 사진 중에 카페 사진이 들어 있길래 .. 시간이 좀 지난 일이긴 하지만 오픈한지 한 달 정도 된 카페
이야기를 잠깐..

[커피프린스1호점] 드라마를 꽤 재밌게 봤었다. 이대로 저 세트를 카페로 만들지 않을까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카페가 만들어 졌다. 원래 세트였던 옛 '오차드마마' 건물이 아니라 예전 '떼아뜨르 추' 자리였던 곳에 카페가 들어섰더라. 드라마 컨셉의 제대로된 카페가 실제로 있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정말로 그 이름 그대로 카페가 만들어 질 줄은 또 몰랐다. 하지만 드라마 촬영지였던 건물주와 좀 문제가 있어서 그 건물을 사용하진 못했다고 한다. 원래 드라마를 찍었던 자리에도 카페 영업을 하긴 하는데 영 어설픈 운영으로 문제가 많다는 소문이다.
 
내가 처음 찾아간 날은 10월의 어느날이었는데 우연히 길을 지나다 발견했다.(아래 사진을 찍은 건 한 참 뒤) 개업한지 3일째인가 되던 날이라 1층에는 아직 공사중이었고 그 때문에 상당히 시끄러웠다. 오픈한건지 안한건지 잘 모를정도로 어수선했다. 2층의 한 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라떼를 주문했는데 상당히 공손한 태도로 주문을 받는 종업원. 다들 드라마와 같은 복장으로 서 있었고 드라마와는 달리 프린스(?)와 프린세스(?)가 공존하고 있었다. BGM으로는 계속 드라마의 OST가 흐르고 천장에 설치된 모니터에선 드라마의 하일라이트가 방송되고 있었다. 손님이 나밖에 없었기에 천천히 가게를 감상할 여유가 있었다. 2층은 채 새건물 냄새가 가시지 않은터라 촛불을 켜서 냄새를 없에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파오기도 했다. 그래도 드라마속과 똑같은 인테리어는 아니라도 꽤나 비슷한 분위기를 살려가며 만들어 놓아서 드라마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꽤나 즐겁게 커피한잔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오는 라떼도 양은 물론이고 내가 좋아하는 묵직하고 큰 잔에 라테아트까지 곁들여 나왔다. 커피는 대 만족. 조금 있으니 공사중으로 너무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며 서비스로 꽃이 잔뜩 장식된 케잌 한 조각을 주었다. 커다란 접시에 정성스럽게 데코레이션을 한 케잌으로 공짜로 받아 먹기엔 미안할 정도로 힘을 준 케잌이었다. 나중에 몇 번 더 와서 케잌을 주문해봤지만 그냥 달랑 접시에만 담아 주는 게 아니라 이렇게 매번 장식을 해서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전에 들렀을 때는 옆 테이블에서 뭔가 드립커피를 주문했는지 바리스타가 직접 테이블에 와서 커피를 드립해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손님이 별로 없었기에 가능했던 건지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한 잔을 다 마시면 배가 부를 정도로 커피양이 많아 좋았다. 평일 낮 시간이어서 그랬는지 내가 나갈때 까지 손님이 몇명 없었던 것이 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자리 잡고 제대로 알려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 것 같은 곳이다. 위치가 조금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라서 그렇지 북적거리는 길 한쪽으로 조금만 들어온 것만으로도 호젓함을 즐길 수 있다면 그걸로 좋지 않나 싶다. 다음에도 평일 낮시간에 책 한 권 읽으러 가고싶다. 커피가 꽤 고플때를 기다려서 말이다.

p.s. 위치는 홍대 옷가게 거리에 있는 질러존 노래방 건물 뒷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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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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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본 것 보다은 좀 어설프지만 비슷한 해바라기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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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다리가 넓어서 여기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을 몇 번이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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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테와 케잌..



Olympus XA / Fuji Superia 200
2007/11/20 01:16 2007/11/20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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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여~ 셩~ 2007/11/20 21:25  Modify/Delete  Reply  Address

    여기까지 왔었구나..역시 잘 돌아댕겨~ㅎㅎ
    그 골목길에서 대략 7~8미터 더 들어가면 '아트카페 샴' 있자나.
    내 아지트..조용하고 커피맛 괘안코 가격 착하고 무엇보다 저녁 시간대 bar의 이쁜 섹시..흐흐
    하두 자주가서 요즘은 일부로 발길을 멈추려 하고 있지만
    일주일 내내 죽치고 앉아있기를 꽤 오랬동안 했더랬다. 나이먹으니 갈데가 없어서...ㅜ.,ㅠ;;;
    뭐하고 지내? 사진보니 사진찍으러 돌아댕기는거 같은데 더 추워지기 전에
    괜찮은 동네 있음 같이 함 가자~
    추운데 감기 조심하고, 홈피가 깔끔해보여 좋다..^^

    • 박군 2007/11/21 21:46  Modify/Delete  Address

      오우.오랜만.여전히 하이에나 같은 삶을 살고 있구만..^^
      저~언에 Miz공연때 요기가에서 찍은 네 사진이 있는데..언제 줘야할텐데..
      출사 좋지..언제 좋은데 있으면 함 나가자구^^

요즘 일하는 틈틈히 짬을 내어 한 해 동안 부진했던 영화 관람 횟수를 채워 나가 듯 부지런히 영화를 보러 다니고 있다. 오늘은 서울애니시네마에서 열리고 있는 체코 애니메이션 페스티발에 다녀왔다. 찬 바람도 쐴 겸, 그리고 좋아하는 체코 애니메이션과 함께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남산을 구경하는 것도 좋은 눈요기가 될 것 같았다.


남산 애니메이션센터로 올라가는 길에 로스팅하는 커피숍을 발견했다. 분위기 좋아 보여 들어가고 싶었으나 상영시간이 다되어 일단 테이크아웃으로 라테 한 잔을 샀다. 테이크아웃을 하니 1000원을 할인해준다. 부드럽고 향이 좋다. 핸드드립커피 전문점이라고 하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들러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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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영화는 총 두편. 일반 단편 모음과 [One night in one city] 이라는 제목의 장편이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관객은 달랑 나 혼자였다. 영화관을 전세내듯 두 편 다 혼자 보았다. 별로 기쁘진 않더라만..

- 이후 스포일러 있음.

