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다카시 저 / 청어람미디어
우연히 웹에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뭘 검색하다가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가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고로 쓰고 있는 빌딩의 이야기가 내 눈길을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양이 빌딩'이라고 불리우는 특이한 외관을 한 빌딩은 전부터 들어 알고 있긴 했지만 이 작가의 개인 서고로 쓰고 있는 빌딩이라는 것을 알고 흥미가 동했다. 일단 책을 사서 책꽂이에 꽂아 둔 후로는 펴보기까지 몇 년이 걸리거나 아예 한번도 펴보지 않는 책도 있을 정도로 이상한 방법으로 책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이 책은 구입 후 파격적으로 빨리 읽은 책 중 하나이다.
우선 가장 관심이 있던 '고양이 빌딩'에 관한 부분을 읽었다.(책 중에 유일하게 일러스트가 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노 갓파('고양이 빌딩'의 외관 고양이 그림을 그린 작가)라는 작가의 일러스트가 눈길을 끄는 페이지였다. 평생 모은 책이 너무 많아 한군데 꽂아 두고 보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80살까지 한달에 50만엔씩 부어야 할 빚을 지고도 짓고 싶었다는 그 빌딩은 건평이 7평이라고 하는 말도 안되는 공간에 3만권에 달하는 책이 보관되어 있는 작가로서는 사랑해 마지 않는 공간이었다.
자신의 책을 한군데 모아두고 싶었다는 이 부분에서 150%이상 공감을 한 나는 갑자기 이 대단한 명성의 작가가 같은 배를 탄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당신의 그마음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소이다!!! 뿔뿔히 흩어져 이산가족을 하고 있는 나의 책들 (대부분이 만화) 4권을 읽다가 3권이 궁금해서 찾아보면 고향집 지하실 상자안에 있는 걸 깨닫고 마는 현실. 의자만 돌리면 손이 닿을 곳에 책이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는 다치바나씨의 그 말에 나는 옷깃을 잘근 잘근 씹어가며 부러워 했다. 제길! 7평이라도 좋으니 나도 내 집을 지어서 내 책을 한군데 모아 두고 싶단 말이다!!!
이사올 때 부터 집이 좁아 있던 책을 몽땅 고향집 지하실로 보내고 다시 모으기시작한지 5년 결국 집에 있는 책꽂이란 책꽂이는 다 가득차고 바닥에 책이 쌓이기 시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만화책만이라면 정리하기라도 쉽지(크기가 비슷하니) 이젠 잡지며 단행본이며 구입하는 책의 판형도 다양해져서 더욱 수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나의 현실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치바나 다카시의 그 '고양이 빌딩'은 여행후 공항에 도착해 무거운 여행가방을 끌고 리무진 버스를 타려는 내 앞에 마중나온 남자친구의 차에 가방을 싣고 떠나는 여자를 보는 기분이 들게 한다. (뭔 비유냐 이게...-_-;)
여하튼 책은 생각 이상으로 재밌었다. 도쿄대 출신 잘난 글쟁이가 쓴 책치고는 그리 딱딱하지도 않다. 자기가 아는 것을 떠벌이며 지식을 떠 안기는 듯한 책이 아니라 그런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을 법한 아주 개인적인 취향이 드러나는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내 취향에는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책이었다. 이 사람처럼 대단히 많은 책을 읽지도 않을 뿐더러 그 정도까지 읽고 싶지도 않지만 책을 사랑하고 책을 둘 공간을 갈구하는 모습이 나와 닮아 있어서 내일이 마감임에도 밤12시까지 커피숍에 앉아 책장을 넘기게 되더라.
Moleskine / Pelikan M215 + Sailor Jentle Ink brown / Stabilo color penc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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