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펀지 압구정에서 브런치 시사회로 [안경]을 상영하면서 오기가미 감독과의 대화시간도 함께 한다길래 삼색영화제 GV 예매했던 것을 취소하고 평일 오전11시 상영작으로 바꿨다. 압구정까지는 좀 귀찮은 걸음이긴 하지만 조금은 더 여유있는 감독과의 대화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브런치상영회라서 카모메식당에 나오는 그 시나몬롤과 함께 커피가 제공된다. 개인적으로 계피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속의 시나몬롤을 보면서도 맛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저건 계피 덩어리야'라는 생각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으나 그래도 한 번은 먹어보고 싶었다. 영화 상영후에 극장 로비에서 직접구운 시나몬롤과 커피가 제공되었다. 계피냄새가 생각보다 많이 나지 않아서 우선 안심 계피맛보다는 흑설탕의 맛이 더욱 강해서 생각외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부드러운 커피 한 잔과 시나몬 롤. 영화속에서 보던 그 맛이 이런 맛이었을까? 갓구워 따끈 했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 시간 후에 바로 감독과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2007년11월27일 화요일 / 스펀지 압구정 / 오전 11시 /
[안경] 상영 후 시나몬 롤과 커피로 브런치를 즐기며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과의 대화
질문1. 영화에서 보면 감독님 특유의 그런 개그가 있는데 그런 걸 평소에도 즐기시는지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는지 궁금하다. - 음...내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웃긴 개그보다는 피식 피식 웃는 정도의 웃음이 좋아서 그걸 영화에 넣고 싶었다.
질문2. 개그들이 원래 각본에서 부터 있는 개그인지 아니면 배우들이 애드립으로 연기한 것인지?- 전부 내가 직접 쓴 것이고 대본에 있는 '...' 부분까지 내가 직접 다 썼다. 주연인 고바야시 사토미씨 모타이 마사코씨(사쿠라역)는 일본에서 유명한 '역시 고양이가 좋아'라는 시트콤 드라마를 통해 20년이상 연기를 해왔는데 그 드라마 속에서 전부 애드립으로 연기를 해 왔기 때문에 일본에서 애드립이 가장 능숙한 배우들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선 애드립은 전혀없었다. 대사를 부드럽게 전달할 정도의 애드립은 몰라도 대본과 아주 다른 애드립이 들어간다면 아마 잘랐을 것이다.
질문3. 감독이 경험했던 가장 즐거운 여행은? 하고 싶은 여행은?- 음..어렵다.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 여기 오기 바로 전에 교토에서 단풍을 즐기고 왔는데 좋았다.
하고 싶은 여행은... 포르투갈에 가보고싶다. 일본처럼 구운생선 요리가 있고 쌀이 주식이라고 하는 소문을 들었다. 밥이 맛있는 곳에 가보고 싶다.
스펀지대표 : 스페인 음식은 짜다고 들었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을 가면 다른 건 몰라도 '짜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말만 알고 가면 될 정도라고 한다.(웃음)질문4. 감독님 영화를 보면 예쁜 장면이나 소품도 많고 음식도 먹음직스럽고 롱테이크가 많은데 콘티를 다 준비하고 찍는가? 아니면 즉흥적으로 찍는 편인가?- 그림을 잘 못그려서 콘티를 그리면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가 다 망가져 버리니까 안그리려고 하고 있다. (웃음) 소품이나 음식은 푸드스타일리스트등과 함께 골라서 분위기에 어울리게 세팅한다.
질문5. 장소가 예쁜데 어디서 촬영했는지? 얼마동안 어떻게 찍고 그 장소를 어떻게 찾았는지?- 일본의 가고시마현의 제일 남쪽에 있는 작은 섬 '요론도'에서 촬영했다. 촬영기간은 3월15일부터 4월15일 한 달간이었다. 나도 프로듀서도 '요론도'가 좋아서 언젠가 여기서 영화를 찍자고 생각했었다. 사실 헬싱키(카모메 식당의 로케지)보다 여기 가는게 더 멀다. 헬싱키는 직항으로 9시간이면 가지만 이 섬에 가려면 큐슈까지 가서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스펀지대표: 카모메 식당을 찍고 헬싱키의 그 싱당에 많은 일본인 관광객이 찾아갔다고 들었는데 장사가 잘 되니까 식당을 개조를 해버려서 지금은 많이 이상해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질문6. 영화속에서 가방을 끌고 가던 타에코가 마중나온 사쿠라의 자전거를 얻어 타고 돌아가면서 가방은 두고 갔는데 그 가방은 어떻게 되었는지?(웃음) '소유한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쇼유? (소유를 쇼유(간장)으로 잘못듣고 되물었음- 모두 폭소!)
나는 3년전에 남자친구와 같이 살고 싶어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옷을 뺀 짐이 종이상자로 3박스였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짐만 50박스였다. 그걸 보고 남자들은 물건을 잘 못버리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여자는 지금 가진 물건을 버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다음의 단계를 위해 나아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스펀지대표: 그건 개인차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번에 감독님이 한국으로 오실때 하네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셨는데 하네다 공항이 국내선 비행장이라 여권이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여권을 집에 두고 오셨던 모양이라 급히 남자친구분에게 전화를 해서 남자친구분이 회사원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서 여권을 가져다 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되게 자상한 분이신 듯. 박스이야기도 그래서 그런 것 같다.(웃음)질문7. 카모메 식당에서 호텔에서 다시 찾은 짐을 열었을 때 그 안에 버섯이 들어 있었는데 그 장면은 어떤 의미?
