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칼 라거펠트 사진전 Work in Progress



칼 라거펠트 사진전 / 대림미술관 / 오후 3시 관람 / VIP초대권 관람
전에 CGV 무비 꼴라쥬에서 [르아브르]를 보고 상영 후 시네토크가 있었는데 그때 질문에 대답하고 경품으로 받은 전시회 티켓이 바로 [라거펠트전] 티켓이었다.
3월까지라 여유잡고 있었는데 후배가 보러가고 싶어 하길래 보니 내 표가 1인 2매 티켓이라 같이 다녀왔다.
대림 미술관은 원래 전시 티켓 값이 그리 비싼편은 아닌데다 홈페이지 회원이면 3000원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 초대권이라고 해도 그리 큰 금액이 세이브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공짜는 반갑다. 3시쯤 느즈막히 갔는데 평일 낮인데도 사람이 꽤 많아서 놀랬다. 대부분 대학생들로 보이긴 하더라만.
다른 전시와 분위기가 다른게 1층엔 코코마통이라는 즉석사진기가 놓여있는 점이었다. 프랑스어로 즉석사진지를 포토마통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코코 샤넬의 코코를 붙여 코코마통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인기가 많아 줄을 선다는데 내가 간 시점에는 어딘가 기계에 문제가 생겨서 운전 준비중이었다.


