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끌다가 이제야 끝을 내는 나고야 여행기. ㅠ_ㅠ
역시나 오늘도 날씨가 짱이다. 세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오늘 아침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가는 터라
아니나 다를까 늦잠을 자다가 늦어서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부리나케 떠났다.
7시 2분 급행을 탈 예정이었는데 2분이 아니라 9분이었던 바람에 차를 놓치고 특급을 탔다고 한다.
그 덕분에 제시간에 도착한 모양. 게다가 친구 한명이 가방에 나고야 공항에서 반환해야 하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충전기는 무사히 짐에서 꺼낼 수 있었다니 다행이다.
이런 저런 일로 오늘은 모닝을 좀 늦게 먹으러 나섰다. 먼저 가서 늘 먹던 흑설탕 커피와 토스트 세트를
먹고 일기를 쓰고 있자니 다른 친구들도 카페로 들어 오는 게 보인다. 나는 오늘 욧카이치라는 도시에
있는 그림책방을 들릴 예정이라 나중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친구들과는 헤어져 JR 나고야 역으로 향했다.
길어서 일단 줄여봅니다.
나고야 역에서 10시 14분 긴테츠 욧카이치행 급행 기차를 타고 30분 쯤 도착, 욧카이치에서 유키노유행
기차로 갈아타고 두 정거장 정도 가면 마츠모토 역이다. 이곳에 내가 갈 그림책방이 있다.
아주 조그만 시골역으로 내가 타고 온 기차가 지나가야 역사로 갈 수 있는 시스템이어서 잠시 기다렸다.
개찰구도 따로 없어 역무원이 표를 일일이 받는다.

욧카이치에서 메리고라운드가 있는 마츠모토 역까지의 시간표. 시간당 3대밖에 없다.

메리고라운드가 있는 마츠모토 역
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오늘의 목적지인 그림책방 [메리고라운드]가 있었다. 창업 30년이 넘은 그림책 전문 서점으로 내노라 하는 그림책 계의 유명한 사람들의 강연회 등이 월 1회씩 열리는 것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서점의 문에 그려진 고미타로가 디자인 했다고 하는 귀여운 메리고 라운드의 간판이 눈에 띈다.

그림책방 메리고라운드

고미타로가 디자인 한 로고
잠시 걷긴 했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 더운 길을 걸어 헉헉 거리는 내게 점원이 애들용 독서 의자에 짐을 내려
놓으라고 권해준다. 생각보다 넓고 시원한 공간에 표지들을 다 보이게 전시해 둔 공간이 맘에 들었다.
아이를 데리고 와서 원하는 장르의 책을 상담하는 부모도 보인다. 멀리서 온 것처럼 보이는 모자도 있고
자주 들리는지 동네 마실 들리듯 온 부모들도 보였다. 다들 점원과 친해 보이고 점원들도 친절하게
원하는 책 종류를 찾아 주는데 열심이었다.
가게 한 쪽 벽에는 고미타로, 에쿠니 카오리 같은 작가의 강연회 팜플렛이 붙어 있었다. 시간만 된다면
꼭 듣고 싶었것만..하루 일정이 아쉽다.
가게 안을 휘리리 둘러 보고 있다가 재밌는 걸 발견했다. 그림책 전문 출판사 등에서 잡지의 형태로
중철해서 만든 얇은 그림책들이었는데 내가 신기한 듯 보고 있자. 점원이 한달에 몇권씩 작가를 뽑아
만들어 그 중 독자의 평이 좋은 것을 뽑아 정식으로 책으로 찍는 식으로 나오는 거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가격이 싸니까 지금 사는게 이득이라고 웃으며 소개 해 준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스기우라 사야카의
미발매 그림책도 있어서 다른 작가 책과 함께 이것 저것 3~4권 골랐다. 한권에 300엔 조금 넘는 가격이니
이득이긴 이득이다. (이 때 산 스기우라 사야카의 그림책은 2008년에 정식 발매 되었다)
단행본 코너에는 그림책 관련 비평서나 소규모 출판사의 구하기 힘든 무크지나 계간지 등
눈 돌아갈 정도로 갖고 싶은 책들이 쌓여 있었다. 그 중 초신타 특집의 계간지 한권과 동유럽 애니메이션
관련 서적이 있어서 하나 씩 구입했다. 책들을 사고 나니 살짝 몸에 힘이 풀린다. 11시 53분에 나고야로 가는
기차가 있으니 한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여긴 기차가 자주 안 서는 역이다)
서점 내부가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어서 한쪽은 그림책 그리고 다른 쪽은 카페로 사용하고 있었다.
아이스티를 주문 하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아까 산 책을 보며 잠시 극락을 맛본다.