단편은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체코 애니메이션도 과거의 스타일에서 조금씩 탈피를 해가는 모습이 보여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역시 완성도 있게 마무리된 것은 체코답게 퍼펫애니메이션이었다. [MS. G] 라는 가장 재밌게 본 단편은 늙지 않는 부인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였다. 노년에 부부가 거실 소파에 앉아 앨범을 보며 지난 날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진속의 부인은 지금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모습. 남편은 이미 호호백발의 할아버지인데도 말이다. 결국 그녀는 남자가 어린 시절 주위 악동 친구들의 장난어린 생일선물로 받은 더치와이프였던 것이다. 하지만 둘은 너무도 사랑을 했고 결국 죽음을 맞이한 남편을 따라 공기주입구를 열고 천천히 바람을 빼며 죽어가는 더치와이프의 모습은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장편역시 퍼펫애니메이션으로 독특한 캐릭터의 인형들이 출연하는 옴니버스 스타일의 영화였다. 을씨년스러우면서 몽환적인 느낌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 이야기 하나 하나가 아이디어도 재미있고 개성이 넘친다. 재밌게 본 에피소드는 음치 악사의 이야기와 나무 이야기였다. 음치인 악사가 떨어진 귀 한쪽을 줍게 되고 자신의 귀대신 이 귀를 달면 음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귀를 바꿔 달아보지만 음치는 고쳐지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손이 연필을 잡더니 그림을 마구 그리기 시작한다. 항구의 풍경 도개교의 그림...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다. 알고보니 그 귀는 바로 반 고호의 귀 였던 것! 그 이야기의 발칙함에 피식 웃고 말았다. 또 한편 재밌게 본 것은 나무인간의 이야기. 뭐 나무 인간이 아니라 나무 그 자체를 의인화해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었다. 옆집에는 물고기가 산다. 그는 버끔버끔밖에 말 못하지만 대화는 통한다. 나무와 물고기는 바에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아침인사를 하던 새들이 나무 머리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바람에 약속시간에 늦어버린다. 나무는 옷을 갖춰입고 화분을 신고 옆집 친구 물고기와 함께 바에 간다. 음료수 두잔을 시키고 물고기는 늘 휴대하는 빨대를 가지고 물을 마시고 나무는 신고있는 화분에 음료수를 부어준다. 가을이 되어 나무의 머리에서 이 지기 시작한다. 거기에 사과 하나가 매달려있고 조심조심 떨어지는 사과를 받아 엄마의 묘를 찾아간다. 가는 길에 이발소에 들러 머리를 자른다.(가지치기) 크리스마스가 되어 나무는 스스로 몸에 전구를 장식해 트리를 만든다. 물고기는 나무에게 새집을 선물한다. 사실 애니메이션 자체는 그냥 코믹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영화 내내 기묘한 느낌의 인물들 이야기 블랙코미디적인 유머등이 뒤섞여 체코애니메이션스러운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세트며 인형의 디테일이며 하나 하나가 장인의 손길이 느껴질듯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 70분이라는 그리 길지 않는 상영시간임에도 저걸 다 어떻게...라는 생각으로 내가 다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저렇게 까지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부럽다고 해야하나 샘난다고 해야하나. 배가 아프다고 해야하나.. 복잡한 심정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아까 봐둔 커피집으로 갔다. 아까는 담배를 펴대는 손님들로 가득했는데 이미 가게안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브랜드 커피 한잔을 주문했다. 라이트, 미디엄, 다크중에 고를 수 있었는데 라이트로 주문했다. 부드러운 첫맛에 끝맛은 약간 새콤. 핸드드립커피는 대부분 진하기 때문에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건 부드러워 마시기 편했다. 명동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를 카페쪽으로 부르고 친구는 토스트세트를 주문했다. 버터를 바란 폭신한 빵이 커피와 함께 나왔다. 아메리카노랑 같이 나오는데 아메리카노가 상당히 부드럽고 괜찮은 모양이다. 커피를 그리 즐기지 않는 친구였음에도 커피맛을 칭찬한다. 하루에 좋은 커피집 하나 알아가기. 좋은 영화 만큼이나 뿌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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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9 03:03 2007/11/09 03:03
Posted by 박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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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는 핑계로 홈을 방치한지도 꽤 되는 것 같다. 보통이라면...

바쁘다 -> 일하기 싫어 도피하고 싶다 -> 일은 뒷전이고 홈페이지를 열심히 가꾼다 -> 마감은 다가오고 계속 도피한다.

이런 과정인데..이게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바쁘다 -> 너무 바쁘다 -> 홈이 고 뭐고 마감이 급하다. 모니터 밖에 안보인다. -> 그래도 마감은 다가오는데 도피할 곳도 없으니 그냥 일한다.

이런 과정이 된다.

최근 몇일간이 아래 수준을 넘어서는 상황이었기에 홈페이지는 거의 방치수준이 되고 말았다. 도피할 마음 조차 생기지 않았을 정도로 정신없었던 나날.

바쁠때는 머리속에서 그동안 해야 할 일을 대강 정리해보고 자신이 가능한 최고의 레벨까지 한계를 늘여 어디까지가 가능할지를 가늠 해본다. 몇 일까지는 조금 쉬어도 다음 몇 일 안에는 일처리가 다 가능하다 정도를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다. 마감은 절대로 어기지 않는다라는 모토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마감까지의 일정을 머리속에서 잘 정리하고 내 능력으로 콘트롤 할 수 있는 최대의 일정을 뽑아낸 후 마지막 몇일을 두고 집중하여 모든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해서 일을 처리한다. (이렇게 써 놓으니 상당히 대단한 것 같은데 그냥 마감까지 놀다가 막판에 처리한다라는 걸 미사여구를 이용해 적은 것 뿐이다 -_-)

이랬던 것이 최근 몇 일은 거의 한계를 느껴 위험신호가 올 정도까지 처했었다. 하지만 그 선도 넘고보니 이젠 놀랄정도로 여유가 생긴다. 인간이란 어떤 정도 이상의 계점을 넘으면 궁극의 아드레날린이 발휘되는 모양이다. 일모드로 들어가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빨라지고 단기 집중력도 높아져 이전에 하던 것의 반 정도의 시간에 일을 처리하는 나를 발견하고 놀랐다. 집에서 불이나자 냉장고를 들쳐메고 나오게 되더라 라는 어떤 아줌마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렇게 폭풍같은 몇 일이 지나고 머리속이 멍..해지는 상태가 되자 태풍의 눈같이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이기 시작했다. (길가며 콧노래를 부르는 나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람. 이게 정신병의 초기 증상인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방공호가 필요했다.

