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키에서 JR을 타고 1/3바퀴 정도를 돌면 닛포리. 네즈,센다기와 더불어 '야나카' 지역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도쿄의 옛모습이 어느정도 남아있는 시타마치의 정서가 넘치는 동네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서민적인 삼청동쯤 되는 느낌이라고 하면 비유가 되려는지 모르겠지만 작년에 처음 이곳에 왔을때도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날이었는데 오늘 역시 비가 내리고 있다. 무덤이 많고 신사가 많은 지역이라 안그래도 좀 가라앉은 분위기 인데 늘 비와서 착 가라앉은 모습만 봐서 내 기억속의 닛포리는 늘 비슷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런 분위기 마저 너무 좋아하는 두사람. 이렇게 좋아할 줄은 미처 몰랐다.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 받은 닛포리 지도를 못챙겨 온게 생각났다. 닛포리는 골목 골목 숨어 있는 멋진 가게나 갤러리가 많은 동네라 지도가 있으면 정말 좋은데. 닛포리 역 근처의 서점에 들러봤지만 야나카 지역에 관련된 지도는 팔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그냥 기억나는 쪽을 돌아 보기로 했다.
닛포리 역에서 내려서 '야나카 긴자'라고 불리는 상점가 쪽으로 내려가는 언덕을 올르다가 옆길로 빠져 봤다. 지난번에 가보지 못한 길이라 신선했다. 둘은 길을 걸으며 집 모양새나 신사 하나 하나에 감탄했다.



보이는 신사마다 다 들어가 보는 통에 따라 다니느라 좀 힘들었다.
오래된 민가들이 많이 남아 있는 이동네도 개발의 바람이 슬슬 불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이런 멋진 곳이 언젠가는 세련된 맨션으로 바뀌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관광객의 입장에서도 너무 아쉽다.

에도시대의 문인들이 지었다는 어느 신사 안으로 들어갔다.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곳인 듯.

조금 더 걸어가니 또 다른 신사 하나가 보인다. 이번엔 좀 규모가 큰 신사다.


갔이 같던 S여사가 오미쿠지를 뽑아 보겠다며 100엔을 넣고 버튼을 눌렀다. 결과는 [대길] 이제까지 오미쿠지 뽑아서 대길 나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잘 나와봐야 [소길]정도겠지 했는데 기쁜 맘에 기념촬영까지 했다. 맘에 드는 신사에서 오미쿠지 결과도 좋고 기분 좋아 보이는 S여사. ^^


신사에서 U턴을 해서 다른 길로 가보기로 했는데 가는 길에 귀여운 부엉이 조각이 있는 곳이 있어서 구경했다. 초등학교인 모양인데 상당히 아담하다. 어린이책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초등학교에 관심이 많아 들어가보고 싶어 했으나 토요일이라 문이 잠겨 있었다.


부엉이 학교(?)를 끼고 골목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언덕길을 걸어 내려가서 한참을 갔나 싶은데 주택가의 좁은 길 한켠에 갤러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우리가 기웃거리니까 그 앞에 서 있던 한 남자가 무료니까 들어가보라고 한다. 지금 작가가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곧 들어 올 거란다. 창고같은 분위기의 갤러리에는 스타일이 맘에 드는 그림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그 아저씨 왈.." 이 작가는 색을 아무렇게나 칠한 다음에 그 색에 맞춰 펜선을 넣는 식으로 작업한다" 라고 설명을 해줬다. 우리가 한국에서 온걸 알자 이 갤러리는 삼각지에 있는 어떤 갤러리와도 교류를 맺고 있어서 그쪽에서 전시를 한적도 있다고 한다. 작가의 이름도 여자 이름같고 선 느낌이나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여성스러웠는데 작가는 남자라고 한다. 이런 저런 설명을 듣고 있는데 작가가 나타났다. 선이 가늘고 여성스런 분위기이긴 했으나 괜찮게 생긴 젊은 남자였다. 우리가 가방을 들고 있는 걸 보더니 가방을 맡기고 편하게 관람하라고 한다.




가방을 일부러 받아 들고 2층까지 갖다 놔 준다. 2층에도 전시를 하고 있었다. 맘에 드는 건 구석에 비치된 자신의 스케치 북이었는데 페이지 마다 낙서하는 식으로 스케치된 그림들이 빼곡히 차 있었다. 한장 한장 열심히 넘겨 보며 그림에 감탄을 하고 있었다. 우리도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하니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이 있냐고 물어본다. (물론 없지) 1층으로 내려가서는 방명록에 이름을 적어 달란다. 주소와 이름을 적어 주고 명함을 한장씩 받았다. 엽서 두장을 구입. 잘봤다는 인사를 하고 갤러리를 나왔다. (우리가 갔을때는 이 갤러리 만 전시를 하고 있었다)
갤러리에서 나와 근처 골목을 슬렁 슬렁 구경하며 다녔다. 수공예 샵, 카페등 조그맣지만 개성있는 가게들이 골목 골목에서 튀어 나오는 곳이다.


