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도 잇신' 감독에 '아라시'가 나오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아라시'의 멤버 중 얼굴을 아는 것은 '마츠모토 준' 정도라 그냥 신인 배우들이 나와 연기하는 구나 하는 심정으로 영화를 봤다. 그리고 꽤나 만족스런 영화였다. 다른 게 아니라 이 영화는 바로 나의 이야기, 내가 고민했던 한 때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대는 쇼와 38년. 무대는 도쿄의 아사가야. 그곳을 터로 살아가는 예술가 지망생 4명의 고분분투기를 그린 영화.  도쿄 여행때 추오센 선상에 있는 아사가야 부근의 동네를 돌아 본 적이 있다. 미나미 아사가야, 고엔지, 키치쵸지에 이르는 이 곳은 도쿄 에서도 예술가들 특히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었다. 그것은 쇼와시대부터 였던 것일까? 영화초반에 아사가야 역 간판이 나올때부터 왠지 이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안팔리는 만화가 에이스케, 화가지망생 케이, 뜨내기 가수 쇼이치, 병아리 소설가 류조 이들 4명은 돈을 벌기 위해 예술활동이 아닌 일은 하지 않는 다라는 싸구려 예술가 정신에 사로잡혀 코딱지만한 에이스케의 자취방에 빌붙어 살며 하루 한끼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인생생들이다. 입에  풀칠도 하기 힘든 상황에 예술이 나올리도 만무하지만 말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바로 주인공인 에이스케가 만화가 어시스턴트로 들어가 감금 마감 전쟁을 치루고 받은 얼마의 목돈으로 창작활동을 결심하는 장면이다. 어떻게든 먹고 살 돈이 있으면 그 동안 돈 걱정하지 않고 창작에 전념할 수 있을 거라는 말로 친구들을 독려하며 그 돈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여름 2달동안 최선을 다해 자신의 예술작업에 전념하기로 하는 장면이었다.

대학때 어느 친구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고 그 친구는 이렇게 물었다. '만약 네 수중에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돈이 있어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면 넌 뭘 하고 싶으냐' 고...나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 라고 이야기 했었다. '돈 걱정 없는 상태의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바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다' 라는 이야기였다.

그런 경험이 있던 나에게 이 장면은 그냥 쉽게 지나치기엔 너무나 '와 닿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그들은 2달동안 열심히 창작 활동에 전념한다. 에이스케는 새로운 단편 만화를 그리고 류조는 소설을 쓰고 쇼이치는 작곡을 하고  캐이는 그림을 그렸다. 뭔가 잘 되어 갈 것 같은 분위기. 하지만 영화는 인생이 그리 달달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속 4명의 인물은 전혀 재능있거나 성실한 예술가 들이 아니다. 치기 어린 예술가 지망생이었을 뿐.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알고 결국에는 포기를 한다. 너무나 현실적인 엔딩이 또 매력적으로 다가 온다. 물론 씁쓸하긴 했다. 진짜로 씁쓸했다. 그중 유일하게 에이스케만이 팔리지 않는 스타일의 만화지만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꾸준히 가는 것을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하나 부터 열까지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영화를 보는 내내 '그래 그랬지. 그랬어' 고개를 끄덕이며 주인공 들의 감정에 동조하며 한편으로는 그들의 바보 같은 선택에 비웃어 가며 '그땐 그러지 말았어야지' 하고 충고도 해가며 정신없이 영화에 빠져들었다.

청춘의 한페이지는 영화같이 아름답고 멋진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라고 누구나 생각하지만 해피엔딩의 주인공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영화는 그런 아웃사이더 같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젋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다. 보는 내내 창작열에 불타기도 하고 비슷하게 살아온 것 같은 내 인생에 대해 후회하기도 하고 그들의 어리숙한 선택을 비웃기도 하며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나와 너무나 가까운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과연 내 창작물을 위해 밥벌이 시간을 희생해 가면서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이미 그들 보다 나이가 많다' 라는 것은 변명이 되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저 내 의지 부족을 한탄하며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라는 생각만 할 뿐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 준비탓를 하는 것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그럴듯 한 변명일 뿐.
알고 보면 모든 일은 준비없이도 스탠바이 오케이 인데 말이다.



Moleskine / 오일파스텔


2007/06/28 22:25 2007/06/2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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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군 
wrote at 2007/06/29 01:51
으악. 글만 봐도 가슴이 저릿저릿 뜨끔뜨끔합니다.;;;;;
한명의 이야기도 아니고 4명이라는 그룹이라서 더욱 그렇군요.
하지만 이미 6월의 할인권을 소진하기 위해서 예매해놓았으니..... 봐야겠지용...

그 현실적인 결말에서 저의 위치는 어디에 놓여있는지, 바라봐야겠습니다.. ㅠㅠ
(사실 기본적으로 예술가는 아닙니다마는용~)
wrote at 2007/07/07 04:20
예술을 한다는 게 참 힘든 일이죠.
일이 힘들거나 돈이 안되거나 하는 일의 힘듬 보다도 잉여 인간 내지 유한 인생으로 취급되는 것이 더 힘든 것 같아요.
이상하게 와닿네요 -.-;
안그래도 이 영화 볼까 말까 생각중이었는데 꼭 보러가야겠습니다.
wrote at 2007/07/05 16:06
취향에 따라 좋고 나쁨이 갈릴 수도 있는 영화이지만
비슷한 부분에서 공감하실 수 있으실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
wrote at 2007/07/08 06:39
봐버렸습니다.

박군님의 느낌이 팍 팍 맞았다는 거 알려드릴려고 한 자 적습니다.
wrote at 2007/07/08 21:28
오오 보셨군요...
공감하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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