서점 내부

카페 내부

초신타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림책으로 표지를 싼 메뉴판
11시 45분에 메리고라운드를 나와 역에서 표를 샀다. (발매기도 없다) 개찰 대신 역무원이
표에다 도장을 찍어 준다. 뜨거운 오후 햇살 아래 플랫폼 그날에서서 한시간에 서너대 밖에 없는
열차를 기다린다. 조금 있다가 바로 욧카이치 행 열차가 도착. 기차안에서 졸아가며 나고야로 돌아 갔다.
나고야 역 근처에 애니메이트가 있다는 알고 찾아 갔는데 가게가 너무 작아서 신간 조차 제대로 없었다.
원하는 책을 반 도 못하고 나와야했다.
나머지 신간 서적들을 구입하기 위해 역 인포메이션에 가서 서점 위치를 물었다.
바로 내가 한국인임을 눈치 챈 직원이 매끄러운 한국어로 지도에 표시를 해준다. JR 나고야 역에 있는
다카시마야 백화점 11층에 산세이도 서점이 있었다. 한 층을 거의 다 쓰고 있어서 꽤 큰 서점이었다.
나머지 책들을 대강 다 사고 보니 오노 나츠메의 GENTE가 실리는 잡지에 발간 기념 오노 나츠메 특집이
실려 있어서 얼씨구나 하고 하나 샀다.
이것 저것 정신없이 사다 보니 짐이 너무 무거워져 일단 숙소에 짐을 두고 오기로 했다.
돌아 가는 길에 배가 고파 근처의 텐무스(주먹밥 같은 것에 새우 튀김을 넣은 나고야 명물 음식) 가게에서
5개 세트를 구입했다 하지만 안에 든 새우튀김이 그리 맛있어 보이진 않는다.
숙소로 돌아가 짐을 놓고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가쿠오잔으로 향했다.
가쿠오잔은 근처에 대학이 있어 홍대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거리다. 가쿠오잔에 도착하니 친구들은
역에 라커가 없어 버스 정류장 벤치에 죽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숙소에 짐을 먼저 놓고 온
나를 배신자..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버스 정류장에 앉은 채 우리는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서로 사온 주전부리를 꺼냈다. 나는 역에서 산
텐무스를 꺼냈는데 친구들도 텐무스를 샀댄다. 그것도 내가 알려준 텐무스 본점에서 제대로 사온 것이다.
역시 텐무스의 때깔이 틀리다, 우선 내가 사온 그다지 맛이 없어 보이는 텐무스부터 해치우고 있는데
아까부터 옆에 앉아 있던 초딩들이 계속 흘끔 거리며 쳐다보는게 보여서 하나 먹으라고 줬더니
'아니예요'하고 거절하더니 결국 옆에 있는 애들이 먹으라고 부추겨서 못이기는 척 받아 먹었다.
그 옆에 아이 한테도 줬더니 '저는 배가 고프지 않아요'라고 또박 또박 대답한다. 귀여운 것들..
그리고는 애들이 사온 텐무스를 꺼 냈는데 어디선가 광채가...

문제의 그 텐무스
한입 배어물자 그 속에 든 탱탱한 새우살이 튕겨 나올 듯 느껴질 정도다. 이 알찬 속을 보라.
이것이 진정한 텐무스. 내가 사왔던 건 식어서 맛이 없었는데 이건 뭐 식어도 그 맛이 훌륭하다.

베어 문 모습. 새우살의 통통함이 예술.
완전 반해서 먹고 나니 다음엔 푸딩이 나왔다. 백화점 지하 매장에서 파는 걸 사왔단다.
호박푸딩과 고구마 푸딩이었는데 그 진한 맛이란... 맛있게 나눠먹고 있는데 우리가 먹고 있는 곳이
버스 정류장이란 걸 잊고 있었다. 옆에 앉은 사람들이 신기한 듯 쳐다본다.

호박푸딩과 고구마 푸딩

한 술 떠보면 그야말로 예술..
멋적은 듯 다 먹은 걸 치우고 본격적으로 가쿠오잔을 둘러보기로 한다. 골목 골목 가게마다 코끼리 그림이 그려져 있는게 인상적이었다. 네팔인가 인도스러운 장신구파는 가게가
있어서 들어가서 구경을 했는데 애들이 완전 취향인지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주인 아저씨가
우리를 보더니 한국말로 '한국인이세요?'하며 말을 건다. 주인 아주머니가 한류 스타를 좋아하셔서
한국어를 연습하고 있다며 간간히 한국어로 우리에게 설명을 해 주신다.
가쿠오잔 거리에 코끼리 그림이 많은 이유를 물었더니 예전에 근처 동물원에서 실제로 코끼리가 와서
이 길을 걸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길 끝에 있는 절이 닛타이샤 라는 절인데 태국인 승려의
사리가 보존되어 있는 곳이라고 해서 태국과의 인연이 깊은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코끼리가 등장한 것.
애들이 이것 저것 고르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나오시며 서비스라고 우리들에게 나염천으로 된 가방을
하나씩 선물로 주셨다. 그리곤 예쁜 일러스트로 그려진 가쿠오잔의 지도를 한장씩 또 선물로 받았다.
그리고는 직접 끓인 인도차까지 대접을 해주셨다.
가게앞 조그만 테이블에 앉아서 시원한 짜이티를 한 잔씩 마시는 기분이란..
Veena Trading 이라는 가게였는데 바로 옆에 또 다른 옷가게가 하나 있었다. 그곳은 아주머니가
운영하시는 옷가게였는데 그 곳에는 한국소품들도 팔고 있었다. 그쪽 옷도 취향이었는지
같이 간 친구들이 환호를 하며 이것 저것 입어보고 쇼핑을 했다.
아주머니 말로는 가쿠오잔에서 일년에 3번 열리는 노천 벼룩시장이 유명하니 다음에 꼭 와보라고 하신다.
봄, 여름, 가을에 열린단다. 다음은 10월인가 11월에 열린단다. 그때가 되면 가게 앞 도로가 반이상
수작업한 예쁜 공예품이나 소품등을 파는 사람들로 가득차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다음에 나고야 올 일이 있으면 꼭 와보고 싶다.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 가방을 맡아 주신다며 가볍게 동네를 둘러보라고 하셔서 운좋게 짐을 놓고 가쿠오잔을 돌 수 있었다.

