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의 마지막 날. 오늘은 그나마 제대로 영화를 보는 날이다. 11시 꿈의 은하 상영과 함께 영화의 아트디렉터였던 이소미 도시히로의 마스터 클래스가 있다. 쭈니군은 어제 심야를 보고 오늘은 오후 상영만 있었기에 늘어지게 자고 있었다. 오늘도 꽃놀이 예정이 있는 M양은 정읍으로 돌아가야 했고 나는 11시 상영이 영화의 거리의 메가박스에서 있었기 때문에 전북대 삼성 문화회관 앞에 서는 셔틀을 타기 위해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나를 전북대 앞에 내려주고 M양은 떠나고 시간 여유가 있었기에 아침으로 빵과 음료수를 사서 삼성문화회관까지 슬슬 걸어갔는데 있어야 할 셔틀 정류장이 거기에 없었다. 셔틀 출발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서둘러 상영관쪽으로 가서 지프지기에게 물어보니 삼성문화회관 뒷쪽 편 왼쪽으로 가면 셔틀 정류장이 있을 거란다. 올해는 자리를 옮긴 모양이다. 1분을 남기고 부리나케 뛰어갔는데 거기에도 정류장이 없었다. 오른쪽 100미터 전방을 보니 막 출발해버린 셔틀의 뒷 꽁무니가 보였다. 그 지프지기가 오른쪽 왼쪽을 잘못 알려준 것이다. 1분만 빨랐어도...ㅠ_ㅠ 결국 포기하고 택시를 타고 시내로 이동. 상영시간엔 맞출 수 있었다.

마스터 클래스 관람객에게 나눠주는 팜플렛과 설문지를 받아 들고 상영장 안으로 들어가서 조금 있으니 이소미 도시히로씨 소개가 있고 곧 상영이 시작된다. '꿈의 은하'는 이시이 소고 감독의 영화로 이시이 감독이 연출하고 아사노가 출연한 영화중 유일하게 못봤던 영화였다. 2001년인가? 부산영화제때 [고조]를 들고 아사노타다노부와 함께 부산을 찾았을 때 무대인사로 만난 적이 있는데 둘이 같이 밴드 활동에 열심일 정도로 사이가 좋았었다. 그런 이유인지 아니면 감독의 취향에 맞는 배우인지 아마 두가지 다 이유일지 모르지만 이시이 소고 감독의 영화엔 아사노 출연작이 많다. 그래서 더욱 [꿈의 은하]를 보고 싶었고 11시부터 4시30분까지 라는 꽤나 긴 시간동안 열리는 마스터클래스일지라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는 97년 제작임에도 흑백화면에 전후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마치 오즈 야스지로 시대의 영화를 보는 듯 한 착각에 빠진다. 아사노 타다노부를 제외하면 정말 그시대에 만들었다고 해도 믿어질 정도로 배우들의 분위기나 영화 전반적인 느낌이 상당히 옛스럽다. 지금으로 부터 20대 초반의 아사노의 얼굴 역시 대사가 별로 없는 역이지만 그의 존재감 하나로 악인일수도 선인일 수도 있는 이중적인 느낌의 남자 주인공을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다. 화면 자체 느낌으로는 자칫 지루할 수도 있었지만 스토리가 상당히 재밌고 긴장감 있게 연결되고 있다. 흑백영화 시대극에서 빠져 나온 듯한 여자 주인공의 신비스런 느낌의 얼굴과 다정한 미남자의 얼굴로 한 편으로는 살인자일지 모르는 위험한 남자 주인공 역을 자신의 이미지 하나로 제대로 표현해 낸 아사노 둘 만으로도 이 영화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영화가 끝나고 1시간의 점심 시간을 가진 후 프로덕션 디자이너(아트디렉터)인 이소미 도시히로의 마스터 클래스가 있을 예정.

1시간밖에 여유가 없었기에 멀리는 가지 못하고 근처의 콩나물 국밥집으로 향했다. 2003년에 들러서 먹은 기억이 있는 곳으로 내가 가본 전주콩나물 국밥집 중 유일하게 종지에 계란이 나오는 곳이었다 (다른데는 의외로 따로 안 나옴) 벽에는 그때 그려 놓은 낙서가 그대로 있었다. 왠지 반갑네. 그때보다는 맛이 많이 순해져서 좋았다. 해장하는 기분으로 한그릇 뚝딱.





이소미 도시히로씨와 통역 그리고 모더레이터 세명으로 마스터클래스가 시작되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꽤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소미 도시히로는 참여했던 영화 프로필을 쭉 훝어보니 아사노타다노부 출연작을 상당히 많이 맡았더라.(환상의 빛, 디스턴스, 하나, 꿈의 은하, 백치,헬프리스) 게다가 내가 정말 재밌게 봤던 최양일 감독의 '형무소 안에서'의 프로덕션디자이너도 맡았다. 그러고 보면 참 저예산 영화를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왠지모를 친숙함이 느껴진다 (니가 왜?)

먼저 이소미 미술감독이 준비해 온 자료를 보는 시간이 있었다. 영화속의 장면 장면을 슬라이드 화면으로 보여주며 이 장면 저장면에서 소도구를 준비하며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 해주었다. 초저예산 영화로 우리돈으로 2000만원도 안되는 금액으로 모든 소도구및 연출 도구를 준비해야 했던 악조건 속에서 영화속에서는 번듯하게 등장하는 씬 마다 어떤 식으로 그럴듯 하게 포장을 해서 준비했는지 하는 나름의 저예산 영화 만들기 노하우를 전달하는 시간이었다. 흑백이라서 그런지 그런 어설픈 준비에도 영화는 전혀 무리없이 제대로 완성이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소미 도시히로씨의 발표가 있고 이후 Q&A까지 이어지는 꽤 긴 시간동안 마스터 클래스가 열리고 4시 40분 경에 정리가 되었다. (마스터 클래스 정리는 나중에 따로..)

11시 부터 징하게 오랫동안 마스터 클래스를 듣고 바로 4시 50분 상영의 '철콘근크리트'를 보러 다른 상영장으로 이동했다. 저번 오사카 여행때 보긴 했지만 그당시 열악한 사운드에 상당히 피곤해 하면서 본 기억이 있고 꽤 흡족하게 본 영화라 다시 한 번 제대로 보고 싶었다. 역시나 만족. 모두들 아오이 유의 목소리 연기를 칭찬하는 분위기.