비가 주룩 주룩 하염없이 내리던 저녁. 비오는 골목길을 걸어 좋아하는 카페에 들렀다. 바짓가랑이는 비에 젖어 질척거리고 퉁퉁불은 샌들 속의 발은 볼쌍사납게 젖어 있었다. 2인용의 작은 테이블에 스탠드 불을 밝히고 따뜻한 카페라테 거품을 입술로 만져가며 정말로 오랜만에 노트에 낙서를 했다. 크라프트지에 전나무 이파리 색 같은 만년필로 슥슥 그려나가자니 빗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지금의 내 상태가 어찌나 행복하게 느껴지던지. 명치가 따뜻해져왔다. 다음주까지 몇 개나 밀려있는 마감따위는 이미 머리속에서 날아가고 없는 상태. 커피가 줄어 머그잔 바닥이 보일 때 쯤 가게 주인이 새로 들여온 커피추출기에서 뽑은 향이 무지 무지 좋은 커피 한 잔을 서비스로 준다. 전에 맡아본 적이 없을 정도로 향기로운 커피향에 놀라고 약간은 새콤한듯한 끝맛이 최고다. 이미 저녁시간이 지난 시각. 출출한 배를 채우려고 베이글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아삭아삭 경쾌한 소리가 나는 양상추를 우물거리며 서비스로 받은 커피마저 다 마신 즈음에는 스프라이트 맛이 나는 스파클 음료가 다시 한 잔 서비스 되었다. 테이블 아래의 발은 이미 보송 보송 말라 딱 좋은 기분. 오랜만에 그린 낙서도 꽤 맘에 드는 느낌으로 완성되었다. 폭풍같은 몇일 속의 해가 뜬 하루 처럼 오늘 카페에서의 2시간은 내게 그런 기분을 주었다.

이런 전쟁터같은 몇일이 지나면 여행을 떠난다.
오늘 같은 몇일이 나를 또 쓰다듬어 주길 바라며 마감하나 해치우고 아침에 잠자리에 든다..



* 이런 나날 속의 '크게휘두르며8권' 신간은 마른 하늘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시합이 끝나서 다행이야 ^^




2007/09/15 07:46 2007/09/15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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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밀방문자 2007/09/15 20:34  Modify/Delete  Reply  Address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요즘 컨디션 조절 실패로 육체리듬이 말이 아니다.
덕분에 피부상태도 최악..ㅠ-ㅠ (그나마 친구의 열혈 팩 덕에 점차 정상을 되찾고 있음..땡스~)
밤엔 누워도 잠이 오지 않고
창문으로 햇볕이 새 들어올 때 쯤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드는 날이 거듭되고 있다.
덕분에 일도 손에 들어 오지 않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쇠한 상태.

내일까지 마감해야 할 작업이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찬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갔다.
저녁 7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아직 하늘을 어두워질  줄을 모른다.
여름의 좋은 점은 나같은 늦잠 족에게도 햇볕을 즐길 시간을 충분히 남겨 준다는 것일게다.

저녁을 먹으러 단골 우동집으로 슬리퍼를 찍찍 끌며 걸어갔다.
늘 자전거를 타고 가는 곳이었지만 오늘은 왠지 걷고 싶다.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공기의 내음이 좋은 동네 골목을 투벅 투벅 걸었다.
머리가 조금씩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우동집에 도착하니 저녁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손님이 그리 많지 않다.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면 늘 4인용 좌식 테이블을 떡하니 차지하고 앉는다.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기 무섭게 '고기우동' 한 그릇을 주문한다.
심심하지 않으려고 들고온 수첩에 긁적 긁적 낙서를 하며 우동이 나오길 기다린다.
많이 자서 퉁퉁 부었을 내 얼굴도 그리고 오늘 뭘 해야하나 이것 저것 적어보고
잠으로 숙성된 된장이 되어버린 머리속을 조금씩 정리해가다 보니
따뜻한 국물이 맛있어 보이는 고기우동이 등장.
평소보다 우동 면발이 푸석하다는 걸 느끼며 그래도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계산을 치르고 나오니 바깥 세상은 진푸른 빛의 완연한 저녁이 되어 있었다.
이대로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동네의 또 다른 단골 카페로 향했다.
초저녁임에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찬 카페속에 앉고 싶었던 자리가 비어 있음을 확인하고
문을 밀고 들어선다. 야외 테라스에서 한 남자가 열심히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왠지 보기만해도 기분좋아지는 장면이다.
아이스라테 한 잔을 주문하고 카운터 석의 노트북 자리에 앉았다.

기분이 울적하거나 일의 의욕이 없어져 갈 때 늘 다음의 여행을 꿈꾼다.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에서 지낼 하루 하루를 상상하며 가보고 싶은 곳을 찾아 헤메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인터넷을 뒤지며 이곳 저곳의 여행 이야기들을 듣고 메모하며 공상의 시간을 가져본다.

실수로 오더가 빠진 내 주문에 미안해하며 점원은 초콜렛쿠키 하나를 슬며시 건내준다. 의외로 바삭거리는 달콤한 설탕맛이 나는 쿠키를 먹으며 오늘 바닥을 헤메던 내 컨티션을 조금 끌어올릴 수 있었다.

카페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의자 아래에서 모기 한 마리가 내 다리를 맹렬히 공격하고 있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2007/06/12 22:14 2007/06/1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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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EST 2007/06/13 00:58  Modify/Delete  Reply  Address

    ... 그래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왠지 누님한테 전화해보고 싶었나봐요.

20061020 / 도쿄 진보초 / 珈琲エリカ

'珈琲時光' 이라는 말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 있는 시간'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 [카페 뤼미에르]의 오리지날 타이틀이기도 하고 그 말의 뜻을 알고 나서는 더욱 더 좋아진 단어 이기도 하다.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카페 에리카 珈琲エリカ]는 바로 '珈琲時光' 를 의미하는 장소 그 자체였다. 영화를 극장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 해서 보면서 도쿄에 간다면 가장 먼저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다. [카페 뤼미에르]의 여주인공 요코는 덴덴전차를 타고 집을 나와 JR 추오센을 갈아타고 오차노미즈역에 내린다. 그리고 진보초쪽으로 걸어와서 가장 먼저 들리는 곳이 바로 이 [카페 에리카]

삐걱이는 나무 문을 밀고 들어서면 차분한 나무 장식의 카페 안에는 말쑥하게 나비 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백발의 노신사가 조용히 커피를 내리고 있다. 임신중인 요코는 커피집에 왔지만 따뜻한 우유를 시킨다. 그리고는 어둑하게 가라앉은 가게의 가장 구석의 로얄석에 앉아 한줄기 빛이 내리쬐는 창을 등지고 앉아 글을 쓴다.

바로 이 장면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고 나를 카페 에리카로 데려 가는 바로 그 장면이기도 했다. 그리고 2006년 10월 나는 영화를 처음 본 후부터 2년이나 늦어서야 [카페 에리카]를 찾았다.

처음 진보초의 골목에서 [카페 에리카]를 찾아낸 그 기쁨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상당히 찾기 쉬운 곳에 있긴 했지만 그래도 영화속의 그곳에 내가 왔노라 하는 두근 거리는 마음을 진정 시킬 수 없을 정도였다. 몇장의 건물 외관 사진을 찍고 흥분된 마음으로 들어가려던 에리카의 나무 문에는 하얀 종이 한장이 붙어 있었다.

