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3~1114
내장산 단풍이 절정이란다. 초겨울 바람에 마음이 살랑 살랑, 정읍사는 친구에게 눈짓을 보냈더니 언제든 OK. 주말에 시간 되는 서울 사는 친구와 몇 번의 문자질 끝에 급기야 마우스는 코레일 홈페이지 정읍행 기차를 예약하고 있었다. 지난 연말 여행때 구워 갔던 브라우니가 그립다며 꼭 구워 와 달라던 정읍 친구 부탁에 베이킹 신의 은총이 내리는 새벽에 시작한 브라우니 굽기에 날이 꼬박 새버렸다. 늘 여행 전날은 이렇게 날 밤새는 버릇을 어떻하면 좋단 말인가.
아침에 겨우 잠자리에 들어 자는 둥 마는 둥 하다 허둥지둥 용산역으로 향했다. 토요일 근무인 친구의 퇴근 시간에 맞춰 1시 20분 정읍행 KTX에 몸을 실었다. 원래 다른 약속땜에 못 온다는 다른 친구가 우리 바로 뒷 기차로 내려오기로 했다는 소식. 꼬마김밥으로 배를 채우고 용산 던킨에서 사온 커피와 어젯밤에 구워온 브라우니로 입가심을 하며 두런 두런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듯 기차는 3시 넘어 정읍 도착. 우리를 맞느라 미용실 행차까지 하시고 멋진 헤어스타일(라지만 간난이 스타일? ㅋㅋ)로 우릴 맞는 정읍양.
정읍역에 내리자 마자 정읍양이 나를 끌고 간 곳은 정읍 둥근마 시식코너. 정읍역앞 광장에서 정읍마를 갈아서 우유를 탄 음료 시음회를 하고 있었다. 기존의 고구마 같이 길쭉한 마가 아니라 감자같이 둥글 둥글하다. 미끄덩 주루룩 흘러 내리는 간 마에 우유를 타서 꿀을 넣어 마시는 것인데 마를 좋아하는 내 취향일거라며 마셔보라고 난리다. 전에 인스턴트 마가루를 한 번 샀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어서 이것도 혹시 그런 맛 아닌가 하고 반신 반의 하며 마셔봤더니 상당히 맛있다. 담백하고 진한 맛에 미끄덩 혀 끝에 감기는 마의 진이 딱 내 취향이다. 내일 올라갈때 한 상자 살까 보다 했더니 안타깝게도 올라 오는 날은 없었다.
뒤따라 올 나머지 한 명을 기다리기 위해 간단히 뭘 먹기로 하고 정읍 올 때 마다 가는 맛있는 만두집으로 갔다. 정읍양의 단골집으로 얇고 긴 막대 모양의 만두와 튀긴만두로 유명한집이다. 찐만두 군만두 그리고 만두국을 시켰다. 얇고 부드러운 피의 물만두와 그 만두를 튀겨 살짝 기포까지 보이는 바삭 거리는 군만두, 분명히 만두국을 시켰는데 수제비 반 만두반의 만두국. 수제비는 서비스란다. 시원한 국물에 깔금한 만두의 조화.오랜만에 먹어도 역시 최고다. 1차로 음식을 해치울 즈음 다른 한 명의 친구가 도착했다. 만두국과 군만두를 하나 씩 더 시켰다. 원래 군만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집 군만두라면 언제까지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해가 슬 서쪽산 너머로 저물어 가려해서 해떨어지기 전에 잠깐 단풍을 보러 내장산쪽으로 향했다. 지금 한창 피크여서 국립공원 안쪽은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근처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정읍양 말로는 선볼 때 파트너와 산책하는 코스로 자주 이용 된다고 한다. 어두운 가운데서도 화려한 단풍의 모습이 절경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공원이다. 폐에 시원한 바람 좀 불어 넣어 주고는 바로 저녁을 먹으러 출발했다.







오늘의 메뉴는 정읍단풍미인한우. 그것도 정읍한우를 정식으로 홍보하는 홍보관 같은 곳에서 600g에 6만원짜리 고급 한우를 먹기로 했다. 먹는 것에만은 돈을 아끼지 않은 우리들. 차에서 내리자 커다란 건물에 엄청난 크기의 소머리 조형물이 떡하고 박혀있다. 밤에 보기엔 그로테스크하기 그지없다.
용산호라는 호수 옆에 건물 1층엔 단풍미인 한우 홍보관이 있고 2층은 한우식당 4층은 회전식 레스토랑 이란다. 우린 2층 한우식당으로 올라갔다. 룸으로 안내받아 자리에 앉으니 낮에는 호수가 보인다는 전망 좋은 자리였다. 600g짜리 웰빙한우 세트를 시켰다. 두툼한 고깃살이 한접시에 가득 담아져 나온다. 무슨 무슨 살이 있는건지 알 수 없지만 일단 가장 알아보기 쉬운 차돌박이를 구웠다. 차돌박이 스럽지 않은 두툼한 살에 살짝 베어물자 한 입 가득 퍼지는 육즙. 너무 구우면 질겨지기 때문에 불에 올려 겉이 익자 마자 바로 입으로 가져가는 탓에 600g 없어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등심 1인분을 추가 주문해서 먹었다. 역시 고기의 기본. 풍부한 고기향과 씹는 맛.