4시 영화가 끝나자 오늘의 영화는 심야만 남겨두고 다 본 셈이다. 같이 '철콘근크리트'를 본 쭈니군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시내쪽을 돌다가 M양이 추천했던 낙지불고기 집으로 향했다.

낙지불고기 2인분을 시켰는데 정말 안먹으면 후회할 정도로 맛있었다. 낙지가 어찌나 싱싱하고 탱탱한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집 오징어튀김이 예술이라는데 (생오징어를 튀긴 오징어 링) 그건 몰라서 못먹었고...낙지 불고기에 밥을 볶아 먹는데 이게 완전 예술이었다. 감탄을 연발하면서 배불리 먹었다. 식후에는 메가박스 근처의 커피숍에서 라테로 입가심.

- 가열 전



- 가열 후

쭈니군은 오늘의 일정이 다 끝난 후여서 셔틀을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하고 나는 그 길로 숙소인 M양의 집으로 돌아갔다. 심야 상영까지 시간이 조금 있어서 좀 자둘까 했는데 결국 일기 쓰느라 자지도 못하고....12시 상영시간에 맞춰 삼성문화회관으로 향했다.

오늘은 오시이 마모루의 밤으로 애니메이션 2편과 실사영화 1편을 상영한다. 첫 영화는 우루세이야츠라 2 (아름다운 몽상가)로 꽤 재밌었다. 매일 문화제 전날이라는 일상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상함을 느낀 주인공들이 사실을 찾아 나서고 알고보니 그것은 라무의 꿈속이었다는 내용. 관객들의 반응도 좋아서 지루함을 전혀 못느끼고 빠져들어 볼 수 있었다.

20분 쉬는 시간에는 심야 영화의 꽃인 야식거리가 등장. 오늘 첫번째 야식은 후루츠통조림과 딸기우유. 후루츠믹스와 황도 두가지가 있었는데 나는 후루츠믹스를 받았다. 옆사람들이 황도를 먹고 있는 걸 보고 앗 나도 저걸 받을 껄 하며 잠시 부러워 함. 그리고 곧 두번째 영화가 시작되었다.

원래는 '다치구이시 열전'이었는데 바뀌어서 '토킹헤드'라는 영화가 상영되었는데 마감 기한이 촉박한 애니메이션 완성 전문 감독이 어떤 작품에 새롭게 투입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었다. 시놉만 봐선 재밌겠네...싶었는데..이건 완전히 연극처럼 연출된 실사 영화로 모든 장면이 무대에서 이루어진다. 내용도 황당한데다가 과장된 연기와 연극적으로 묘사된 대사 및 무대연출, 나름 의도하고 만든 정성은 느껴지지만 좀 아니라는 느낌. 이 감독은 도대체 왜 실사영화에 미련을 못버리는가 의구심이 들정도로 지루하고 내 취향을 벗어나는 영화여서 보다 포기하고 잤다.

두번째 휴식시간에 나온 야식은 바나나와 녹차. 오랜만에 보는 과일이라 반갑게 먹었다. 새벽에 먹는 바나나도 꽤 괜찮네. 그리고 곧 마지막 애니메이션 '마로코'가 시작되었다.

마로코를 보고 딱 느꼈다. 오시이 감독은 연극에 빠졌구나 하고. 이 애니메이션은 묘하게도 연극적인 구성을 하고 있다. 화면도 거의 무대처럼 한 막에 한장소 밖에 나오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연극처럼 왼쪽이나 오른쪽에서 등장해서 화면 가운데에서 이야기를 끌어 간 다음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별로 화목하진 않지만 그저 그런 보통의 평범한 가정에 마로코 라고 하는 이름의 미래에서 왔다는 주인공 소년(청년?)의 손녀라고 주장하는 소녀가 등장하면서 이 가족은 슬슬 붕괴의 위기를 맞는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소녀의 주장을 어느새 가족들은 믿게 되고 이 한명때문에 가족은 모두 뿔뿔히 흩허지고 파탄에 이르른다. 결과는 새드 엔딩. 황당할 정도의 주인공의 죽음으로 끝난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가족이란 이런 식으로 쉽게 깨질 수도 있는 조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연극이라는 요소를 도입해서 그것도 묘하게 웃음을 줘 가면서 이끌어 가는 감독의 재량에 또 한번 감복하게 된다. '토킹헤드'에서의 연극적 구성은 이것과는 달리 실망스러웠으나 애니메이션 쪽은 또 다른 맛을 준다. 역시 이감독은 실사보다는 애니메이션이 제맛인듯. 개인적으로는 포장마차 국수집 장면이 가장 맘에 든다.

2번째 영화를 제외하면 나름 멀쩡한 상태로 영화 관람을 마치고 나니 5시. 애니메이션이 두편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일찍 끝나버렸다. 8시 기차를 예매했기때문에 조금 일찍 떠나는 차편이 있을까 해서 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첫 기차가 8시. 결국 표를 환불하고 시외버스터미날에서 출발하는 6시 버스를 타기로 했다. 오랜만에 타보는 버스. 시트에 몸을 맡기고 아쉬운 마음으로 전주터미날을 떠난다. 내년에 또 보자구...

영화제 일기 끝.






 
2007/05/10 18:30 2007/05/10 18:30
Posted by 박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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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쭈니군 2007/05/11 19:13  Modify/Delete  Reply  Address

    우루세이 야츠라를 본 '원로(--)' 애니메이션 팬들은 '다크시티'의 원류가 여기에 있었다고도 하지요. ^^..
    오시이 마모루의 화법은 역시 애니메이션에 더 맞는다는 느낌이에요. 본인은 계속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거 같지만 -_-... 사실 애니메이션도 그저 하나의 도구로 본다고 보여져서 전 별로 안 좋아함. 애니메이션으로 작업했을 때 자신의 미학이 더 돋보임에도 불구하고 -- +

  3. 케이 2007/05/16 22:37  Modify/Delete  Reply  Address

    덕분에 다녀오지 않았음에도 마치 갔다온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년엔 꼭 가보고 싶네요.

