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조식을 먹고 8시 30분 버스를 타러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는다. 이번 큐슈에 온 이후로 버스가 제시간에 도착한 게 몇 번 되지 않은 기분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부터 뭔가 동네가 들썩 들썩 한 기분이 들었는데 축제가 있는 모양이다. 축제를 두고 다른 동네로 놀러가는 우리들. ㅋㅋ
10분정도 늦은 큐슈횡단버스를 타고 아소산으로 향했다. 아소역에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아소산분화구가 있는 아소산니시역으로 향했다. 모든 버스요금은 산큐패스로 해결되니 편하다. 10시 40분 아소산 니시행 버스를 타고간다. 중간에 쿠사센리에 잠시 정차를 하더니 포토 타임을 준다. 그래봤자 몇 분정도다. 처음 계획대로 아소호를 탔으면 꽤 여유있게 정차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사진찍다가 우리가 제일 늦게 버스에 올랐다. 왠 민폐. 조금 더 가서 11시 20분쯤 아소산 니시에 도착했다.

아소역. 화장실 냄새가 엄청났던...

야마다 나이토가 그린 JR큐슈 포스터. 카피가 맘에 든다.

아소역 티켓창구

버스타고 아소산 가는 길..




창밖으로 본 쿠사센리


유황덩어리를 팔고 있더라.
화구가 있는 정상까지 로프웨이를 타기로 했다. 산큐패스가 있어서 할인이된 가격이 왕복 900엔 뭐 좀 탔나 싶더니 금방 도착한다. 아소산니시역까지 오는 길에 갈대밭이 펼쳐져 장관이었는데 정상에 가까워 질수록 구름이 끼기 시작해서 걱정을 했는데 화구 근처에 오니 잠시 날씨가 맑아졌다. 날씨가 안좋고 분화구에서 유황개스가 뿜어 나오는 날은 관람이 금지되는데 오늘은 괜찮은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유황냄새가 나는 듯 안나는 듯 하다. 내려다 보이는 화구속에 시퍼런 물이 보인다. 이게 살아있는 화산의 모습인가. 근처는 화산때문에 풀포기도 거의 보이지 않고 원시 그대로의 모습의 들판이 펼쳐져있는 모습. 사진을 찍으며 구경하다 보니 다시 쿠사센리로 가는 버스 시간이 애매했다. 화구는 보는 둥 마는 둥 케이블을 다시 타러 내려갔다니 한대가 이미 내려가고 다음 순서는 꽤 기다려야 했기에 생각했던 쿠사센리행 버스시간에 못맞출 것 같았다. 다음 케이블카를 타는 시간을 생각해보니 시간 상 그냥 걸어내려가는게 나을 듯 싶어 왕복표를 포기하고 걷는 쪽을 택했다.

로프웨이 타고 가는 길





화구





길을 따라 내려가기로 결정
산이 완만해서 걸어 내려가는 데 그리 어렵지도 않았고 화산 경치를 구경하며 산책하는 기분도 쏠쏠했다. 영화 속 한장면을 연출해 가면서 설렁 설렁 걸어 내려오는데 헥헥 거리며 MTB를 타고 산을 오르는 외국인 커플이 보인다. 아까 버스 타고 아소산니시로 향할 때도 본 커플이다. 참 건강하게 사는 구나..힘들긴 하겠지만 ㅋㅋ





너무나 힘 안들이고 아소산니시까지 내려왔는데 비가 부슬 거리기 시작한다. 산정상 기후는 알 수 없다더니 30분 전의 햇볕이 거짓말 같다. 다음 버스시간까지 한시간 정도 남았기 때문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로프웨이 승강장 2층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단고지루 라는 이지역 명물이라는 수제비 비슷한 음식을 주문을 하고 기다렸는데 점심시간에 예약 손님이 들어닥친 탓인지 40분이 지나도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 초조한 마음에 주문을 재촉했더니 미안해하면서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내 주문은 거의 버스시간 10분 전쯤에야 나와서 뜨거운 국물을 거의 들이 붓듯이 하며 먹어야 했다.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도 안날 정도의 속도로 밥을 먹고는 쿠사센리행 1시 25분 버스를 겨우 잡아탔다.