1층에선 고기도 판다
온몸에 고기향을 가득 묻히고 만족스럽게 식당을 내려와 1층 단풍미인한우 홍보관 구경을 하고 배에 고기도 넣었겠다. 든든해진 몸을 끌고 숙소로 가기 전에 목욕을 하러 가기로 했다. 두 친구는 별로 씻고싶지 않대서 나머지 둘만 목욕을 했다. 뜨거운물에 몸을 담그고 서로 등을 밀어주는 훈훈한 시간을 가진 후 상쾌한 기분으로 숙소로 향했다.
숙소인 [송참봉마을] 로 향했다. 원래 이름은 [송참봉조선동네] 라는 곳으로 옛날 조선시대 마을을 재구성해서 만든 숙박시설이다. 지난 여름에도 묵은 적이 있는데 여름에도 시원하고 좋았지만 역시 군불을 때서 난방을 하는 겨울이 제격일 것이다. 노란 전등이 따뜻한 느낌을 주는 마을 앞마당에 도착하니 주차장에 차가 가득이다. 단풍철이라 사람들이 많이 온 모양이다. 송참봉어른 (주인 ^^) 에게 인사를 드리니 방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오늘 우리가 묵을 곳은 '쌍금이네' 넓은 터에 여러채의 초가집이 있는데 집집마다 이름이 붙어있다. 방3개짜리 한채 중 오른쪽 끝방을 배정받았다. 이미 아궁이에 군불을 때고 있어 방이 뜨끈 뜨근. 아랫목은 절절 끓어서 계란후라이라도 거뜬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뜨거웠다. 다들 너무 좋아하며 방바닥에 누워 몸을 지졌다. 송참봉마을 에서 파는 더덕주가 목적인 여인네 두 명은 주인집이 문을 닫기 전에 얼른 가서 막거리 세트 (막걸리 한 주전자와 두부김치)를 사왔다. 양은 쟁반에 한 가득 담겨 오는 술상. '이게 10000원 이래~~' 하며 아름다운 가격대 성능비에 감격스러워 하는 친구들. 방금 먹은 소고기 기름이 채 닦이지도 않은 입에다 다시 더덕주와 송참봉마을에서 매일마다 손수만드는 수제 두부를 김치에 척척 걸쳐 먹었다. 볼륨이 가득 느껴지는 고소한 두부맛. 음이온이 가득 퍼져 나오는 황토방의 온돌.


디저트를 먹기 위해 방에서 나와 밖으로 나갔다. 송참봉마을 앞마당 한켠의 커피코너로 가서 가져온 원두 커피 티백을 내려 마시며 진한 브라우니를 나눠 먹었다. 더덕주가 부족했던 친구는 맥주를 사서 마시며 브라우니를 안주로 먹었다. 두런 두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려니 시간이 빨리도 간다. 맥주가 부족했던 친구가 다들 주무시는 줄 알고 셀프로 맥주를 꺼내 내일 이야기하고 돈 내야지 하다가 아직 안주무셨던 참봉어른에게 들켰다. ㅋㅋ 결백을 주장하지 그냥 빙그레 웃으시는 주인장.



한 밤의 송참봉마을 브라우니와 커피 한 잔.
다들 날씨가 추워서인지 밖에 나와 있는 사람이 없다. 여름에는 모정에 모여 윳놀이를 하거나 수박을 먹거나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우리 말고는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꽤 늦게까지 떠들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잘 준비를 한다. 씼고 자려는데 늦게 도착한 탓인지 뜨거운물이 안나온단다. 목욕 못한 둘은 툴툴 거리며 대강 세수만 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어제 잠을 설친 나는 피곤이 몰려와 먼저 잤다. 친구들은 새벽녘까지 성스와 동방신기를 주제로 열띤 토론의 장을 열었단다.
아침에 겨우 눈을 떴다. 어제 절절 끓던 온돌은 이미 식어 아침이 춥다. 구름이 잔뜩 껴서 흐리긴 하지만 괜찮아 보인다. 앞마당으로 나가서 아침을 먹었다. 여름에 먹어본 송참봉마을 아침 식사는 정갈하고 맛있었다. 양푼에 담겨 나오는 뜨거운 보리차를 표주박으로 떠서 컵에 부어 마셨다. 아침에 마시는 뜨거운 보리차 너무 좋다. 속풀이 콩나물국에 여러가지 나물 반찬 그리고 늙은 호박을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된장국이 맛있다. 아침은 역시 밥이다.



식당









군불용 장작





아침 식사시간이 되면 징이 울린다.

식당 입구

여름엔 모정에서 모기에 뜯겨가며 놀았는데


세수하는 곳. 물론 신식 샤워실도 있다.



