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빨래하느라 늦게 자서 그런지 애들이 모닝콜 해줄때까지 미친듯 잤다. 친구 방으로 가서 어제 다이에수퍼에서 산 초밥들을 아침 겸 나눠먹었다. 오랜만에 느긋히 수다 떨다가 11시에 체크아웃.
오늘은 친구들이 서울로 돌아가는 날. 호텔 로비에 짐을 맡기고 비행기 시간까지 시내를 좀 더 돌아보기로 했다. 오늘은 일본의 공휴일이라 지하철 1일 패스가 100엔싼 가격인 500엔에 구입가능했다. 2번이상타면 이득이니 친구들도 그냥 구입.

어제 다이에 수퍼에서 타임세일로 산 초밥들..300~400엔

우리가 묵은 호텔 도미인
우선 텐진으로 가서 Loft를 구경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텐진 이치란 라멘집으로 향했다. 찾기 힘든 골목 안쪽에 있는데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니 알겠더라. 우리도 줄을 서 있는데 앞쪽에서 뭔가 설문 용지 같은게 넘어 온다. 필요 없다며 거절했는데 알고 보니 주문용지였다. 라멘을 자기 취향대로 주문할 수 있는 맞춤용지 같은 건데 면의 강도, 국물의 진하기, 차슈의 유무 등등 세세하게 항목별로 나눠져 있었다. 챠슈빼고 맛은 깔끔하게, 비장의 소스는 조금...뭐 이정도로 체크.

이치란 입구
안내를 받아 들어간 곳은 독서실을 연상케 하는 개별 칸막이가 된 방. 폐소 공포증이 있는 친구는 상당히 불편해 하는 눈치였지만 난 꽤 맘에 든다. 일행이 같이 오면 좀 그렇긴 하지만 혼자 여행에는 딱일 듯.
어찌 보면 상담창구 같기도 한 칸막이 사이에 앉아서 주문 용지를 내밀면 주문한 라멘이 나온다. 그리곤 카운터와 연결된 칸막이 앞쪽의 발이 내려오면서 완전한 개인실이 된다. 물이 나오는 꼭지도 따로 있고 호출 버튼이 있어 점원을 부를 수도 있다. 별 다른 일이 없다면 라멘을 다 먹을 떄 까지 완벽히 혼자가 될 수 있는 공간이다.
맛을 보니 국물이 깔끔하고 맛있다. 내가 아는 가장 오리지널 돈코츠에 가까운 맛인듯. 어제 먹은 잇푸도는 중국풍이 강한 퓨전 돈코츠라면 이쪽은 정통파라는 느낌이다. 고추가루 같은 게 들어가있어 살짝 매운맛이 도는데 느끼함을 잡아줘서 잡스런 뒷맛이 없이 개운하다. 친구가 주문해서 먹으라고 나눠 준 반숙 계란도 내취향.

이렇게 앞자리가 살짝보이다가 음식이 나오면 발이 내려와서 가려줌.

맥주꼭지처럼 생긴 수도꼭지

내자리는 3번


완벽한 반숙
만족스럽게 먹고 나와서 책을 사러 준쿠도에 들렀다. 여행 코너에서 책 몇권을 사고 잡지 코너에 갔더니 이후에 내가 방문할 세토우치예술제 관련 특집기사가 실린 잡지가 몇권 보인다. 몇권 주워 담았더니 8권이나 된다. 아직 여행날짜가 구만리 같이 남았는데 뭔 정신인지..살짝 비맞은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sos를 날리며 친구를 쳐다보니 오늘 돌아갈 친구가 가방에 여유 공간이 좀 있다며 오늘 산 책을 자기 가방에 넣어 주겠단다. 고맙다 친구야 ㅠㅠㅠ
2시에 다시 호텔에 도착. 이리 저리 마지막 쇼핑을 마친 친구들도 모였다. 내 짐과 오후 늦은 비행기로 가는 친구 짐만 빼고 나머지 친구들은 짐을 찾아 공항으로 향했다.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서울에서 만날 날을 기약했다.
이제 떨렁 둘만 남았다. 나카츠에 새로 오픈한 하카타리버레인에 가보기로 했다. 지하 1층에 아트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어 영화 팜플렛이랑 이런 저런 전시 정보를 찾아 볼 수 있었다. 이번엔 친구들과 같이 오느라 정신 없어 전시 정보를 못챙겨 왔더니 우리가 들렀던 구마모토에서 엘그레코전을 하고 있었던 것. 게다가 시모노세키 미술관에선 피터래빗 전시를 하고 있었고... 조금만 신경써서 챙겨봤더라면 하는 후회를 잠깐 했으나 이미 지난일. 뭐 이후 일주일은 내내 아트 속에서 허우적 거릴 것이 아닌가. 1층으로 올라와보니 건물 전체가 명품숍으로 너무 럭셔리해서 길건너 나카츠 gate's 에 있는 츠타야에 들러 책을 좀 더 구입.