차로 얼마 가지 않은 곳에 선암사가 있었다. 원래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올라가야 하는 길인데 스님과 동반한 터라 절 바로 입구까지 차를 타고 올라가는 호사를 누렸다. 힘들게 걸어 올라가는 다른 관광객들에게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우리만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는 특별함이 또 남다르다.

선암사는 작지만 아기자기하며 예쁜 절이었다. 문화의 보고 답게 보물이 12점이나 되는 볼거리도 많은 곳.  차를 세우고 잠깐 걸어 올라가야 하는 언덕 주변에는 야생의 차 나무가 있었는데 귀하다고 하는 야생차를 손이 없어 따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쉬워 하는 다도협회 회장님. 절 입구 바로 앞에는 지허 스님이 말씀하셨던 삼인당 이라는 연못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릴 반기고 있었다. 그냥 물이 고여 있을 뿐인데 묘한 느낌을 주는  신비스런 연못이다. 좋은 계절에 찾아와서 그런지 경내에는 온갖 꽃들로 가득차있었다. 내가 본 것중 가장 큰 크기라고 생각하는 붉은 철쭉 나무가 화려하게 꽃을 만개하고 있었다. 모두들 사진을 찍는 선암사 내 가장 인기있는 사진스폿.

선암사
- 야생 차나무


선암사
- 선암사 입구


선암사
- 경내의 문에 새겨져 있던 연꽃무늬



선암사

선암사


선암사
- 선암사 경내 돌벽에 핀 금낭화


선암사

선암사

선암사

선암사

선암사

선암사

선암사

선암사

선암사
- 흐드러지게 핀 철쭉


선암사

선암사

선암사

선암사

선암사

선암사

선암사

선암사

선암사
- 삼인당





천년 묵은 매화나무를 보러 갔다. 곧 보물로 등록될 예정이라고 한다. 꽃이 피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은 매화나무 치곤 큰 크기를 자랑한다. 대각국사 영정도 구경했다. 원본은 커다란 나무 함에 보관되어 있고 경내에 걸려 있는 것은 카피본. 원본의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보관된 나무함만 봐도 그 웅장함을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선암사
- 선암사의 천년 묵은 매화나무


꽃이 만발한 선암사 경내를 이곳 저곳 구경하며 돌다가 아래로 내려가 승선교를 구경했다. 선암사 구경을 마치자 우리의 일정은 다 끝이났다. 대절한 버스가 전주차라 우리는 이 차를 타고 바로 전주로 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조금 일찍 일정이 끝나는 바람에 같이 저녁을 먹으러 유명하다는 냉면집으로 향했다. 식사시간에는 줄을 서서 먹는 다는 곳이었는데 나는 물냉면을 시켰다. 육수가 맛있다. 물냉면에는 사이다가 조금 들어갔는데 알싸한 맛이 났다. 개인적으로는 비빔냉면이 훨씬 맛있었다. 감칠만 나는 맛. M양이 면을 추가 하길래 나눠 먹었다. 먹고 나니 또 생각난다.


선암사

선암사
- 승선교


선암사

선암사

선암사

선암사
- 냉면집 안뜰




다른 사람들은 정읍의 절로 돌아가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우리는 인사를 하고 M양과 나는 그대로 버스를 타고 전주로 돌아왔다. 기사 아저씨가 전주 시내 근처에서 내려 주셔서 영화를 보고 있을 쭈니군과 합류할 시간까지 시내에 있는 사우나에 가서 몸을 풀기로 했다.

뜨거운 물에 반신욕을 하고 땀을 조금 흘리고 나니 개운하다. 목욕을 하고 나와서 문자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8시 영화를 실수로 못보고 지금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메가박스 앞에서 만나서 근처의 커피숍으로 갔다. 전주 스타일이라고 하기엔 홍대 분위기에 가까운 인테리어의 카페였다. 내부 장식이나 서빙 스타일이  홍대 'Behind'랑 너무 비슷해서 체인점 같은 거냐고 물어보니 그것도 아니라고 한다. 라테 한잔을 시키고 밖에서 사온 빵을 나눠먹으며 허기를 채웠다. 쭈니는 그 와중에 심야를 보겠다고 표를 끊었다.


- the Caffe











숙소로 돌아가 하루종일 피곤했던 다리를 쉬며 짐을 푸는 동안 쭈니군은 심야를 보러 삼성문화회관으로 출발했다. 쭈니군의 아이북으로 오늘 찍은 사진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잠이 들었다. 내일은 영화제 마지막 날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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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8 22:38 2007/05/08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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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ilver 2007/05/09 15:13  Modify/Delete  Reply  Address

    꽃들이 참 탐스럽게 피어있어 눈을 즐겁게 해주네...봄소풍 지대로 다녀오셨군~ 좋았겠삼 ㅋㅋ

    • 박군 2007/05/10 00:51  Modify/Delete  Address

      전주영화제는 꽃피는 좋은 계절에 열려서 너무 좋아. 요즘은 영화보다 전주 근교를 여행하는 맛에 가게 되는 구만. 내년엔 같이 가자우...

금둔사


고즈넉한 산중턱에 금둔사가 있었다. (원래 금둔사는 매화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 계신 주지스님이신 지허 스님은 한국의 자생차에 대한 전문가로 유명하신 분이라고 한다. 암자로 초청받아 방으로 들어가서 차를 대접받았다. 서울대학을 나오셔서 성악을 전공하신 분이라고 하는데 절에 들어오셔서 지금은 차를 만드시며 절을 가꾸고 계신다고 하셨다. 우리가 이후에 갈 '선암사'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다.


금둔사
- 벚꽃잎이 날려 떨어진 운치있는 연못


금둔사
- 바람이 꽃잎이 날리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금둔사

금둔사

금둔사

(스님이 하신 말씀을 들으며 받아 적었는데 정리가 엉망이긴 하지만 일단 한 번 정리해 보았다.)

선암사는 문화의 보고이다. 조계사의 바위에 신선이 놀고갔다고 해서 '선암사'라고 불린다. 송광사와 선암사는 8킬로미터 거리에 나란히 있다. 해발 900미터가 안되는 산 안에 큰 절이 두개가 있는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전국사찰 31개의 본산 중 군 하나에 두개가 같이 있는 유일한 곳.

