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5일 / 서울 아트시네마 / 시네바캉스 - 6시30분, 8시30분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매해 여름마다 열고있는 시네바캉스 영화제에서 미이케 다카시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소식을 전해 듣고 뭐 볼게 있나 하고 뒤늦게 뒤적거려 보았다. 리스트를 보니 총 5작품 중 3작품은 이미 본 것이고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신작 두 편이 있길래 보러 나섰다.

한 작품은 [46억년의 사랑] 이라는 작품이었는데 황송하게도 마츠다 류헤이와 안도 마사노부 주연의 작품이었다. 영화에 대해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보러 갔기에 그 [46억년의 사랑]은 바로 두 남자 주인공들 간의 사랑을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살짝쿵 쿠쿵!

미이케 영화에서는 동성애가 자주 언급되고 있긴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꽤나 노골적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리얼함이 죄악으로 느껴지는 미이케 다카시의 기존 영화에 비해선 초현실적인 느낌마저 주는 연출이 소재를 좀 부드럽게 뭉그러 뜨리는 느낌이었고 그 덕분에 전체적인 영화의 인상이 기존 영화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겠다.

현실세계에서 일어난 사건과 그 사건때문에 들어오게 된 형무소 안의 세계를 이분화해서 표현하고 있었다. 현실은 리얼하고 형무소 안은 분리된 세상처럼 보인다. 마츠다 류헤이가 안도 마사노부를 죽이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과거와 현재가 교차 반복되는 연출로 살인 사건과 연루된 용의자를 심문하는 사건파일 형식으로 풀어내는 구성. 초현실적인 배경의 형무소. 그리고 처음과 끝을 알수 없이 서로를 갈구하는 두 남자의 관계. 영화 초반은 실험영화 같기도 하고 영화의 초중반은 야쿠자 폭력물 같기도 하면서 중반부는 미스테리 심리 스릴러물이다가 마지막은 순정물이 되기도 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의 영화였다. 게이바에서 일하다가 성폭행 가해자를 엽기적으로 살해한 죄로 잡혀들어온 마츠다 류헤이 그리고 불우한 어린시절 영향으로 폭력과 살인 강간등으로 교도소를 들락 거리는 안도 마사노부의 대비가 무엇보다도 찌인 하게잘 어울린다. 감방안에서 잠을 자며 괴로워 하는 안도 마사노부의 몸을 따라 흐르는 카메라의 노골적인 시선은 '블루스 하프'에서 어둠속에 잠든 츠지의 나체를 흩는 켄지의 시선과도 닮아 있다. 동성애를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카메라의 시선은 줄 곳 다른 곳을 응시하며 그 위에 뭔가가 있소 하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덕분에 영화는 미이케 다카시의 영화치고는 조금 어려운 내러티브를 갖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장르를 종잡을 수 없는 미이케 감독의 영화. 그는 조금은 감성적이 되어 가고 있는 듯 하다. 나는 여전히 그 능숙한 손놀림에 무참히 희롱당하는 관객이 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두번째 영화는 [태양의 상처]
사실, 볼까 말까 망설였던 영화다. 미성년 범죄와 싸우는 아이카와 쇼. 악질적인 미성년 범죄자에 의해 가정이 붕괴된 어느 가장의 처절한 싸움 이라는 부분에서 뒷맛이 찝찝할 것 같아서였다. 미이케 감독이 한번 찝찝하게 만들겠다고 맘만 먹는다면 끝까지 갔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국내 처음 개봉이기도 하고 신작의 근황이 궁금하기도 했기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만 ....

하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꽤 재밌었다. 뭔가 울분이 터지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 이 영화는 히어로물이었으며 주인공인 아이카와 쇼는 결국 적을 물리치고 승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피엔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아이카와 쇼가 연기한 가타야마는 딸과 아내가 있는 평범한 집안의 가장으로 우연히 길에서 부랑자를 습격하는 중학생의 무리를 발견하고 싸움을 말리다가 그 중의 리더인 카미키를 죽도록 패게 되면서 원한을 사게 된다. 카미키는 복수로 가타야마의 딸을 무참히 살해하고 그 충격에 아내마저 자살하게 된다. 하지만 언론에선 가타야마가 미성년자에게 폭력을 휘둘렀기 때문에 모든 사건이 발생했다는 식으로 되려 가타야마를 매도하게 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황은 뒤바뀌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니 언론에 의해 조작된 정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며 그로 인해 한 인간의 인생이 어떻게 무참히 짓밟힐 수 있는가를 다시한 번 절실하게 통감하게 된다. 카미키는 살인죄 이면서도 미성년자이며 죄를 뉘우치고 있다는 이유로 1년 8개월을 살고 다시 사회로 돌아오게 되고 그를 견디지 못한 기타야마의 복수가 시작된다.

영화속에서 가장 섬뜩했던 부분은 바로 이 미성년자들의 분별없는 폭력성이다. 카미키는 미성년자야 말로 법에 의해 살인을 허락받은 자들이라는 표현을 한다. 아무리 극악무도한 죄를 질러도 그들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것이다. 극중 카미키는 자신이 미성년자라는 신분을 십분 활용해 영약하게 모든 범죄를 저지른다. 보고 있자면 그 잔인무도함에 오싹할 지경이다.

미군에서 흘러나온 총을 인터넷을 통해 손에 얻은 아이들은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모양으로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하고 아이카와 쇼는 드디어 히어로가 되어 이들과 맞서 총격전 벌인다.( 히어로가 되었다는 해석은 물론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역시나 이 장면은 너무나 미이케 다카시 영화스러워서 웃음이 났다)  이 영화를 보고 있자면 세상에 가장 극악무도한 적은 바로 개념없이 멋모르고 날뛰는 미성년자이라는 느낌이다. 너무 현실적인 적이라 더욱 소름끼치게 잔인하게 느껴진다.

영화속 카미키 역을 한 배우는 이 영화가 데뷔작인 신인이라고 하는데 정말 오싹한 느낌이 들 정도로 비열한 연기를 해낸다. 변성기가 아직 오지 않은 미성에 얄쌍하고 핏기없는 얼굴을 하고는 입에서 내 뱉는 말은 더없이 잔인하고 포악하다. 신인같지 않은 연기가 더욱 무섭다.

신작에서의 미이케 다카시는 더욱 무르익었더라 하지만 점점 완성도있는 작품에 비례해 그의 B급스런 감성이 점점 사라진다는 느낌이 드는 건 너무 많은 욕심일까..





2007/08/06 04:44 2007/08/06 04:44
Posted by 박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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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시다 2007/08/06 13:25  Modify/Delete  Reply  Address

    그죠,미이케 다카시 작품을 많이 본건 아니지만 요즘 작품들은 좀 심심하더라구요.하지만 46억년의 사랑은 안도 마사노부의 등빨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3. 쭈니군 2007/08/06 17:17  Modify/Delete  Reply  Address

    @_@ 다들 그 둘의 사랑얘긴 줄 알고 보러갔다가 '낚였다'라고 하는 사람이 많던걸요 -_-;;;
    태양의 상처인가는 정말 재미있을 것 같네요 (왠지 제 취향 스토리? --)... 역시 아이카와 쇼 아저씨가 나와주셔야 재미있는 것인가?.. (여러가지) 폭력에 대해서 다루는 미이케 다카시가 재미있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