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남자] 한국판 드라마 방영을 기념하여 공개로 돌려본다.
업데이트 할 꺼리가 별로 없다는 것도 이유의 하나라면 하나일 수도 있지만 중얼 중얼...
2007/08/23 06:48
[꽃보다 남자]를 처음 접한 것은 95년이었던가? 94년이었던가? 잘 기억은 안나지만..[오렌지 보이]라는 원 제목과는 하등 상관없는 당시의 유행어를 본딴 황당한 제목의 해적판으로 보게 된 것으로 부터 시작된다. 당시에는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이지메, 왕따의 행위가 정도를 넘어설 정도의 수준이어서 꽤 놀라며 본 기억이 난다. 이후 국내에서도 라이센스로 제대로 나와 만화는 이미 완결이 되었다. 그리고 대만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 지기도 하고 일본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만화가 드라마화 되어 좋았던 적은 별로 없었다. [노다메]도 그렇고 좋아하는 만화는 그냥 만화의 형태로만 남아주길 바란다. 더우기 일본의 드라마라는 것은 이상하게 현실을 과장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원작이 만화인 경우 주인공들은 현실로 구현되어 종종 우리를 실망시키는 모습으로 다가 온다.
[꽃보다 남자]는 너무 좋아! 할 정도로 원작을 엄청 사랑한 작품도 아니고 (뭐 처음엔 재밌게 봤지만) 드라마는 더 더욱 관심이 없었다. 주인공 이랍시고 보통은 당대의 내노라 하는 아이돌 몇명이 나와서 조잘 조잘 뭔가 연기를 한답시고 어설픈 대사처리와 과장된 몸짓으로 원작의 이미지를 망쳐 놓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일본어 수업시간에 [꽃보다 남자 리턴]이라는 2007년판 새 시리즈의 [꽃보다 남자]를 보게 되었다. 2005년에 시리즈 1이 방영된 모양인데 원작이 완결이 되어 이제야 끝을 낼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2007년 부터 그 뒷부분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처음엔 뭐 그런가 하고 봤는데 수업중에 본 드라마는 원작 그대로이거나 원작과 아주 다른 이야기도 아닌 원작에 약간의 가상의 이야기를 좀 더 가미한 부분이 있었다. 그게 원작보다 이야기를 좀 더 매끄럽게 해주는 느낌이었다. 옹..흥미가 생기기 시작.
게다가 화려한 상류층의 생활이라는 것이 만화로는 별로 현실감이 없는데.. TV 화면에 떡하고 [불가리]니 [카르티에]니 하는 도쿄 번화가에 실제로 존재하는 명품 샵이 줄줄이 나와주고 외국의 귀족이나 살 것같은 성같은 저택에다 끝도 보이지 않는 마호가니 테이블에서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모습이 나오자 의외로 만화속에선 현실감이 없던 이런 장면이 드라마에선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아 맞다! 이 만화속에 등장하는 애들이란 게 정말 이런 식으로 사는 부자였지?' 콧방귀 치며 외면하던 드라마에서 의외의 면을 발견하고 눈을 반짝이게 된 박군.
이런식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보던 도중 3화를 볼 때 였던가?
츠쿠시가 츠카사에게 못견디고 전화를 거는 장면이 나왔다. 그러자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핸드폰에서 츠카사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기 시작 했다. (츠쿠시와 츠카사 전용 황금폰)
조용한 방안, 전화에서 흘러 나오는 누워있다가 받은 듯한 나른한 저음의 목소리...
..................쿠쿵!!!
아..실사라는 게 이런 식으로 현실감있게 다가오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살짝 소름이 끼쳤다. 역시 나는 목소리에 홀리는 타입?
둘은 조곤 조곤 핸드폰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전화에서 흘러 나오는 츠카사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지만 차분하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그 목소리는 문명의 이기 덕분에 너무나 리얼하고도 낭랑하게 스피커에서 울려 퍼졌다. 꼭 내가 정말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듯이 귓가를 간지럽히며 감겨왔다.
왠지 찡~~하고 가슴이 저미어 오는 장면이었다.
10대 소녀도 아니고 드라마를 보며 이런 기분을 느끼다니..
마츠모토 쥰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츠카사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 목소리 한 방으로 살짝 녹아버린 나를 발견. 잠시 멍..한 표정으로 츠카사의 목소리를 음미했다.(헉! 왠지 변태 스럽다..-_-;)
사실 내용도 그렇고 이야기의 흐름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어설프며 황당한 시추에이션의 연속인 시시껄렁한 작품일지도 모르지만 드라마 하나는 원작의 어떤 수준을 넘어서보고자 하는 노력이 옅보이는 작품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졌다. 두 주인공의 통화 장면 하나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다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긴 하지만 말이다. 원작을 재밌게 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꽤나 만족스럽게 드라마화 되었다고 생각한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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