선암사는 천년을 넘는 역사를 지닌 절이고 특징은 전통적인 한국스러움을 지닌 절이라는 점. 수행풍토가 잘 가꾸어진 절이다. 태고종의 유일한 총림이기도 하다. 부처님이 팔만대장경에서 말씀하신 수행도 참선도등 여러가지 참선을 하는 스님들이 계시는 곳. 종합 수도 도량이다. 상선원 하선원. 강원, 정읍원. 도감원. 염불원이라고 하는 6방에서 자기수행을 하는 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전통적인 사찰이다.
선암사의 대웅전은 41평밖에 안된다. 주위에 있는 건물들은 다 100평이 넘는다. 하지만 그 중 대웅전이 가장 크게 보인다. 이것이 한국 건축의 묘미이다.
선암사에는 '승선교'라고 하는 신선이 되어 올라가는 다리가 있는데 한국사람들은 무지개를 좋아하여 무지개를 다리로 만들어 그위로 걸어다녔던 민족이다.
그외에 '삼인당'이라고 하는 연못이 있다.

금둔사는 금쌀이 돋는 절이라는 의미이다. 모든 사람이 마음이라는 종자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싹이 트고 꽃이 피는 것이다. 하지만 주위에 번뇌같은 게 있으면 마음의 싹이 자라지 못하게 되니까 번뇌를 태우면 곡식(마음)이 잘 자라게 되는 것이다.

금둔사 주변의 산은 '금전산'이라고 하는데 그곳에 절을 하고가면 로또 당첨이 잘 된다고 한다. 몇명이나 와서 인사를 하고 가기도 했다. '금전'의 의미는 돈이 아니라 '금전비구'라고 하는 부처님의 500나한 중 한사람으로 약초를 캐서 팔아 하루 하루를 사는 가난한 사람이었는데 약초를 판 돈으로 꽃을 사 바친 인연으로 부처님과 만나 다시 부자로 태어나게 되었다. 이후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나한이 되었다. 부처님이 그에게 전생의 이야기를 해주며 '금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금전산에 있는 바위의 모습이 500나한이 둘러앉아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한다.

금전산에 있는 불상은 통일신라때 장효대사가 이곳에 계시며 축조한 것이다. 철강국사의 제자였는데 절이 정유재란때 불타고 없어진 후 탑과 불상만이 남게 되었다. 75년 당시 장마가 나서 수박이 맛이 없었는데 누가 산수박은 달고 맛있다고 해서 산수박을 찾아 이곳에 왔다가 불상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복원하고 이후에 지정 문화재가 되었다.

이후 이곳에서 차를 만들어 찾아 오는 일본인에게 팔았는데 한국사람들에게는 공짜로 줘도 일본인에게는 10만엔씩 받고 팔았다. 그래도 사더라. 10년정도 그렇게 차를 팔아 번 돈으로 도량을 다시 세웠다. 이곳에 찾아오는 일본인에게 여기는 일본에 의해 불탄 곳을 일본 사람들의 돈으로 새로 지은 곳이다 라고 이야기 해준다.

'선암사'에는 12가지의 보물이 있다. 승선교. 탑. 대각국사영정. 대각암부도, 북부도, 동부도, 탱화 등등..


금둔사


말씀을 들은 후 스님이 직접 만드신 차를 시음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혀 쓰지 않고 부드러우며 고소한 맛의 차였다. 스님 말씀으로는 '다정다감한 맛'이라고 한단다. 멤버중에 한 분이 정읍다도협회 회장분이 계셨는데 그분 말씀으로는 지허 스님은 '한국의 차는 숭늉같은 맛'을 강조하시는 분이라고 한다. 3잔정도 차를 마셨다. 살랑 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한 암자의 방 문턱에서 차 한잔을 얻어 마시는 기분은 과히 신선놀음하는 기분과 다르지 않았다.

금둔사
-차를 내리고 계시는 지허스님

금둔사

금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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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전산 석탑으로 올라가는 길


금둔사
- 보물 제945호 금둔사지 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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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 제946호 금둔사지 석불비상


금둔사

금둔사

금둔사

금둔사

금둔사
- 암자로 올라가는 다리

금둔사



스님께 차에 대한 예를 하고 인사를 드린 후 뒷산에 있는 탑으로 올라갔다. 3번 탑돌이를 하면 소원을 이룬다길래 탑을 돌았다. 낮에는 오른쪽 밤에는 왼쪽으로 도는 것이라고 한다. 나름 진지하게 소원을 빌었다.

그길로 다시 차에 올라 오늘의 마지막 여정인 '선암사'로 향했다.


금둔사 홈페이지 http://www.geumdunsa.org/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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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3 00:13 2007/05/0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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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김씨 2007/05/08 10:01  Modify/Delete  Reply  Address

    바람에 꽃잎이 날리는 풍경이라 캬아~

6시에 눈을 뜨고 정읍으로 갈 준비를 한다. 묻지마 관광팀이 정읍의 한 절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전주에서 정읍까지 1시간 정도를 시외버스를 타고 달려 우리를 태워주시기로 한 M양의 일본어교실 멤버인 백선생님 과 만났다. M양의 다른 친구 쑥양까지 해서 3명이 이번 묻지마 관광의 꼽사리 멤버다. 우리를 태우저신 백선생님은 알고보니 우리과 85학번 선배님이셨다. 제일기획을 다니시다가 서울 생활을 접고 정읍에 터를 잡고 그림을 그리며 전원 생활을 만끽 하고 계시다고 했다. 2인승 지프의 뒷자석 화물칸에 몸을 싣고 오늘의 집결지인 절로 향했다.

정읍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언덕에 있는 암자에 털복숭이 삽사리가 맞아주는 조그마한 절이었다. 절 주지스님을 중심으로 자주 문화모임을 갖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같은 것이 있는데 오늘은 그분들의 야유회에 끼어 가는 여행이다. 5살짜리 꼬마부터 20대 대학생, 부부, 30대 노처녀, 보살님에 스님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여행이 되어버렸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24인승 마이크로 버스에 올라 순천으로 향했다.


사진이 많아서..(전체보기)



2007/05/02 23:29 2007/05/0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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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쭈니군 2007/05/03 00:44  Modify/Delete  Reply  Address

    우훗~ 구경한번 잘했습니다.

