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컨디션 조절 실패로 육체리듬이 말이 아니다.
덕분에 피부상태도 최악..ㅠ-ㅠ (그나마 친구의 열혈 팩 덕에 점차 정상을 되찾고 있음..땡스~)
밤엔 누워도 잠이 오지 않고
창문으로 햇볕이 새 들어올 때 쯤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드는 날이 거듭되고 있다.
덕분에 일도 손에 들어 오지 않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쇠한 상태.

내일까지 마감해야 할 작업이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찬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갔다.
저녁 7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아직 하늘을 어두워질  줄을 모른다.
여름의 좋은 점은 나같은 늦잠 족에게도 햇볕을 즐길 시간을 충분히 남겨 준다는 것일게다.

저녁을 먹으러 단골 우동집으로 슬리퍼를 찍찍 끌며 걸어갔다.
늘 자전거를 타고 가는 곳이었지만 오늘은 왠지 걷고 싶다.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공기의 내음이 좋은 동네 골목을 투벅 투벅 걸었다.
머리가 조금씩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우동집에 도착하니 저녁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손님이 그리 많지 않다.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면 늘 4인용 좌식 테이블을 떡하니 차지하고 앉는다.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기 무섭게 '고기우동' 한 그릇을 주문한다.
심심하지 않으려고 들고온 수첩에 긁적 긁적 낙서를 하며 우동이 나오길 기다린다.
많이 자서 퉁퉁 부었을 내 얼굴도 그리고 오늘 뭘 해야하나 이것 저것 적어보고
잠으로 숙성된 된장이 되어버린 머리속을 조금씩 정리해가다 보니
따뜻한 국물이 맛있어 보이는 고기우동이 등장.
평소보다 우동 면발이 푸석하다는 걸 느끼며 그래도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계산을 치르고 나오니 바깥 세상은 진푸른 빛의 완연한 저녁이 되어 있었다.
이대로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동네의 또 다른 단골 카페로 향했다.
초저녁임에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찬 카페속에 앉고 싶었던 자리가 비어 있음을 확인하고
문을 밀고 들어선다. 야외 테라스에서 한 남자가 열심히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왠지 보기만해도 기분좋아지는 장면이다.
아이스라테 한 잔을 주문하고 카운터 석의 노트북 자리에 앉았다.

기분이 울적하거나 일의 의욕이 없어져 갈 때 늘 다음의 여행을 꿈꾼다.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에서 지낼 하루 하루를 상상하며 가보고 싶은 곳을 찾아 헤메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인터넷을 뒤지며 이곳 저곳의 여행 이야기들을 듣고 메모하며 공상의 시간을 가져본다.

실수로 오더가 빠진 내 주문에 미안해하며 점원은 초콜렛쿠키 하나를 슬며시 건내준다. 의외로 바삭거리는 달콤한 설탕맛이 나는 쿠키를 먹으며 오늘 바닥을 헤메던 내 컨티션을 조금 끌어올릴 수 있었다.

카페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의자 아래에서 모기 한 마리가 내 다리를 맹렬히 공격하고 있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2007/06/12 22:14 2007/06/1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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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 
wrote at 2007/06/13 00:58
... 그래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왠지 누님한테 전화해보고 싶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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