안경에서 '빙수'를 중요한 음식으로 택한 이유?
- 의미? 의미? 의미는 없어요.(웃음) 그녀에게 있어서 중요하게 간직하고 싶어 하는 것이 들어 있었을 텐데 그게 버섯이었다고 생각했다. 그걸로 인해 좀 더 그 곳에 있을 수 있으니까.
봄의 빙수는 좀 드물다. 보통 바닷가에서 여름에 빙수를 파는데 봄에 파는 빙수는 좀 다른 맛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스펀지대표 : 카모메식당 GV때도 그랬는데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다 의미가 없다고 대답하셨다. 항상 의미가 없다고 하시는데 지금 감독님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패스포트와 남자친구 그리고 고양이.
질문8. 의미 얘기가 나와서 말하는데 난 버섯이 의미가 있다고 봤는데 관객들이 거기서 의미를 찾길 바라고 그런 장면을 넣으신 건지? -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는 영화가 많은데 나는 영화를 보며 관객이 상상해주길 바라고 그것을 위해 공간을 일부러 비워 놓고 싶었다.
질문9. 영화 끝에 스틸 사진이 나오는데 영화장면과는 다른 장면이 나온다. 촬영중에 스틸로 남기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찍는 것인지 아니면 다시 연출해서 찍는 것인지?
- 사진가인 다카아시 료코라는 분이 현장에 있다가 그분이 찍고 싶을떄 찍고 그걸 나중에 나와 함께 골라서 넣었다.
질문10. 영화감독이 된 계기? 지금까지 영향을 받은 감독이나 영화가 있다면?- 대학시절에 사진을 전공했었는데 가만히 있는 사물을 찍는 것에 질려서 움직이는 화면을 찍고 싶어 영화를 배우러 미국으로 유학을 했다. 감독할 생각은 없어서 각본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쓰다 보니 재밌었고 내가 찍고 싶어져서 영화를 찍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영화감독이 된 것이라 영화를 그리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키 카리우스마키, 짐 자무쉬, 데이빗린치 같은 인디영화 감독들을 좋아한다.
질문11. 각본을 직접 쓰셨는데 기간은 얼마나 걸리셨는지? 섬이 좋아서 영화를 찍으셨다고 했는데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었나? 고바야시 사토미씨와 영화를 계속 찍으시는데 이 배우를 쓰는 이유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들자 라는 것 이외에 모타이 마사코씨 자신이 가진 신비스런 매력, 정의감, 깊은 애정등을 가진 캐릭터를 그대로 사쿠라씨에게 옮겨 그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을 그리고 싶었다.
영화는 총 3~4개월 정도 걸렸나? 카모메의 마사코씨가 그대로 사쿠라씨로 옮겨갔다고 해도 무방하다. 불가사의한 힘을 가진 매력적인 여성이다.
고바야시 사토미씨는 15살때부터 영화에 출연을 했는데 좋은 작품에 많이 출연하는 배우여서 어렸을 때부터 아주 존경하는 배우였다. 어떻게 해서는 같이 일해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카모메식당으로 같이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땐 그렇게 존경하는 배우와 같이 하게 되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다시 한 번 같이 해보고 싶어서 안경에도 출연하게 되었다.
질문12. 내 고향이 바닷가인데 바닷가 풍경를 잘 잡아내시는 것 같다. 혹시 고향이 바닷가인지?
'안경'에서 만돌린을 연주하면서 사쿠라씨와 장기 같은 걸 두는 모습이 나오는데 한 손으로 천천히 장기돌을 뒤집는 장면이 삶은 일상의 반복이라는 걸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엔딩에서의 가사가 멋있었다. '모든것은 여기에 있고 내가 여기에 있다' 가수와 노래제목을 알고 싶다.
마지막 질문은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라는 것이 또 다른 나와 만나는 것 그리고 내면을 치유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는? - 나는 도쿄도 치바시 출신이다. 바다가 있긴 하지만 영화속의 바다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정말
더럽다!
엔딩에 흐르는 곡은 오오누키 타에코씨의 '안경' 이라는 곡이다. 영화속의 만돌린 연주는 배우 둘이서 영화찍기 3개월 전부터 연습했고 직접 연주한 것이다. 그거랑은 좀 다른 이야기지만 모타이씨도 1개월 전부터 '메르시체조'를 연습했다.(웃음)
카모메식당을 찍으러 핀란드에 갔을때 그쪽 사람들이 휴가를 2~3개월이나 얻는 다는 소리를 듣고 놀랐다. 문명사회와는 동떨어진 자연속에서 2~3개월을 호수 옆 별장같은 곳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 빈둥 노는 사치스런 휴가를 즐긴다는 소리에 일본에서도 그렇게 아무것도 안하는 사치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고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스펀지대표 : 이 시간의 Q&A는 좀 드문데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다.
감독 : 오늘 보시고 재밌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1인당 5명씩 전해주세요 (웃음)
Minolta X-700 / Fuji Autoaut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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