    (근데.. 중간에 무두질 아저씨도 마네킨? @@ 넘 리얼한데)

  3. 엠양... 2007/05/03 09:20  Modify/Delete  Reply  Address

    와~~이날 재밌었죠 !!또 생각난다..
    특히 우유..느무 맛났어요..!!!방금도 배달우유 먹었는데 입안에 텁텁하게 남는것이..
    그날 먹었던 맛난 우유가 생각나네요..ㅠㅠ
    (글고 언니 백선생님께서 터를 잡고 있는곳은 정읍...오타나셨데요~~^^)

  4. 김씨 2007/05/08 10:18  Modify/Delete  Reply  Address

    낙안읍성! 그렇게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던 곳. 사진으로 일단 눈구경 잘 했슴더~

    • 박군 2007/05/08 23:03  Modify/Delete  Address

      낙안읍성 좋았어요. 단체여행이었던 탓에 순천까지 갔음에도 진짜 가고 싶었던 기적의 도서관에 못간게 참 아쉽네요. 다음엔 꼭...

2007년 4월 27일 오후 8시 메가박스 4관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시네토크 정리.


모더레이터 : 이 영화를 만들 때 최초로 떠오른 이미지는?

박찬욱 : 두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둥글게 환자들이 모여 앉아서 치료를 받는 모습이다. 그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당시에는 사이보그라는 이미지는 없었고 정신병원의 환자 여러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가운데 남녀 환자가 사랑을 하는 이야기가 들어간다 정도였다. 이것이 시간이 좀 흐른 뒤에 꿈을 꾸었는데 영화에 나온 그대로 턱이 빠지면서 총알이 날아가는 소녀의 모습이 나왔다. 탄창을 교체하는 부분이 좀 다르긴 한데 꿈에서는 허벅지 한쪽에서 탄창 교환이 이루어지는 식이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허벅지 안족을 보여주기가 좀 그래서 뺐고 사이보그 망상환자라는 부분이 추가되었다.

모더레이터 : 감독님은 Mr. Vengeance라고 불릴 정도로 복수3부작으로 유명하신데 이번 '사이보그..'는 영화가 처음으로 밝게 끝난다. 어떻게 보면 좀 낯설게도 느껴지는데?

박찬욱 : 나라고 해서 언제까지 그런 영화만 찍을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데이빗린치도 '스트레이트 스토리'를 찍었지 않았는가. 브람스도 늘 무겁고 어두운 음악만 작곡한 것 같지만 '대학축전서곡' 같은 곡도 썼었다. 영화는 카테고리를 만들려고 하는 부분이 강한 것 같다. 내 자신은 언제나 그런 장르의 영화만 만들 생각은 없고 언젠가는 이런 것을 하고 싶었다. 3부작을 끝내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이런 영화를 찍고 싶어졌다.

모더레이터 : 이 영화에서의 정신병원은 사회적 통념의 정신병원과는 다른 새로운 공간이 등장한다.

박찬욱 :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공간인 경우 어떻게 하면 다른 영화에서 안한 걸 택할지가 중요하다. 나는 영화를 만드는 발상이 지극히 부정적인 편이다. 남이 안한 것이 무엇인가 부터 시작하는게 문제다.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전에 이런 공간 (정신병원)은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만약 다른 감독이 한다면 어떤식으로 할까? 예를 들어 봉준호 라면 어떻게 할까 (웃음)  임권택 감독이 한다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본다.


모더레이터 :  영화를 보면 음식의 선택이 탁월하다. 무우와 순대가 나오는데 양도 자그마치 70KG이다.(웃음) 엄마가 유골가루와 순대소금을 헷갈리는 장면도 재밌었다. 이런 음식들을 영화속에 등장시킨 이유는?

박찬욱 : 그 부분은 즉흥적으로 쓴 것 같은데 ... 무우는 깨끗한 느낌이 든다. 갉아 먹기 적당한 야채였기도 했고 (웃음) 굉장히 맛있는 건 아닌데 (별 맛이 없을 때 무우맛이다 라고 하는 것 처럼) 그렇다고 자극적이지도 않은 맛. 순대는 반대로 느끼하고 징그럽게 보인다. 영군의 엄마는 돼지 부속을 취급하는 가게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전주에 오자 마자 국밥을 먹었는데 음식 이름이 '암뽕'이었다. 뭐냐고 물어보니 그게 바로 '새끼보(돼지자궁)' 라고 했다. 그곳은 머릿고기등 내장기관을 다루는 식당이었다. 엄마가 순대를 만드는 장면은 일부러 조명을 붉게 해서 무시무시하고 징그럽게 보이게 햇다. 소금이 바뀌는 장면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엄마가 말을 자주 바꿔 하는 사람인데 행동도 바꿔치기 하는 장면을 넣고 싶었다.


모더레이터 : 순대에 대한 영어 자막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예전에 길에서 '순대렐라'라는 가게를 본적이 있다(웃음) 그럼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질문 : 고등학생 시절에 안되는 줄 알면서 몰래 올드보이를 보고 최고의 반전이라고 생각했다. '사이보그..'가 감독님의 영화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고 놀랐는데 정지훈, 임수정이라는 두명의 유명인을 기용하게 된 계기가 궁금.

박찬욱 : 순서로 봐서는 지훈이가 먼저다. 처음 만난 것은 MBC에서 추최한 영화시상식에서 였는데 지훈이가 게스트로 나와 춤추고 노래를 했었다. 영화가 하고 싶어서 영화시상식 섭외는 거절하지 않고 늘 참석해왔던 모양이었다. 댄스 음악에 대한 애정은 없었는데 눈앞에서 지훈이가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 약동하는 젊음, 힘이 느껴졌다. 흔해빠진 댄스 가수 이상이었다. 반해버렸다. 천진한 미소의 힘에 매료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내노라 하는 도도한 한국배우들이 입을 벌리고 쳐다보고 있는 표정을 보면서 저 친구를 캐스팅하면 여배우 캐스팅은 마음대로 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저런 사람이 출연할 영화를 만들 일은 없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청춘영화를 만들려고 하다 보니 지훈이 생각이 떠올랐다. 금자씨 후반작업때 '비'가 놀러왔다. 날 보러 온 건 아니었겠지만.(웃음) 그날 저녁에 술을 같이 먹으며 친해졌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생각을 알게되어 영화를 같이 하게 되었다.