우리가 들렸던 가게 Veena Trading

맛있고 진했던 짜이티

인도 바닥에 타일 그림과 함께 관광루트 표시가 되어 있다.

태국승려 사리를 모시고 있다는 그 절.

가보고 싶었던 잡화점빌딩 가쿠오잔아파트
골목 골목 구경을 하는데 오늘은 닫혀 있는 가게가 많았다. 전부터 가고 싶었던 잡화점 빌딩인 가쿠오잔아파트도 문이 닫혀 있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어 짐을 찾아 가게 주인 부부에게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덴마쵸로 출발했다. 마지막 밤을 히츠마부시 본점에서 다시한 번 먹어보자고 해서 였다. 덴마초 역에서 가게까지는 조금 거리가 있어 짐이 무거운 친구 하나는 나중에 들릴 북오프에다 짐을 맡기고 오겠다며 떠나고 나머지 둘이서 먼저 히츠마부시 가게로 가 있기로 했다. 나중에 북오프 들렸다 온 친구는 길이 복잡해서 잠시 헤메었다고 한다.
우리가 들어간 히츠마부시 가게 호라이켄 본점은 예전에 동방신기가 나고야 왔을때도 영상을 찍고 갔을 정도로 유명한 가게. 시내의 마츠자카야에 있던 호라이켄은 조금 세련된 가게 분위기 였다면 여긴 고풍스런 일본가옥에 그릇도 오래 사용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손때 묻은 그릇에 나왔다. 맛은 뭐 거의 똑 같은 것 같지만.
몇 번을 먹어도 역시 히츠마부시는 맛있다.

히츠마부시 전문점 호라이켄 본점

그릇에 세월이 느껴진다

고풍스런 느낌의 실내
나는 아까 산세이도 서점에다 노트를 두고 온 바람에 다시 나고야 역으로 향하고 둘은 북오프를 들렸다가 숙소로 돌아가기로 하고 헤어졌다. 서점으로 갔더니 분실물 코너에 맡겨 두었다고 한다. 본인의 물건인지를 확인 한 다음 서류 하나를 작성하고 수첩을 찾았다. 이번에 살 책들의 리스트를 적어 놓은 수첩이었기 때문에 잃어버리면 곤란한 것이었는데 남의 물건 절대 집어가지 않는 일본인의 습성이 이럴 땐 참 고맙다. 폐점까지 30분 정도 여유밖에 없어서 급하게 겨우 둘러보고 살 책을 산다음 근처에 좀 더 오래 여는 서점이 없나 찾아보다가 아까 받은 지도에 표시된 서점중에 쥰쿠도가 있어서 가보니 다행히 9시까지 영업을 했다. 만화코너는 없고 다른 곳 보다 좁은 편이긴 하지만 내 취향의 책은 꽤 알차게 갖춰 있는 편이라 여행서 코너에서 몇 권이나 책을 찾아 낼 수 있었다.

밤의 나고야역 앞 야경
쥰쿠도에서 잔뜩 책을 사서 숙소로 돌아 오는 길에 모닝을 먹는 카페에 들러 흑설탕커피를 아이스로 하나 시켜서 시원하게 목을 축이려고 했는데 너무 달아서 살짝 후회. 좀 더 심플한 걸로 시킬걸. 그래도 더운 여름밤엔 역시 아이스커피야.

나고야 쥰쿠도
숙소에 들어와 짐 정리 하다보니 다른 애들도 짐을 바리 바리 들고 돌아오는 게 보인다. 다들 오늘 무슨 지름신이 강림하신 모양이다. 여행 마지막 날이라고 조금 무리들을 한 모양. 이젠 가방에 산 것들을 집어 넣는게 일이다.
가방 싸는데 전전 긍긍 하는 친구를 도와 짐을 싸다가 잠이 들었다.
나고야여 안녕. 또 언제 너를 만나 보겠니. 물론 나는 금방이라도 또 오고 싶단다.
나고야 여행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