' 본 점포는 사정에 의해 당분간 휴업합니다. -카페 에리카-'



청천벽력같은 종이 한장. 무슨 일일까? 언제까지 닫는 다는 것일까? 설마 이대로 폐업인가? 이런 저런 무서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여행기간 동안 한 번 더 찾아와 봤지만 그대로였다. 사정을 알게된 건 한국으로 돌아와서 였다. 마스터가 지병으로 그만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그것도 내가 들르기 불과 몇 주 정도 전의 일이었다.

그때 내 마음속에선 '왜 나는 영화를 보고 바로 가기로 마음 먹었던 도쿄에 가지 않았던 것일까? 한 1년만 아니 몇개월만 더 일찍 [카페 에리카]를 찾지 않았던 것일까?' 이런 저런 후회가 마구 밀려왔다.



2007년 3월 나는 다시 한 번 도쿄여행을 했고 [카페 에리카]를 다시 찾아 갔다. 하지만 그 날과 똑같이 [카페 에리카]의 문앞엔 하얀 종이가 붙은채 굳게 닫혀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도쿄의 카페에 대한 무크지 한권을 우연히 구입했다. 그리곤 표지를 넘기자 마자 눈에 익은 카페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카페 에리카]였다. 왠지 눈물이 날것만 같은 장면이었다. 요코가 앉았던 바로 그 자리에 노년의 신사가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고 있는 장면이었다. 뒷 창문에선 영화속과 똑같은 빛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 책이 나온 건 2006년 11월로 취재를 했을 당시는 거의 마스터가 돌아가시기 불과 얼마 전이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건축가가 짓고 싶은대로 지었다는 목조로 된 찻집의 문을 열면 나비 넥타이의 신사가 자리를 안내해준다. 가게의 구석에는 스페셜 룸이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멋진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장식이 새겨진 기둥에 금속제의 램프등 여기는 이미 자신만의 공간이다.

[카페 에리카]는 개업한지 53년. 카운터에 자리잡은 마스터는 [우연히] 카페를 시작했다고 이야기 한다. 우연히 독일에서 돌아온 건축가와 만나서, 우연히 커피를 멋지게 내리는 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을 만나 여기까지 해왔다.

[이게 맛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카페 에리카]의 오리지널 블랜드는 넬 드립으로 내려 부드러운 첫 맛을 시작으로 쓴 맛과 신 맛이 슬그머니 뒤를 따른다 .

이 가게에는 음악이 없다. 마스터는 [잘 모르니까] 라고 웃는다. 느릿느릿하게 새겨지는 시간의 틈새로 카페의 손님들의 웅성거림과 거리의 소리가 흐르고 있다]


- 東京大人のカフェ時間 / 交通新聞社 / 2006년 11월 / 에서 발췌..



무엇보다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바로 [카페 에리카]에는 음악이 없었다는 점. 영화속의 [카페 에리카]역시 조용했던 기억이 난다. 커피잔이 부딛히는 소리  창밖에서 들리는 진보초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내 취향도 아닌 소음 같은 음악 대신 사람이 살아 가는 소리를 들어가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에리카]는 그런 공간이었던 것이다.

잃어버린 [카페 에리카] 아니 잠시 우리 곁을 떠나 있는 [카페 에리카].
마스터가 떠난 반쪽의 에리카일지라도 언젠간 [카페 에리카]와 조우할 수 있는 그 날이 올 수 있을까? 그 조용히 빛만 떠다니는 [카페 에리카] 속을 꼭 한 번 여행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Lomo LC-A / Agfa Vista 200
2007/04/13 03:18 2007/04/13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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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쭈니군 2007/04/13 04:41  Modify/Delete  Reply  Address

    아... 전 이번에는 꼭 그 전철들이 교차하는 다리를 찾아가려구요. 지난번에 오차노미즈에 내리긴 해놓고 못 갔던 게 너무 아쉽..

    • 박군 2007/04/13 04:47  Modify/Delete  Address

      오차노미즈 역에 내리면 바로 찾을 수 있어. (다리쪽으로 나오면 됨) 그때 10분정도 기다려서 열차 3대 교차하는 거 찍었는데 감개무량 하더만...

  3. 김씨 2007/05/08 10:32  Modify/Delete  Reply  Address

    오호~ 독특한 냄새가 솔솔~ 그럼 끌리죵~

  4. 2007/07/31 09:57  Modify/Delete  Reply  Address

    음~ 이 영화~ 일본 서울문화센터에서 DVD로 빌려서 봤는데..
    너무 반해서.. 계속 카메라로 찍으며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 왜 저 까페에 가볼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그 영화보고 몇주뒤 일본에 갔었는데..
    음 일본은 정말.... 1년정도 살다오고 싶은 나라에요~

오늘은 드디어 다른 사람들은 서울로 돌아가고 나랑 S여사만 도쿄에 남는 날. 숙소도 체크아웃하고 옮겨야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아침에 서둘러 나가는 시간에 맞춰 우리도 짐을 싸서 나왔다. 어제 닛포리 자랑을 엄청해댔기 때문에 닛포리를 마지막으로 보고 가겠다는 사람들과 헤어지는 인사를 하고 나머지 여성 동지만 모여 시부야를 구경하기로 했다. 일단 짐을 다음 숙소인 록본기쪽 호텔로 옮겨놓고 이동을 했다. 록본기에서는 버스만 타면 바로 시부야로 갈 수 있었기에 편했다.




1시에 도큐핸즈 앞 맥도널드에서 만나기로 하고 각자 개인적으로 돌아다니기로 했다. 난 우선 보고 싶었던 전시회를 구경하러 가기로 한다. 시부야 파르코 1관 지하의 로고스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코끼리 엘마 아트 콜렉션]전이다. 영국의 유명한 그림책 캐릭터인 코끼리 엘마의 원화와 관련 캐릭터 상품이 전시되는 상당히 작은 규모의 전시였다. 무료이긴 했지만 잠시 실망을 하고 쓱 둘러본 후 나왔다.



시간이 모자랄 듯 싶긴 했지만 다음 전시인 파르코3관의 파르코 갤러리에서 열리는 영화[충사] 전시회를 보러 서둘러 갔다. 만화로 접한 [충사]는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는데 영화화 하기 참 힘들겠다 싶은 작품이 [아키라]의 오토모가츠히로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고 한다. 개봉에 앞서 영화에 관련된 소품및 제작과정 비하인드 스토리등을 전시하는 전시회다. 오늘이 전시 마지막날이었다. 입장료가 500엔, 생각보다는 비쌌으나 영화가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일단 들어갔다. 분위기는 상당히 잡고 들어가는 입구. 전시장 중간에 갓 같은 모양의 모자가 있는데 그것이 있는 곳에는 뭔가 이벤트가 있으니 꼭 들춰보라고 했다.


전시장을 도는데 입구초반부터 갓이 하나 놓여있다. 그걸 조명에 비춰 보라고 하는데 봐도 아무것도 안보였다. '뭐야~'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니 영화에 사용된 의상들이 빙빙 돌아가며 전시되어 있었다. (옷만 걸려 있는 상태였으나 약간 시체 분위기 -_-) 의외로 꼼꼼하게 정성들여 만든 느낌이다.