남자배우로 지훈이를 캐스팅 하자 상대역으로 임수정이랑 하고 싶다고 했다. 원래 임수정을 좋아했다고 한다. (웃음)  나는 TV를 전혀 보지 않는 사람인데 누가 틀어놓은 TV를 곁눈으로 우연히 보다가 '학교4'에 어떤 아가씨가 연기를 하는 게 눈에 띄어서 알고보니 그게 임수정이었다. 그러다가 김지운 감독으로 부터 '장화홍련'의 오디션 심사를 부탁받고 가보니 거기에 임수정이 왔더라. 김지운 감독에게 임수정으로 하라고 강요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다.

지훈이는 참 영리한 사람이다. 자기가 연기가 부족하니 상대배우가 '선수'가 되어야 덩달아 자신의 연기도 업그레이드 되는 것을 아니까 (송강호와 같이 연기하면 송강호급 연기가 나오게 된다) 수정양을 뽑아 달라고 부탁했던 것 같다.


질문 : 영화는 별로 본적이 없지만 음악에는 관심이 많은데 영화속에 3/4 박자의 왈츠를 많이 삽입하신 것 같다. 그 음악이 영화에 몰입하게 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의도적으로 쓰신 것인지?

박찬욱 : 이번 영화에서는 안그럴려고 했는데 ...
이 영화의 음악감독은 '조영욱'이라고 하는데 'J.S.A.',' 올드보이','금자씨'등을 같이 했다. 결론을 내린 것은 내 영화에는 춤곡이 잘 어울린다는 것. 왈츠라는 것이 갖고 있는 움직임이 느껴지면서 화사하기도 하고 화려하기도 한 음악 양식이 어두우나 밝으나 잘 어울린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것 저것 여러가지를 시도해 본 결과 그렇다. '사이보그..'도 처음엔 일렉트로니카 도 생각했지만 이게 제일 나았다. 영화속 모든 음악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중요한 부분의 곡은 왈츠다. 왈츠가 아닌 것도 많지만 역시 왈츠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질문 : 이번이 두번째 관람인데 볼 때마다 궁금했다. 오프닝의 크레딧의 시도가 신선했는데 그 장면은 CG처리 한 것인지? 실제로 제작을 한 것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의 의도로 그런 방법으로 만들게 되었는지?

박찬욱 : 그런 시도를 한 영화도 더러 있다. 델리카트슨도 그러했고... 그건 CG가 아니고 다 실제로 제작한 것이다. 요즘 시대의 영화는 기껏 열심히 만들었는데 CG라고 생각한다는 점.(웃음) 이번 것은 아날로그로 만든 거다. 굳이 이렇게 했던 건 촬영감독의 의도에 의한 것이다. 영화가 저예산이다 보니 스탭들이나 배우들에게 돈을 제대로 주지 못했다. 원래 받는 것의 반정도 밖에 못줘서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기분이나 좋게 해줄려고 만들었다 (웃음)


질문 : 감독님 초기 작품과 지금의 작품을 비교해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박찬욱 : 단편 빼고 '사이보그..'는 내가 가장 흡족하게 생각하는 영화다. 제일 덜 부끄럽다. 생각한것에 가장 가깝게 만들어졌다. 다른 영화는 애초 생각에 못미치는 장면도 많지만 .. 다른 영화는 만들어 놓고 보기도 싫었지만 이 영화는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다. 보통은 만들때 질려서 보기 싫고 죽어 버리고 싶어진다. 은퇴까지도 생각한다.(웃음) 괜찮은 장면도 더러 있지만 못한 장면이 많다. 하드한 장면을 영화 만들면서 몇백번이고 계속 보고 있으면 다시는 보고 싶지 않게 된다.(웃음)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게 덜하고 두 꼬맹이들이 노는게 귀엽고..조연들도 귀엽고.. 참고 다시 볼 수 있어 좋았고 처음으로 관객들과 같이 보고 싶고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영화다. 지훈이 연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수정이 연기가 너무 예뻐서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


질문 :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인데 주변의 외국 친구들이 '올드보이 봤냐?' '금자씨 봤냐?'라고 물어 올때면 정말 자랑스럽다. 영화 한편이 큰 작업인데 상상력과 영혼의 감수성은 어떻게 충전하시는지?

박찬욱 : 요즘에는 씨네마테크에가서 고전영화 보는게 제일 중요하다. 좋은 문학작품을 읽는것도 중요하다. 문학쪽이 좀 낫다. 영화는 영감을 얻게 하기도 하지만 위축시키고 좌절시키기도 하니까 정신적으로 좋지만은 않다. 나 같은 놈은 뭐하러 영화 만드나 저런 영화가 이미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때가 많다. 그래도 보게 된다. 한 명의 창작자로서 도움을 얻고자 하기 보다 관객으로 보는 것이 중요.


모더레이터 : 해외 영화제에 많이 초청되시는데 예전에 관객으로 만났던 사람을 실제로 보게 되어 떨렸던 사람, 감독으로서 후배들에게 존경한다는 말을 들었을때의 감정은 어떤지?

박찬욱 : 최고로 떨렸을 때는 데이빗린치를 만났을 때 였는데 그는 내가 누구인 지도 모르고 호텔 복도에서 잠깐 스쳐지나갔을 뿐이었다. 데이빗 린치 쪽에서 '굿모닝'하고 인사를 했었다. 베를린영화제 였는데 출품한 건 아니고 새 영화 프로모션차 간것이었는데 당황해서 대꾸도 못했다. 나는 떨리는 걸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떨렸다.

그리고 밥을 먹는데 클린트이스트우드와 건너편으로 마주보고 2시간 동안 식사를 하게 된 상황. 같은 자리에 앉은 건 아니고 옆 테이블의 마주보는 자리에 앉은 것이었다. 그날 클린트이스트우드는 몸이 안좋아서 스캐쥴을 전부 취소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상황이어서 말을 걸진 못했다.
그리고 로만 폴란스키에게 초대받아 간 적이 있는데 그때는 같이간 아시아여성들에게 관심이 더 많았다.(웃음)
만나서 즐겁게 떠든 상대는 '카메론 크로우', 길예모르델토로'였다. '판의 미로'를 보기 전이었는데 호인이더라.