친구가 시킨 말고기와 쇠고기 전골


내가 시킨 단고지루 세트
아까 지나올 때 잠깐 들린 쿠사센리는 참 멋졌는데 지금은 이미 비구름과 안개에 둘러쌓여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때 사진을 찍지 않았으면 어쩔뻔했어..하며 비를 피해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커피를 마시며 안개가 걷히길 기다렸지만 바람이 불어 살짝 걷히는 가 싶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길 반복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안개에 덮힌 쿠사센리

카페 안


말을 타고 쿠사센리를 돌아 볼 수 있다.



그나마 안개가 조금 걷힌 상황
2시 6분에 예약한 구마모토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카페에서 나왔으나 역시 이번에도 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는다. 10여분 지나서 버스 한대가 오길래 우리가 예약한 아소호가 맞냐고 물어보니 그 버스가 아니란다. 도대체 어찌된 건지...이미 지나 간건지 불안해 하는데 버스 운전수 아저씨가 한 참 생각하더니 또 그 버스가 맞댄다. 뭐 하자는 시스템? 버스에 자리는 많았기 때문에 예약한 버스가 맞던 아니던 일단 올라타고 구마모토로 향하긴 했으나 구마모토 시내는 아침에 본 그 축제 때문에 엄청 밀리고 해서 화장실이 급했던 우리는 원래 내려야 할 곳이 아닌 정류장에 내려버렸다. 아무곳이나 눈에 띄는 호텔로 들어가 급한 볼일을 해결하고 나니 좀 정신이 돌아온다.
밖으로 나와 시내로 걸어가보니 말들이 시내 한 가운데를 뛰어 다니는 축제가 한창이다. 팀 별로 전통의상을 입고 남자들은 말 한마리를 둘러 싸고 뭔가 으쌰 으쌰를 하며 시내 곳곳을 돌고 있었다. 한 참을 서서 구경을 하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가는 식당마다 문이 닫혀있다. 알고보니 축제에 참가 하기 위해 임시 휴업을 한 모양. 1시간여를 헤매다가 결국 길에서 손님을 끌던 이자카야 중 한군데로 들어갔다. 더이상 허기와 인파를 참을 수 없었 기 때문에..

축제가 한창인 구마모토 시내



축제에 참가한 젊은이가 많은게 특징..덕분에 술냄새도 진동. 새벽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돌더라..
그렇게 골라 들어온 곳 치고는 개인 실에 꽤 분위기도 괜찮다. 구마모토에 왔으니 말고기를 먹어줘야지 하며 바사시(말고기회)초밥을 시켰다. 대뱃살 스러운 붉은 살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비싸서 한점씩 밖에 못먹는 게 아쉽다. 구마모토의 특산품 중 하나인 가라시다이콘 (속에 겨자를 넣은 연근을 튀긴 것). 겉은 살짝 바삭하면서 달콤하면서 매운 겨자의 뒷맛이 깔끔하다. 맵기만 할 줄 알았는데 연근이 사각사각 씹히는 것이 꽤 내 취향의 맛이다. 그리고 명란젓 구이. 캬오. 술을 마실 줄 안다면 안주로는 더할나위 없을 맛이다. 밥이 필요하다며 시킨 명란 주먹밥도 맛나다.
그리곤 뭔가 국물이 있는 음식이 필요해서 물어보니 메뉴에는 없지만 흑돈샤브샤브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주방장의 말에 2인분을 시켰더니 이게 또 제대로 된 선택이었다. 의외로 양이 많아 부드러운 돼지고기 샤브와 국물과 야채 그리고 추가 우동사리까지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음식들이 다 맛있었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어서 좋았다.

오토오시 (자릿세)로 나온 전채들

바사시 (말고기회), 쇠고기랑 대뱃살 중간맛?

구운 명란

흑돈샤브샤브


말고기초밥

가라시다이콘 (겨자연근)
기분 좋게 먹고 마시고 가게를 나와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카페를 찾았다. 아까 먹은 건 어디로 갔는지 칼로리 덩어리의 케이크와 파르페를 먹어 치우는 저력. 가게에 남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내가 시킨 파르페.

디저트까지 먹고 구마모토 성의 라이트업을 보려고 했는데 이미 문을 닫은 상태라 성쪽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구마모토와서 구마모토 성도 안보고 가는 여인들..10시정도 밖에 안되었는데 시내는 이미 축제 뒷풀이로 만취한 취객들 정도 밖에 없다.
산큐패스로 탈 수있는 시내버스를 타고 교통센터(종점)까지 가서 숙소까지 걸어갔다.
푹 쉬어야지 내일은 나가사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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