그 안쪽에는 영화의 제작과정에 관한 필름이 상영되고 있었고 4개 정도의 부스에서는 영화속에 사용된 CG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오토모 감독은 100% 컴퓨터에 의해 만들어진 CG가 아니라 실제의 물체를 촬영해서 그 화면에 에펙트를 주는 식으로 CG효과를 내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화면에 묻어가는 느낌의 CG를 지향했다는 점이다. 산사태가 일어나는 화면에 있어서는 실제로 스튜디오에서 나무를 찍거나 부러지는 걸 촬영하고 흙이나 물을 흘려서 떨어지는 모양을 찍거나 해서 그걸 컴퓨터에서 합성을 하는 식이었다. 나무나 흙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직접 그려 넣는 것에 비해선 수공의 느낌이 강한 비쥬얼 이펙트를 사용하는 걸 선호했다.

다른 섹션으로 들어가니 그쪽엔 감독에 대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전시를 하고 있었다. 특히 감독 자신이 만화가이기도 해서인지 직접 콘티를 그렸다고 하는데 그 세밀함과 정확함에 다들 혀를 내두르는 칭찬 일색의 말이 넘치고 있었고 실제로 사용된 콘티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나는 처음에 직접 원작 만화가가 그렸나 싶을 정도로 상세하고 디테일한 작업이었다. 장소 설정이나 인물의 복장 표현 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원작 이상의 꼼꼼함을 보였다. 감독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원작자에 대한 설명이 너무 없다는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

전시장 중간에 정원 같은 부분이 있고 거기에 또 다른 갓 모양의 모자가 있길래 들춰보니 손을 동그랗게 말아서 전구를 쳐다 보라고 되어 있었다. 시키는 대로 하고 나니 눈에서 [蟲]자의 영상이 계속 남는다 눈을 깜박일때마다 [蟲]자의 잔영이 계속 보이는 것이었다. 신기.

다음은 전시회장에 걸려있던 제작 스탭들이 감독에 대해 말하는 부분을 적어 본 것이다.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은 그림콘티 작업을 자신이 직접 했다. 자신 속에 있는 작품 이미지를 스텝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미리 그려두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촬영 전날 밤에 그렸다. 덕분에 스텝에게 콘티가 전달 되는 건 촬영당일 아침이라는 강행군이었다. 2005년 8월부터 11월 11일까지 콘티가 준비되지 않는 적이 하루도 없을 정도였다.

'샤라쿠'등으로 일본 아카데미 상 미술상을 받은 池谷仙克 는 이렇게 말한다 [콘티속의 그림 캐릭터가 너무 멋져서 가능한한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대부분의 촬영이 로케로 이루어 졌기 때문에 이미지에 맞는 실제의 촬영지를 찾는게 가장 힘들었다.]

井上潔는 [보는 순간 캐릭터의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멋진 콘티를 그려 주셨다. 그걸 보면 감독이 뭘 원하는 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의 발견도 중요시해서 즉흥적인 요소를 찍어 넣는 경우도 많았다.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구름의 상태나 배우들의 연기등을 보는게 재밌다. 이제까지 본 적 없는 것들이 거기에 있었다. 그런 것을 찍는게 즐겁다] 라고 감독은 말한다.

그림콘티로 부터 발전되어 촬영 된 것도 있었다. 촬영감독 柴玉高秀 (밝은 미래, 도로로 등 작업) 은 이렇게 말한다 [그림 콘티에 그려져 있는 앵글이나 사이즈에 절대적으로 연연하지는 않고 작품의 이미지를 더욱 중요시 하는 선에서 촬영되었다. 가끔 감독이 소도구등을 직접 배치하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콘티를 보면 그것과 비슷한 물건이 조그맣게라도 그려져 있곤 했다. 한 컷의 그림 콘티가 그대로 영화 필름이 되어 그 안에 오토모감독의 세계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감독은 콘티 뿐 아니라 의상의 일러스트나 미술 세트, 소도구등의 이미지도 직접 그렸다. 감독 오리지널로 만들어 낸 [벌레]의 그림에는 이름도 하나 하나 적혀 있었다.]

[늘 감독은 슥슥슥 쉽게 콘티를 그리지만 그 한컷 한컷이 의외로 정확해서 많은 참고가 된다. 이런 감독은 아마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라고 말하는 비쥬얼에펙트 슈퍼바이저 古賀信明.

오토모 감독 나름의 콘티와 스케치가 영화판 [충사]를 만들어 내었다.


야영을 하는 장면에서의 설정 스케치에는 모닥불을 피우는 방법에 대한 설명까지 메모가 되어 있을 정도로 치밀했다. 영화의 완성도가 기대되는 작품.

전시내용은 그리 많지 않아서 제작과정 영상을 다 보고 나와도 그리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나오는 출구에는 또 나를 유혹하는 [충사]관련 상품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영화 팜플렛 등 눈 딱감고 몇개만 골랐다. 일본의 상술엔 정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1시가 다 된 시각이라 서둘러 도큐핸즈쪽으로 가봤더니 오늘 비행기를 타는 y씨는 이미 다른 멤버를 만나서 공항으로 출발하기 위해 좀 더 이른 시간에 출발을 한 후였고 S여사만 나타났다. 둘만 남았길래 좀 더 개인적으로 돌아볼 시간을 갖기로 하고 3시에 다시 파르코 1관 지하 서점 리브로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다른 전시가 있는 분카무라 갤러리로 향했다.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 [레이몬드 사뷔냑]의 포스터전이 열리고 있었다. 단순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강렬한 원색의 포스터는 카페등에서 걸려 있는 모습을 자주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였는데 생각보다 전시작품 수도 많았고 눈에 익은 작품도 많았다. 한쪽 코너에는 역시 그의 작품 관련 도록이나 그의 일대기 엽서등 관련 상품을 팔고 있었다. 책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엽서 한장만 달랑 사고 말았다.




분카무라를 나와서 찾은 곳은 만다라케. 이번 여행은 어떻게 된게 만화를 전혀 사지 못하고 있어 내심 불안했기에 얼른 책을 찾아야지 하는 심정으로 들어오긴 했으나 살 책 리스트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와서 책 찾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도 이리 저리 골랐더니 가방이 묵직해졌다. 3시에 S여사를 만나기로 했기에 서둘러 리브로로 갔다.

도큐핸즈 근처에 있는 디자인 문구점.



파르코 1관 지하의 서점 리브로는 꽤 넓은데다가 양서 코너도 충실했다. 시간이 많았으면 좀 더 둘러 보고 싶었는데.. 그 앞쪽의 문구 매장도 상당히 맘에드는 수입 문구류등이 전시되어 있어서 S여사를 기다리는 동안 눈이 마구 돌아가고 있었다. 서로 다른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탓에 십여분 쯤 뒤에 겨우 만나게 되었다.