나는 국제영화제 참가 게스트 중에서도 어린(?)편이라 나보다 젊은 사람을 만나긴 힘들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존경' 같은 걸 들으면 얼떨떨하고 적응이 안된다.


질문 : '사이보그...'는 감독님 영화중에 다시 보고 싶은 영화라 좋았다. 이 영화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길 원하는지? 궁극적으로는 뭘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인지? 많은 스탭을 이끄는 방법은 무엇인지?

박찬욱 : 어떤 영화를 보고 영향을 받는 다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J.S.A.' 같은 것은 현실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메시지'가 있는 영화였지만 (정치가나 국회의원들에게..) 그런 것은 특별한 경우였고 영향을 준다는 것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밥먹는 행위를 세분화 해서 그것이 마치 인 것처럼 꼼꼼하게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느낌을 줄 수는 있겠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건강하다는 기준에서 상대를 변화시키기는 어렵다는 사실. 현실적인 태도는 변화시키기 힘들고 그럴때는 그대로 둔 채 다른 길을 찾는게 필요하다는게 영화를 만들때의 생각이다.

뭘위해 영화를 만드는 가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팀을 꾸려서 일하는 것은 나의 경우는 늘 함께 해왔던 사람과 함께 하는 현장이었기에 노는 듯 일해왔지만 늘 좋은 것만은 아니고 긴장이 떨어지는 때도 있다. 현장이 느슨하긴 하지만 편하고 자연스럽게 굴러간다. 역시 제일 좋은 것은 같은 팀과 가는 게 좋고 그러려면 애초에 잘 뽑아야 한다. 나도 데뷔작 부터 잘 한 건 아니다.

모더레이터 :'희망을 버려' '힘냅시다' 가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밥;이 작년 충무로의 키워드였던 느낌인데 '가족의 탄생'에서도 마지막에 밥을 함께 먹자고 하는 장면이 나오고 '괴물'에서도 유사 가족인 아들과 송강호가 밥을 먹으면서 영화가 끝난다. '밥'의 은유에 대해 가장 크게 말한 건 '사이보그..'라고 생각하는데 살아야 된다는 밝은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박찬욱 : 정말 그런 느낌이다.FM라디오를 자주 듣는데 라디오 DJ가 매일 이야기 하는게 그런거다. '희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희망을 가져라' 뭐 이런 것. 참 듣기 싫다. 희망을 가진다고 뭐가 되나? 내가 겪어 본 바로는 그렇지도 않다. 그런 거짓말은 집어 치우자. 그렇다고 그냥 두지는 못하니 존재의 이유가 밥먹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 한국 영화에서 그런게 자주 등장하는 것은 거창한 것에 대한 염증이 났기 때문인 것 같다. 관념적인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비슷한 시기에 표출된 듯 하다.

질문 : 영화를 작업하시면서 힘드시겠지만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만드시는지?

박찬욱 : 우선 내가 갖고 있는 주용한 자세는 직업인으로서의 자세다. 영화 감독은 예쑬인이기 보다 직장인이고 촬영 현장은 사무실이다. 직장에서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한다. 그래서 최대한 근무 환경을 쾌적하게 한다. 투자 하는 사람들에게 후회하지 않게 한다. 라는 최소한의 직업 윤리에 대해 생각한다. 나의 사적인 영역이 직업과 섞이지 않게 조심한다. 예전엔 그 구별이 잘 안되었는데 피해 보는 것은 나 개인의 정서등이 다치기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구별하도록 노력한다. 일은 직장인이 퇴근하면 일을 잊듯이 집에오면 일을 잊으려고 한다.


질문 : 전주영화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며 평가하시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 갔으면 하는지? 어떤 프로에서 감독님이 영화를 찍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지 라는 질문을 했는데 감독님이 그때 '가정을 버리면 된다' 라고 하셨었는데 그건 농담이었는가?

박찬욱 : 전주국제영화제는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다루고 디지탈이나 인디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 영화제다. 그것이 가장 구별되는 점이다. 확실히 프로그램을 꼼꼼히 보니 그렇더라. 염려되는 점은 관객이다. 지역사회 대중이 좋아해줄까 하는 점이다. 선정된 작품들은 정말 맘에 든다. 내년부터는 꼭 몇일 묵으면서 보리라 결심했다. 오늘 본 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였는데 '인터뷰'라는 작품이었다. 정말 재밌었다. 그런 것은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다. 꼭 보시길 바란다.

예전만큼 책도 못보고 영화도 못본다. 모든 걸 다할 수는 없으니 포기 해야 하는 부분이 생긴다. 어느 순간에선 선택해야 할 순간이 생긴다. 지금에 후회는 없다.


질문 : 금자씨는 잔혹한 복수를 다루고 있는데 코레에다 감독의 '하나'역시 복수를 주제로 하면서도 따뜻한 복수를 그리고 있다. 감독님이 그런 식의 복수를 찍는 다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따뜻한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으신지? 복수 시리즈를 만들면서 아쉬웠던 점은?

박찬욱 : 복수는 100편도 만들 수 있다. 인간의 복잡한 감정의 장면을 다룰 수 있는 무대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이 같이 만들자고 보내오는 시나리오 중 70~80%가 복수극이다. 이러다가 보면 언젠가는 좋은 시나리오가 드어오지 않을까 싶다. 만약 찍는다면 서부극을 찍고 싶다. 또 복수극을 찍는 다면 어떻게 찍을지 모르지만 '하나'처럼 (하나를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복수극이 되진 않을 듯.

모더레이터 : 차기작으로 '박쥐'를 준비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박찬욱 : 어떤 각본이 나올지 나도 궁금하다. 5월6일부터 금자씨를 같이 했던 작가와 같이 각본을 쓰기로 했다. 뱀파이어물인데 공포는 아니고 멜로에 가깝다. 치정 드라마이고 범죄가 나오는 이야기. 규모가 작고 인물 구조가 단순하다 (4~5명 정도?) 공간도 한정되어 있어 숨막힐 듯 콤팩트한 영화가 될 듯. 캐스팅은 각본을 써봐야 해서 누가 될지 아직 모른다. 현실적이고 냉정한 사랑이야기가 될 예정. 원래 사실 이번 영화는 전체 구성을 짜 놓고 쓰기로 (남들 하듯이 나도 해보고 싶었다) 했었는데 그게 나에게는 맞지 않아서 결말은 모른채 첫 씬 대사부터 쓰고 있다.