대나무 소품 전문점.
골목을 걸어 빠져나오니 '야나카긴자' 상점가로 나왔다. 100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 일본느낌 물씬 풍기는 가게나 과자가게 튀김집등 이런 저런 가게들이 예쁜 간판을 달고 쭉 늘어 서있는 곳으로 야나카 지역의 명소다.



야나카 긴자를 빠져 나오면 길이 막힌 3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돌아 가는 길로 내려 갔다.

어느집 차고에 서있는 폭스바겐 버스.
여기에 좋은 향기를 풍기는 야나카커피점이 있는데 커피콩을 볶아서 파는 커피전문샵이다. 지난번엔 너무 일찍 와서 문이 닫혀 있었는데 오늘은 열려 있었다. 커피콩만 파는 가게인 줄 알았는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작은 바도 있었다. 한잔 마시고 싶었지만 일행도 있고 해서 아쉽게 지나갔다. 다음엔 꼭 마셔 보리라.
야나카 커피점 옆쪽에 지난번 눈여겨 봐 뒀던 [10엔만쥬] 가게가 있다. 만쥬 1개에 10엔으로 굉장히 싼 가게다. 숙소로 돌아가서 사람들이랑 이 먹으려고 20개 짜리를 하나 샀다. 배도 출출하고 해서 몇개 집어 먹었는데 조그맣고 동글 납작한 것이 커피맛이 나는 듯한 촉촉한 빵속에 팥앙금이 들어 있는 만쥬였다. (작은 호빵같은 느낌) 맛있어서 다 집어 먹을까 싶어서 2개씩만 먹고 뚜껑을 닫았다.



골목을 빠져 나오면 새로운 큰 길과 만난다. 이 길 역시 작은 가게들이 쇼윈도우 마다 예쁜 장식을 내 걸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색이 느껴지면서도 가게마다의 독특한 개성이 살아 있는 것이 볼거리다.


야나카 지역을 도는 레트로 버스.
골목 하나에 개구리 전문점이 있어서 들어가 봤다. 개구리 뿐 아니라 올챙이로 만든 캐릭터 상품이 귀여운 가게. [가에루야케로린도우]


개구리 숍 옆의 가게에서 준비한 기다리는 손님용 의자
큰길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저번 도쿄 여행때 문이 닫혀 가보지 못했던 카페에 가보기 위해서다.

퀼트 전문 샵. 가정집이다.


길을 올라 가다가 만난 경단가게. 왠지 옛날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고 허름한 가게 였는데 경단이 먹고 싶어서 하나씩 먹어 보기로 했다. 쑥경단,간장맛,팥앙금 세가지를 시켜서 한입씩 물고 걸었다.


우리가 향하는 카페 메메 바로 앞에 있는 샵이다.
드디어 도착한 카페 메메. 오래된 민가를 개조해 만든 카페로 내가 좋아하는 일본식 카페의 전형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곳. 교토에서도 이런 카페를 돌아 다녔었지. 작년에는 딱 휴일에 왔던 탓에 문이 닫혀 있었지만 오늘은 열려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옛날 동네 점방 분위기의 허름한 입구에 난로가 놓여 있고 책꽂이에 책이 가득한 멋들어진 공간이 펼쳐진다. 우리는 다다미방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시켰다.


위에 보이는 빨간 천은 작년 야나카공예전때 씌였던 깃발.

혼자서 카레를 시켜 먹고 가는 남자, 주인의 친구인듯 보이는 커플, 동네 사람인 듯 보이는 노부부가 들러 커피 한잔씩 점심 한끼를 해결 하고 가는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카페. 진하게 내린 커피를 한모음 음미하며 피곤한 다리를 잠시 휘며 일기를 썼다. 이런 여유가 필요했다.




이 코너만 흡연구역. 그래서 담배재가 풀풀 날린다.




분위기 있는 화장실. 왜 난 화장실에 집착 하는 것인가.

물을 내리면 수도꼭지에 달린 나비가 춤을 춘다.


원래 이 가게는 산겐마라는 이름이었는데 가게가 바뀐건지 이름이 바뀐건지 그래도 문패는 그대로.
사진이 많아 다음으로 계속....
Lomo LC-A / Kodak colorplus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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