오후엔 도쿄에서 공부하고 있는 MIZ양을 만나기로 했기에 시모기타자와로 이동했다. 두번째 도쿄 여행때 처음 가봤던 시모기타자와. 그당시 홍대같은 느낌의 그 거리가 상당히 맘에 들었었다. 북구쪽 출구로 나와서 상가 거리를 걷다 배가 고파진 우리는 아무가게나 눈에 띄는 곳으로 들어갔다. 탄탄멘 전문가게 였는데 살짝 맵기는 했으나 상당히 맛있었다. 그냥 먹기엔 좀 짰기에 국물이 남은게 아쉽.  



약속시간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길래 커피나 한잔 할까 하고 전부터 가고 싶었는데 못갔던 시모기타자와의 북카페 [CAFE ORDINARY]를 찾아 갔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오늘이 정기 휴일.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4층까지 걸어 올라 간 거 였는데. 벼르고 별러 찾아 왔더니 이 무슨 날벼락.



할 수 없이 건물을 나와 어딜 갈까 멍하다가 눈에 띈 곳은 음악카페였다. 건물 2층이었는데 왠지 모를 포스가 느껴지는 곳. 저기로 가보자 하고 무작정 올라갔다.
입구부터 완전 내취향의 카페였는데 70대쯤 되보이는 나이든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탁자가 4개정도밖에 안되는 조그만 카페였다. 흘러 나오는 음악이 또 예술. 원하는 음악도 틀어주고 음악에 대한 질문도 받아 준단다. 커피 메뉴도 프렌치, 이태리 원두로 고르면 바로 갈아서 내려준다. 창가자리에 자리를 잡고 프렌치 로스트 B (산뜻한 맛)으로 주문했다. 테이블 구석에 바나나피쉬 전권이 놓인 것이 또 무척 맘에 드는 가게.



한참을 그곳에서 일기를 쓰고 이야기를 나누고 하다가 약속시간이 거의 다되어 나올 즈음엔 우리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손님은 근처에 사는 젊은 사람들 같은데 혼자 와서 음악을 들으며 책꽂이의 책 하난 뽑아서 읽으며 커피 한 잔 홀짝이다가 가는 사람들이었다.




계산을 하려고 하니 우리더러 여행객이냐고 묻는다. 어디서 왔냐고 해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기도 한국 친구가 있다며 반가워 한다. [이 동네 괜찮은데 추천해줄까?] 하며 물어오길래 반가운 마음에 괜찮은 북카페 있으면 소개 부탁한다고 했더니 만화가 잔뜩 놓인 카페가 하나 있는데 어딘지 잘 기억이 안난다며 자기가 아는 괜찮은 음악카페를 지도를 그려가며 몇군데 소개시켜 줬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왔냐고 묻길래 그냥 지나가다가 분위기 괜찮아 보이길래 들어왔는데 커피도 맛있고 음악도 너무 좋아서 정말 만족했다고 하니 되게 좋아한다. 가게 명함을 부탁하니 명함은 없고 홈페이지도 없어서 미안하다며 가게 이름이 적힌 영수증을 하나 적어 준다. 다음에 꼭 다시 가고 싶은 카페.







MIZ양이 좀 늦는 다고 해서 좀 더 골목을 구경하기로 했다. 눈에 익은 일러스트레이터의 캐릭터가 그려진 예쁜 간판의 가게 하나 발견. SORAMAME 라는 작가로 홈페이지를 들어가 본 적이 있는 작가인데 그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여러 일러스트레이터의 수작업 작품등을 파는 가게였다. SORAMAME의 엽서랑 성냥하나를 구입했는데 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해서 들어 왔다고 하니 주인이 되게 기뻐하며 엽서 한장을 공짜로 끼워 준다. 그러면서 [혹시나 괜찮으시다면 이 봉투는 어떠세요?] 하며 예쁜 일러스트가 그려진 종이 가방에 넣어준다 "괜찮고 말고요?!!'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고맙게 받았다.




시모기타자와는 중고의류 가게들이 많고 예쁜 소품점도 많이 눈에 띈다. 지나다가 한 박스샵을 발견. 홍대 앞에서 친구가 박스샵을 운영해서 알고는 있지만 일본의 박스샵은 한 칸 한 칸 파는 사람들의 정성이 느껴질 정도로 개성이 충만한 박스가 많다.


시모기타자와의 박스 샵. 칸칸 다른 주인이 운영하고 있다.


드디어 MIZ양과 조우. 여전히 일본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니뽄삘이 풀풀 나는 건강한 MIZ 어린이 같이 간 S여사를 소개하고 저녁을 먹으러 근처의 [타파스&타파스]로 갔다. 전에 어딘가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타파스랑 파스타 전문 가게인데 눈에 띄길래 들어 간 곳. 연어와 아보카드 샐러드 랑 모짜렐라&바질 피자 그리고 타파스 풍 파스타를 주문했다. 어느 메뉴나 다 맛있었다. 화장실의 메모 판에는 스탭이 친절하고 맛있었다는 칭찬이 가득하다. 꽤 유명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모양. 밥을 먹으며 일본에서 열심히 그림작업을 하고 있는 MIZ양의 사는 이야기. 맘에 맞는 친구와 이번에 브랜드를 런칭하기로 해서 자신의 그림이 그려진 악세사리나 의류등을 팔기로 했다는 둥, 5월에 있는 디자인페스타에 나가기로 했다는 둥의 이야기를 들으며 참 열심히 재밌게 잘 살고 있구나 하는 대견한 생각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는 MIZ양이 추천하는 멋진 카페에 갔다. 8시 이후에나 문을 열기때문에 먼저 밥을 먹고 간것이다. [뮤직바 블루본드] 라는 가게인데 60~70년대 풍 포스터가 잔뜩 붙어있는 레토르한 스타일의 가게로 주인인 대머리(일부러 민것 같지만) 히라타 타츠로씨가 재밌는 곳. 우리가 갔을 때는 바 카운터 석에 양복의 아저씨가 한분 계셨는데 우리가 이야기 할때마다 중간에 끼어 들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재밌는 사람이었다. 가게 한 쪽 구석에는 루파루파라고 하는 외계생명체 같이 생긴 바다 생물이 있었는데 이름이 [고타츠]라고 했다. 이름이 너무 재밌어서 유래를 물어 봤더니 자기는 타츠로이고 걔는 작은 타츠로니까 [코타츠]라고 설명해서 다들 웃겨 넘어 갔다.



따뜻한 커피를 시켰는데 아이스 커피가 나오고 그것도 믹스. (이런점이 묘하게 재밌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껌같이 생긴 과자를 하나 씩 준다. 뭐냐고 물어보니 [야마가타]지역의 명산물?인 [우유과자]라고 한다. 생각보다 딱딱한데 한입 물어보니 정말 입안 가득히 우유향기가 퍼진다. 우유라고 하기보다는 분유에 가까운 맛?