GV 끝







2007/05/01 08:10 2007/05/01 08:10
Posted by 박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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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엠양... 2007/05/02 08:30  Modify/Delete  Reply  Address

    오우...갱장해갱장해`!!!!!


날씨 좋은 주말, 올해로 8번째 맞는 전주국제영화제를 보러 전주로 향했다. 개인적으로는 2000년 전주국제영화제 시작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참가한 의미있는 영화제로 한 번에 34편씩 보던 초기의 열정은 사라졌지만 (-_-;) 그래도 해마다 가고 싶어지는 영화제. 꽃피고 새우는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에 열리는 터라 느낌 좋은 여행과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좋다.


느즈막히 4시쯤 전주에 도착. 전주역 앞에 서 있는 셔틀을 타고 영화의 거리로 갔다. 8시에 볼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의 표를 찾으러 티켓부스쪽으로 갔다. 올해는 매가박스 1층에 따로 부스를 마련해서 제대로 된 티켓카운터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우선 가방을 맡기러  JIFF광에 간김에 베낭 대신 들고 다닐 조그만 가방 하나를 구입했다. 작년부터 영화제 기념품 디자인과 퀄리티가 좋아져서 이것 저것 구입하고 있는데 작년 가방도 예뻤지만 올해의 가방도 디자인도 심플하고 들고 다니기 편한 가벼운 소재라 꽤 만족스럽다. 새로 산 가방에 카메라랑 노트 같은 걸 집어 넣고 베낭을 맡긴 다음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의 거리 구경을 하기로 했다.

시내 중심에 있는 공영주차장을 이용해 올해도 무대와 함께 티켓부스 및 여러 편의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길 중간에 교보문고에서 마련한 길거리 도서관이 있어 눈에 띈다. 작년까지만해도 없었던 교보문고가 전주에 새로 생겨 마련한 자리인듯 했다.






점심 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배가 몹시 고팠다. 전주에 왔으면 꼭 들러야 하는 '베테랑 칼국수'로 가서 배를 채우기로 했다. 오랜만에 먹는 베테랑 칼국수는 역시나 '아름다운' 맛이었다. 배가 고팠던지 국물까지 싹 비우는 괴력을 발휘. 역시 해마다 먹어도 질리지 않는 전주의 맛이다.


베테랑 칼국수를 나와서 경기전을 지나 시내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해질녘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어 한산한 경기전의 모습이 고즈넉해 보인다. 예전보다는 경기전에 핀  철쭉들이 많지 않아 보인다. 날씨 탓인지 잎이 꽃과 함께 나버린 탓인가보다. 화려한 색의 꽃으로 만발하던 경기전 모습이 그립네..



8시 영화를 보기 위해 메가박스 앞에서 M양과 조우. 이미 본 영화인데 다시 보기로 한 이유는 박찬욱 감독이 참가하는 시네토크가 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재밌게 본 영화라 감독과의 대화를 한번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 처음 볼 때 보다 내용이 좀 더 정리된 느낌이 들고 관객들의 반응도 더 좋았기에 더 재밌게 느껴졌다. 영화끝나고 시네토크의 준비가 있었는데 박찬욱 감독이 오는 터라 프레스들의 수가 상당히 많았다. 관객반응도 좋아서 그런지 박찬욱 감독의 표정도 밝은 편이다. 1시간정도 이어진 토크의 내용도 좋았고 감독의 답변도 충실했다는 느낌. 감독 개인이 사랑하는 영화라는 기분이 보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전달되는 시간이었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시네토크 정리 보러가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주를 찾은 후배 쭈니군과 극장 앞에서 만나 숙소(?)인 M양의 집으로 향했다. 저녁들을 제대로 못먹은 탓에 허한 속을 달래기 위해 전주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햇살치킨'을 주문했다. 바베큐 치킨에 양념을 한 걸로 '순한맛'과 '매운맛' 두가지를 시켰는데 정말 맛있었다. 떡볶이 떡도 같이 들어 있어 더욱 감칠맛이 난다. (바베큐라서 기름을 한방울도 안썼다고 광고하고 있었음) 한마리밖에 안시킨 것을 모두들 아쉬워 했다. (재밌는 것은 닭을 넣어 배달 된 종이 가방이 쿠폰이라고 한다.)



내일은 영화 예매를 못한 탓에 (라는 변명으로 여행하는 날..) M양의 아는 사람을 통해 꼽사리끼는 '순천여행'을 하는 날이다. 일찍 일어냐야 한다.


Nikon Coolpix 8700
2007/05/01 07:59 2007/05/0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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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엠양... 2007/05/01 14:03  Modify/Delete  Reply  Address

    닭 맛있었어요~~~~♡디카 멋진데요...

  3. 김씨 2007/05/08 10:24  Modify/Delete  Reply  Address

    고향이 꼭 전주 같아요~^^

미나리아재비 / Canon Eos300D / Photo by Serbong



주말동안 전주로 봄 볕 쬐러 갔다 옵니다.
다시 한 번 '철근콘크리트'의 현란함을 맛보고 아사노 타다노부의 숨결을 잠시 느끼고 오리...
물론 봄 소풍은 기본..


덧: 사진은 봄내음 효과를 위해 아빠의 홈페이지에서 무단으로 퍼옴...-_-;
2007/04/27 02:45 2007/04/27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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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ilver 2007/04/27 13:56  Modify/Delete  Reply  Address

    봄볕 좋은 날 잘 골랐네...전주에 도착했겠군...재밌게 즐기다 오시게ㅋㅋ

  3. 이시다 2007/04/27 14:19  Modify/Delete  Reply  Address

    철콘 근크리트가 맞는 제목이던데요.^^입맛이 없어 그런가,콩나물 국밥 먹고 싶어 몸살날 것 같아요.

    • 박군 2007/10/25 03:59  Modify/Delete  Address

      맞습니다. 원제가 '뎃콘긴크리토'지요. 근데 한글로 그리 써 놓으니 좀 이상해서 그냥 그렇게 썼습니다.. (한글 제목을 일본 제목 그대로 옮겨 쓸줄 몰랐는데 의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