칼 라거펠트는 펜디의 수석 디자이너로 50년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30년 이라는 대단한 경력의 소유자로 원래 패션 디자이너지만 87년부터인가 화보용 사진을 찍어 오는 게 맘에 안들어서 본인이 직접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디자이너 답게 감각적인 화면과 구도 독특한 감성을 가진 작품들이 많아서 보는 재미가 있다. 우선 패션쪽 사진이 중심이라 모델이 다 패션 모델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전시는 1층부터 4층까지 이어지는데 1층엔 코코마통과 그걸로 찍은 사진들을 벽 전체에 붙여 놓았고 2층은 상업적인 사진들 3층은 개인적으로 찍은 작업위주로 그리고 4층엔 그런 일련의 촬영 작업을 필름에 담은 영상을 상영했는데 무성영화인데다 1시간 45분이나 되서 다 보진 못했다.
사진마다 오디오 표시나 책 모양 표시가 있었는데 대림 미술관 홈페이지에 모바일 기기로 접속해 전시 설명을 들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4층은 와이파이가 그리 잘 잡히지 않는 곳이라 다 듣진 못했지만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사전에 미리 mp3로 다운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 게을렀던 나를 탓했다.
전시를 대강보고 나오려고 하는데 도슨트 설명이 있었다. 그것만 들어보고 나가자고 하고 들었는데 우리가 사진을 보다가 궁금했던 점들을 다 설명해주어서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다.
2층에 처음 크게 눈에 띄는 작품은 라거펠트의 뮤즈 중 하나인 브레드 크루에닉의 사진이 한쪽 벽을 가득 장식하고 있었다. 라거펠트는 맘에 드는 한사람과 꾸준히 작업하는 걸로 유명해 브레드의 경우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십여년을 한결같이 그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3층에는 데뷔때 부터 지금까지 그의 얼굴만 모아놓은 사진이 따로 붙어있는데 그런 식으로 한 사람의 아카이브를 저장해 가고 있는 노장의 꼼꼼함이 옅보였다.
반대쪽엔 오노요코가 춤추는 사진이 연속으로 걸려 있었는데 이건 가장 최근의 작품으로 아이패드로 찍은 사진을 잉크젯으로 프린트 한 것이라고 했다. 덕분에 해상도가 떨어지고 거친 이미지 임에도 아주 크게 프린트 함으로서 느껴지는 그레인이 독특한 감성을 느끼게 한다. Work in Progress라는 제목에 걸맞게 거듭되어 가는 전시회 중간 중간 계속 새로운 작업이 추가된다고 하는데 이 작품도 한국 전시 시작 2주전에 완성한 작품으로 아직 미발표 작이며 올해 카탈로그로 나온 작품과 비교해 보라고 한다.
한 쪽벽엔 장쯔이의 사진을 리이텐슈타인 풍으로 만든 작품도 있고 포토샵을 이용하거나 새로운 매체를 이용한 작품에 꺼리낌 없는 모습이 좋다. 한 방에 걸려있는 작품의 분위기가 다 달라 한사람의 작품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했다. 새로운 방향으로 전진하는데 두려움이 없는 디자이너,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모습임에 틀림없다. 늙었다고 답습만 하지 않는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외에도 프린트가 아주 특이한 몇장의 사진이 있었는데 이건 뭘까 필름으로 찍은 걸 밀착을 한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했었는데 도슨트의 설명으로 바로 풀렸다. 폴라로이드사에 있다는 방만한 크기의 거대한 폴라로이드로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의 테두리가 묘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유제가 녹으면서 보이는 흔적이었던 모양이다. 모델을 폴라로이드로 찍고 그걸 든 모델의 모습을 또 찍고 그걸 들고 또 찍고... 그런 연작을 만든 건데 최종 결과물 퀄리티가 맘에 들지 않아서 실제 카탈로그에 나오진 않았다고 하지만 분위기나 색감이 아주 맘에 들었다. 폴라로이드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색감과 디테일이 살아 있었다. 사진의 모델이 된 이는 영국의 다이애나비의 사촌이라고 하는 스텔라 테넌트, 귀족출신 모델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인상에 많이 남는 사진이었다.
라거펠트는 폴라로이드 작업을 많이 한 모양인데 한쪽에선 폴라로이드의 유제를 종이에 찍어서 복사를 하는 기법으로 만든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영화 [러브레터]에 나와 유명했던 폴라로이드사의 sx-70에 쓰이는 지금은 이미 단종된 필름으로 찍은 사진은 라거펠트의 작업에 이용된 것 처럼 복사가 가능했다. 사진의 표면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 종이를 대서 카피 하는 방법인데 원화보다는 흐리지만 괜찮은 느낌의사진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식의 프린트물에 샤넬의 새도우 등을 이용해 원하는 부분에 컬러를 입히는 방식으로 색다른 느낌을 준 사진도 있었다.
키스반 동겐의 사진에 영감을 얻은 펜디의 콜렉션 사진에는 브레드 크루에닉이 화가로 등장하고 그의 이전작과는 야수파 다운 화려한 색채가 펼쳐지는 사진들이 전시되었는데 그중 유일하게 아이가 모델이 된 사진이 있었다. 그는 원래 어린이를 찍지 않는 걸로 유명했다는데 브레드 크루에닉의 아들을 보고 너무 귀여워서 펜디의 어린이복 컬렉션을 만들게 되고 그를 위한 화보에 아이가 직접 모델로 등장한다. 아빠와 아들이 같이 무대에 선 적도 있을 정도로 유명한 꼬마라고 한다.
3층으로 이동해서는 라거펠트가 개인적으로 선호했다는 흑백 필름 위주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라거펠트의 또 다른 뮤즈인 프랑스인 밥티스트 지아비코니, 자신의 젊은 시절을 닮아서 좋아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풉하고 잠시 웃었음, 근데 옛날 사진을 찾아보니 조금 닮긴 했더라.) 90년생인 이 남자는 라거펠트와 결혼 발표를 한 상태라고 하는 군.
라거펠트는 모델을 발탁할 때 몸의 선을 확실히 보기 위해 누드를 찍는다고 하는데 3층 한쪽엔 밥티스트 지아비코니가 로마 신전에서 찍은 누드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몸이 그냥 조각이라 신전에 있는 것이 전혀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진이었다. 그때 이미 할아버지께서 이건 내꺼 라고 찜을 해두신게 아닌가 싶다.
조지 산타나야의 시 중 '폭력속에도 아름다움은 있다'라는 문구에 자극을 받아 작업했다는 폭력을 주제로 찍은 여러장의 사진들을 밥티스트가 격정적 표즈로 표현해낸 사진이 먼저 입구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이 전시회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신화라는 주제로 피렐리에서 vip를 위해 만든다는 한정판 2011년 캘린더 연작이었는데 내노라하는 모델들이 신화속 인물을 연기한 모습이었다. 피렐리는 타이어 회사로 주 고객층이 남성이라 여자의 세미 누드를 주제로 캘린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라거펠트가 담당한 해는 유래없이 남성 모델이 등장하고 올 누드로 촬영되었다고 한다. 너무 아름다운 사진들이라 눈을 뗄 수 없었다. 한정판으로 품귀현상이라는 그 달력을 하나 손에 얻고 싶어 질 정도였다.


인물 사진 이외에도 건물 벽등을 찍은 사진도 있었는데 판화지 같은 거친 종이에 세리그래피(일종의 실크스크린)라는 기법으로 망점을 이용해 4도로 인쇄하는 기법으로 거친 느낌이지만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연작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다른 쪽엔 중첩을 이용한 사진기법으로 연작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같은 사진을 두번 세변 겹침으로서 점층적으로 달라지는 효과를 만들어 냈는데 새로운 기법의 활용과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냥 볼 때도 좋았지만 보면서 몰랐던 걸 새롭게 도슨트의 설명으로 알게되어 의미있는 자리였다.
입장권은 전시기간 중에 언제든 재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니 사람 없을 시간에 다시 와봐야 겠다. 코코마통도 찍어 보고 싶고. 좀 더 여유로운 감상을 하고도 싶고.
전시도 관람장 분위기도 서비스도 다 맘에 드는 대림미술관이다.
날씨는 추웠지만 간만에 마음을 풀어주는 전시를 보게 되서 기분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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