오랜만에 이리 저리 떠들다가 10시 30분쯤 가게를 나왔다. 지하철 환승하는걸 이리 저리 헤메는 바람에 호텔에 도착하니 거의 12시가 다된 시각. 체크인을 부랴 부랴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일기도 제대로 못쓰고 피곤해서 그냥 잤다. 내일은 어딜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S여사가 일본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곳을 또 강조하길래 에노덴을 타보기로 하고 일단 잠자리를 청했다.



Lomo LC-A / Kodak Colorplus 200
2007/04/09 03:19 2007/04/09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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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ilver 2007/04/12 12:57  Modify/Delete  Reply  Address

    충사 오다기리조 머리스타일 ㅁㅎㅈ보단 괜찮아보이네ㅋㅋ

갑자기 커피 한 잔이 하고 싶어 지는 저녁, 발걸음이 뜸했던 홍대 정문쪽으로 나섰다. 예전에 자주 찾던 홍대 뒷골목의 홍차집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 또 다른 느낌 좋은 카페가 생겼다는 소식에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봤다.

가게 이름은 [Cafe 이야기], 카페 주인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입구의 입간판부터 귀엽게 손님을 맞는다. 손님은 나를 제외하고는 두명이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조곤 조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쪽의 2인석에 앉을까 고민하다가 손님이 별로 없길래 4인석인 창가자리를 선택했다. 예전에 있던 홍차집도 깔끔한 분위기에 아는 손님만 찾아서인지 늘 한산하고 조용한 느낌이었는데 여기도 평일 저녁이라서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어 차분한 느낌이다.



화장실도 깔끔하니 귀엽다. 나라 요시토모의 표지의 [하드보일드 하드럭]이 이 가게 분위기랑 잘 어울리는 느낌.



가게 한켠에는 그림책도 구비 되어 있어서 마음대로 꺼내 볼 수 있다. 그림책이 있는 카페라니 그 점이 더욱 맘에 드는 가게.


간단하게 저녁은 먹고 왔지만 커피와 함께 뭔가 달콤한게 먹고 싶어서 주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가토 쇼콜라&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진한 초콜렛 맛이 혀끝을 자극하고 아이스크림이 합세 해 머리를 울릴 정도로 달콤한 디저트다. 일기를 쓰며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즐기는 여유를 조금씩 음미하며 저녁 시간의 조용한 한때를 맘에 드는 카페에서 보내는 호사를 누려본다.


벽마다 귀여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가득 전시되어 있다.

날씨가 따뜻해 지면 창가자리도 좋은 곳.


이곳이 무엇보다 맘에 드는 건 '금연 카페'라는 사실. 모처럼의 평화로운 시간을 담배 연기에 방해받지 않고 노란 불빛 아래 원하는 만큼 자신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카페. 자주 오게 될 것 같은 예감이다.



Olympus XA / Fuji Autoauto 200
2007/04/07 00:22 2007/04/0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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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쭈니군 2007/04/07 01:17  Modify/Delete  Reply  Address

    ^^ 앗 귀여운 곳이군요..
    저런 카페는 내부가 너무 좁다는 단점도 있던데, 꽤 넓어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번에도 화장실에 버닝!)

    • 박군 2007/04/07 02:11  Modify/Delete  Address

      원래 화장실이야 말로 그 가게의 개성이 살아 있는 곳이거든...(끄덕 끄덕)

  3. jeykiki 2007/04/07 21:38  Modify/Delete  Reply  Address

    오.. 그림책까지.. 가보고싶어지네요. 좋은정보감사해요!

    • 박군 2007/04/09 17:10  Modify/Delete  Address

      네 홍대에서 보기 드문 그림책 카페여서 좋았습니다. 기회되면 꼭 들러보시길..^^

  4. parake 2007/04/08 22:16  Modify/Delete  Reply  Address

    시간 만들어서라도 함 가봐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여~~

    • 박군 2007/04/09 17:11  Modify/Delete  Address

      주말도 조금 이른 시간에 가면 호젓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도 괜찮은 곳 소개드릴 수 있어서 기쁘네요 ^^

  5. 김씨 2007/05/08 11:58  Modify/Delete  Reply  Address

    홍대에서 그림책 카페 이야기를 해도 좋을 듯. 재미있겠당.. 가봐야지.

    • 박군 2007/05/08 22:58  Modify/Delete  Address

      그것도 생각해보긴 했는데 아직 그리 많진 않네요..서울 전체 다 찾아보면 좀 될것도 같지만..^^

홍대 / 퐁포네트


Yashica Electro 35 GTN
2007/02/13 04:16 2007/02/13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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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와플과 수다

2007/02/12 08:10 / 카페

홍대 / The cafe cafe


남자 둘에 여자 하나, 고칼로리 당분 가득 노 알코올 그리고 수다 5시간...
2007/02/12 08:10 2007/02/1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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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밀방문자 2007/02/12 15:11  Modify/Delete  Reply  Address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박군 2007/02/12 16:00  Modify/Delete  Address

      아마 그럴 거여..와플은 의외로 싸고 맛있었음...

      그리고 그다지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면 왠만하면 댓글은 비공개로 달지 않았으면 싶은디....

딜레마의 순간

2007/02/09 08:07 / 잡담










물론 앉았지만....
2007/02/09 08:07 2007/02/0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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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쭈니군 2007/02/09 15:29  Modify/Delete  Reply  Address

    저런... 겨울끝에서 감기를.......

    • 박군 2007/02/10 08:01  Modify/Delete  Address

      아니...앉는 쪽이 나인데..그러고 보니 콜록거리는 애가 꼭 나 처럼 그려졌군...-_- ( 하지만 내가 감기 따위 걸릴 턱이 없잖아)

    • 쭈니군 2007/02/12 01:51  Modify/Delete  Address

      ^^;; 그런거였군요

  3. 지나댕기는여우 2007/02/10 20:14  Modify/Delete  Reply  Address

    오~~~, 박군누님 나랑 똑같어요!! 나도 감기 안 걸리걸랑요.

홍차의 시간..

2007/02/08 04:15 / 카페

이대 / 티앙팡


일에 지쳐 집에만 틀어 박혀 지내다 보니 이벤트가 없는 심심한 하루 하루.
간만에 친구들과 만나 홍차와 함께 수다를.
진한 넛트 밀크티의 향기가 하루에 낀 녹을 씻어 내려 주는 구만.


2007/02/08 04:15 2007/02/08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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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某씨 2007/02/09 11:25  Modify/Delete  Reply  Address

    앗 제 손이 웬지 무섭게 찍혔습니다..^^

    • 박군 2007/02/10 08:00  Modify/Delete  Address

      핸드폰 카메라가 화소가 좀 딸리다보니 어두침침 칙칙 하게 나와서 말이야.