하카타 리버레인


나카츠에서 텐진쪽으로 걸으며 잡화숍 구경을 하고 텐진 지하를 돌다가 발이 아파서 텐진 마치쪽에 있는 케이크 카페에 들렀다. 그냥 들어간 것 치곤 케이크도 맛있고 커피도 꽤 괜찮다. 무엇보다 1층 점원이 넘 잘생겼다. 혼혈인 모양으로 엄청 이국적으로 생겼는데 케이크숍 점원이라니 뭔가 의도한 만화속 인물 같은 설정. ㅋㅋ

무화과가 든 쇼트케이크, 부드럽고 촉촉

팥이 든 말차 무스

이건 엔젤링도 아니고 데빌링인가? ㅋㅋ

카페 텐
텐진 PARCO에 들러 잡화숍을 구경하고 윈도우 쇼핑을 좀 하다가 호텔에 6시쯤 돌아갔다. 짐을 찾아 공항으로 향하는 친구랑 작별을 하고 나는 마츠야마행 페리를 타기 위해 고쿠라로 가는 기차를 타러 하카타역으로 향했다.
이제 부턴 다시 혼자 여행이 시작된다.
몇 일 전까지 한여름 처럼 더웠던게 거짓말 같이 오늘은 완연한 가을 날씨다. 바람이 강해 쌀쌀하게 느껴질 정도. 친구들 떠난 빈자리까지 더해 좀 더 춥게 느껴지는 저녁이다.
6시 23분 급행을 타고 7시 30분에고쿠라에 도착. 고쿠라 역에 있는 백화점 지하식품매장에서 타임세일 하는 도시락을 샀다. 페리는 9시50분 출발이라 드럭스토어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조금 이르다 싶긴 했지만 초행길이라 혹시 모른다 싶어 미리 8시 쯤 페리터미널 쪽으로 향했다. 고쿠라 역에서 페리선착장 까진 좀 거리가 있는데 불빛도 별로 없이 음산한 길을 한참을 걸어야 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는지 사람도 거의 없었다.
어스름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페리 터미널에 다오긴 한 모양이다. 조금 더 걷자 큰 배가 보이고 8시 20분쯤 페리 터미널에 도착했다. 로비엔 몇몇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9시부터 승선 시작이라고 한다. 배가 고팠지만 도시락은 배에 타서 먹기로 하고 승선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 들기 시작했다. 것도 나이 많으신 분들이..
작대기를 들고 있는 차림새를 보아하니 시코쿠 참배 순례를 가는 단체손님인 모양이다. 하긴 여기서 시코쿠를 가기엔 배가 제일 싼 교통수단일게다. 9시에 승선이 시작되고 로비에서 예약표를 보여주니 방 배정을 해주었다. 난 2등 침대칸 8인실을 예약했는데 303호 6번 침대를 배정해준다. 문옆이라 좀 그랬지만 커튼을 치면 완전 개인실처럼 되니 그나마 다행이다.

오늘 내가 타고갈 페리

마츠야마행 페리 터미널

로커도 따로 없어 귀중품은 코인로커에 맡겨야했다. 중요한 물품은 들고다니기로 하고 일단 사람들이 붐비기 전에 목욕을 하러 갔다. 그러고보니 호텔 생각하고 타월도 하나 안챙겨온 나. 할 수 없이 손수건으로 닦을 수 밖에. 머리는 못감겠다.
페리 안에 있는 욕탕치곤 그럭 저럭 괜찮은 수준. 할머니 몇명이 계셨고 아직 붐비기 전인 모양이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살 것 같다. 머리를 안감으니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손수건으로 대강 몸을 닦고 나와서 아까 산 도시락을 먹기 위해 로비로 나갔다. 다다미로 된 테이블이 놓인 방이 있길래 들어 갔더니 혼자 여행하는 걸로 보이는 여자 손님 한명이 구석자리에 앉아 떡을 안주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보인다. 그 옆자리에 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그냥 골라 온 것 치곤 밤과 버섯이 듬뿍들어 맛있었다.

오늘의 저녁
배안이 좀 더웠는데 이곳은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와 시원했다. 방에서 쓰려던 일기장을 가져와서 창으로 보이는 고쿠라 항의 야경을 감상하며 오늘 일기를 썼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친구가 남겨준 인스턴트 커피를 타서 마시며 야나가와 호텔에서 준 뱀장어 쿠키를 안주(?)삼아 뜯어 가며 밤배가 큐슈의 바다 위를 유유히 떠나가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 구석자리의 여자 손님이 맥주 마시는 모습을 보며 나도 이럴 때 맥주 한 잔 할 수 있음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우나기 사브레, 장어맛은 거의 안남..
페리의 로비에선 야간 포장마차가 시작된다며 방송이 나온다. 오뎅이랑 이것 저것 주전부리를 파는 모양이다.
옆자리에 앉은 남자들이 술이 들어가더니 너무 시끄럽다. 슬 방으로 돌아가야 겠다.
자고 일어나면 시코쿠 마츠야마다.
8일째 부터는 주고쿠/시코쿠편 마츠야마 여행기로 연결됨.
http://www.comixer.com/blog/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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