잘 생긴 황소씨~~



앞마당엔 고구마가 잔뜩~~

어젯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눴던 셀프 커피 코너




송참봉마을 입구

안녕~~ 송참봉마을~~
앞마당 커피 코너에서 셀프 모닝커피를 한 잔씩 하고 사진찍고 좀 놀다가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인 관광을 하러 출발했다. 부안에 있는 프라하의 연인 촬영장이 있는 곳에 억세밭을 보러갔다. 사람 키를 넘는 억새 사이로 산책로가 나 있었다. 산책길 곳곳에 뭔가 표지판 같은게 서 있는데 뭔가 하고 보니 썰렁한 개그를 써 놨더라. 누구 발상인지 참...



























프라하의 연인을 본 적이 없어서 전혀 감흥이 오지 않는 언덕위의 하얀집 구경을 하고 내려와서 근처 공원 매점에서 주인 아줌마가 타주는 3:2:2 (커피:프림:설탕) 커피 한잔을 하고 점심을 먹으러 출발!


정읍은 다른 거 다 놔두고 쌀이 맛있기 때문에 백반이 맛있다며 늘 강조를 하는 정읍양. 하지만 이런데까지 와서 그냥 밥을 먹을 순 없다며 늘 다른 걸 찾는 우리에게 오늘은 꼭 백반을 먹어 보란다. 그래서 고르고 골라 생태탕을 고르자 우릴 쌩하니 끌고 간곳은 정읍에서 꽤 유명하다는 진고개식당. 정읍양이 추천하는 생태탕을 지리로 시켰다.


생태탕 4인분을 시켰더니 무슨 솥단지 같은 크기의 엄청난 깊이의 냄비에 알이며 내장이며 바지락등이 가득 담겨 나왔다. 너무 많이 시켰나 하는 우려와 달리 한입 떠 먹어 보고 그 맛에 완전 반한 우리, 미친듯이 건데기를 건져먹고 국물을 먹고 하다보니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1인분 9000원이 비싼듯 했지만 먹어보니 전혀 아깝지 않은 내용물과 맛. 아 맛있었다. 완전 만족!

배 두드리며 만족스런 식사를 마친 우리는 본격 단풍구경을 하기 위해 출발했다. 내장산은 사람이 많을 것이 분명하므로 다른 코스로 돌기로 한다. 정읍 저수지 변을 산책하고 어제 간 공원으로 가는 코스로. 역시 내장산에 비해 한적한 산책길. 저수지 변의 경치도 아름다웠고 간간히 보이는 단풍이 또 멋스럽다. 공원에 도착하자 단풍이 본격적이다. 아~ 이맛이야. 어제 밤 어두워서 제대로 보지 못한 조각공원도 보고 근처 단풍나무 산책로를 돌아보고 3시쯤 지난 시간에 이제는 좀 풀렸겠지 싶어 내장산쪽으로 향해봤으나 아직도 입구부터 줄을 서 있다.






















































그냥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드라이브하다가 99칸짜리 양반집이라는 김동수가옥으로 향했다. 노비 거처하는 건물만 8채가 있었다는 부잣집이다. 지금은 2채만 남아있단다. 이방 저방 들어가보며 '이리오너라' 놀이를 하거나 성균관 유생 놀이를 했다.
















김동수 가옥을 뒤로 한 채 저녁을 먹으러 다시 정읍으로. 노을 지는 하늘 한 구석에 요상한 형태의 무지개가 보인다.

저녁은 돼지갈비의 인상을 180도 바꿔준 집. 숯불에 구운 달짝지근하게 양념한 깔끔한 고기 맛을 한 번 본자는 잊을 수 없는 집이다. 배가 그렇게 고프진 않았던 나조차 고기를 보자 허겁지겁 입으로 밀어넣었다. 친구들은 명물 국수까지 시켜먹었다. 깔끔한 멸치국물에 특이하게 풀어 넣은 계란까지 넘 맛있는 국수.



이미 배는 부르지만 또 정읍에 왔는데 쌍화차를 먹지 않을 수 없다. 기차시간까지 1시간정도 남은 시간이라 시간떄우기 삼아 찻집으로 갔다. 난 목이 칼칼한 것이 감기기운이 오는 듯 해서 원래 별로 좋아하지 않아 먹어 본적은 없는 쌍화차를 주문했다. 돌로 만든 그릇채로 끓여 나오는 쌍화차는 대추 밤 은행 잣이 가득 들어 정말 맛있었다. 내가 싫어하는 한약재 냄새도 그다지 강하지 않고 달고 맛났다. 몸이 확 풀리는 느낌. 원래 주전부리로 호박씨랑 누룽지 그리고 검은콩이 나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서비스로 떡과 감도 주셨다. 뜨듯한 아랫목에 앉아 먹는 쌍화차. 추운 겨울에 이만한 게 없다.




이젠 진짜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 다 싶을 정도로 먹고 기차시간 맞춰 가게를 나왔다. 역 앞으로 가보니 어제 봤던 둥근마 판매대는 이미 없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정읍양과 헤어져 기차에 올랐다. 하루 종일 피곤했던 탓인지 타자 마자 잠들었다.
늘 즐거운 단풍여행 (사실 그 의미는 먹자여행) 올해도 클리어!
송참봉조선동네
http://www.folkvilla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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