도쿄 / 야나카 / 겟코진미루쿠홀 / 2006



홍대앞에 24시간 오픈 하는 카페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우연히 들어간 카페가 커피와 함께 프레첼을 파는 가게였다. 전에 좋아해서 자주 찾던 대학로의 프레첼가 가게 없어진 이후 어디에서도 갓 구워 낸 프레첼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어 꽤나 아쉬워 했는데 그냥 커피 전문점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프레첼을 팔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곳은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이었다. 그 때는 시간이 없어 1시간 정도 있다가 나와야 했지만 다음에 들렀을 때는 꼭 24시간 오픈을 만끽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프레첼 이야기는 왜 한건감? 뭐, 다음엔 프레첼 이야기를 해 볼지도 모르겠다..)

종로에서 학원 수업이 끝난 후 반디앤루니스랑 교보문고에 들렀더니 일서중 일부를 20% 할인을 하고 있었다. 가격이 비싸서 못샀던 몇권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왠지 이 책들을 내 방에서 펼쳐 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 카페라도 들러서 차한잔 하며 느긋하게 보고 싶었다. 하지만 벌써 10시 30분이 넘어가는 시각이라 왠만한 커피전문점은 11시면 문을 닫을 준비를 한다. 그러던 중에 24시간 오픈 카페를 떠올렸다. 그래..오늘이야 말로 거길 가보자!

사실 이번에 먹었던 프레첼은 별로 맛이 없었다. 예전에 대학로의 프레첼 가게에서 먹었을 때의 그 맛이 너무도 강렬했던 탓인지... 양은 많으나 기름기가 너무 많았다. 3분의 1은 못먹고 버렸던 기억이나서 오늘은 그냥 차만 한 잔 마시기로 했다.

2층 창가자리에 앉아 주문한 차이라테를 마시며 사온 잡지 포장을 뜯는 의식(?)을 거행했다. 새 책의 비닐을 처음 뜯는 행위는 그 책을 산 주인만이 행할 수 있는 신성한 것이다. (by 박군) 오늘은 좋아하는 잡지의 과월호가 우연히 다시 들어 온걸 운좋게 발견하고 20% 할인까지 해서 구할 수 있어 더욱 들떠 있었다. 1년에 2번밖에 안 나오는 잡지라 과월호를 구하는 건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오늘 산 책 모두가 다 맘에 드는 책이어서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라테 거품을 입가에 묻혀가며 오늘 만난 새 책들과 마주하는 행복한 시간을 마음껏 즐겼다.

사온 잡지를 흩어 본 후 몇 일 동안 시간이 없어서 가방 속에만 넣어 뒀던 연애소설 한 권을 꺼내 들었다. 말 그대로 연애 소설이다. 일본에서 [휴대폰 문고]로 엄청난 다운 로드 수를 자랑했다는 [나이토 미카] 라는 작가의 [러브링크]라는 책이었다. 연애 만화는 몰라도 연애 소설에는 별 관심이 없는 내가 이 책을 굳이 사볼 생각을 했던 이유는 바로 작가인 [나이토 미카]가 직접 방송을 하는 Podcast를 통해 낭독해주는 [러브링크]를 들은 후 였다. 낭낭한 목소리의 여자가 읽어주는 소설은 총 11편이었는데...왠지 '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소설이었다. 물론 아주 중요한 부분에서 끊어버리고는 ' 그 다음은 사보세요~' 라고 하는 상술에 놀아 난 것일지도 모르지만. 다행히도 국내에 딱 한권 [나이토 미카]의 소설이 번역되어 나와 있는게 바로 [러브링크]였다.

그러나..책을 읽고난 후의 감상은 그냥 낭독으로 읽어주는 것을 듣는 걸로 끝냈으면 더 좋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낭독으로 읽은 [러브링크]는 극 전개상 중요한 부분에서 딱 끝을 낸다. 그 뒤로 그 둘은 어떻게 될까? 이 캐릭터는 이런 사람일거야.. 저런 사람 일거야..상상했던 부분이 소설을 읽으면서 허물어져갔다. 작가는 도대체 뭘 의도한 것이었을까...낭독으로 읽어 준 부분까지로 이 소설은 딱 내 취향이었다. 아쉽게 책을 덮으며 '이 작가는 단편이 더 낫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인지 그녀의 책은 일본에서 그렇게도 팔리고 있다고 하는데도 우리나라엔 원서마저 한 권도 들어와 있지 않더라. 아님 소리로 들어서 그 소설은 더욱 내 가슴에 와 닿았을런지도 모른다.
내 감성은 소리>그림>글의 순으로 반응하는 모양이다. 아쉽게 책 하나 날렸다는 기분.

책 한권을 다 읽고 나니 밤 12시를 넘어 가는 시간이 되었다. 왠지 12시를 넘기니 그야 말로 24시간 카페의 맛있는 부분을 제대로 맛 본 기분이 든다. 24시간 오픈이니 이대로 계속 카페의 문은 열려 있겠지만. 2층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줄어 들기 시작한다. 나도 슬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다. 언제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책이 읽고 싶어 지면 여길 다시 찾아 와야지. 간만에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카페 의자에 깊숙이 앉아 본 하루였다.

아, 참고로 그 24시간 문을 연다는 곳은 서교호텔 바로 옆에 있는 [탐앤탐스 TOM N TOMS]라는 커피 전문점이다. (옛날 [피자헛] 자리, 지금의 [오무토토마토] 바로 옆의 옆건물 정도 되나?)



주절 주절...또 길게 쓰고 말았다...
왠지 재미들릴 것 같구만..-_-


p.s. 홍대역 입구 파스쿠치가 공사에 들어갔다. 리뉴얼을 한다고는 하는데..빵을 굽겠다니 파리바게트로 바뀌는 것인가? 아님 1층은 파리바게트 2층은 파스쿠치?
2007/01/25 01:17 2007/01/25 01:17
Posted by 박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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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쭈니군 2007/01/25 02:23  Modify/Delete  Reply  Address

    호옹.... 프레첼... 전 딱딱한 그 쬐마난 과자 비슷한 거 밖에 못 먹어봐서.... 이것도 베이글마냥 따끈하게 데우면 맛있어지는 그런 스타일?

    • 박군 2007/01/25 02:28  Modify/Delete  Address

      데우는 식이 아니라 갓 구워 나오는 건데..프레첼도 종류가 여럿이라 안에 햄같은 것을 넣어 굽기도 하고 치즈가 들어가기도 하는 등 취향따라 골라서 소스에 찍어서 먹지. 한끼 식사로도 괜찮고 제대로만 만들면 맛있음..

  3. 쭈니군 2007/01/25 16:21  Modify/Delete  Reply  Address

    우오옹 담에 한번 가봐야 되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