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이 영화를 보러 간 건 아니었다. [훌라걸스]가 내릴때가 다 되지 않았나 싶어 저녁에 시간이 나는 김에 CQN에간 것이었는데 8시에 [우리학교]의 감독인 김명준씨와의 대화 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7시 [훌라걸스] 표를 바꾸어 8시40분 [우리학교]표로 바꾸고 8시에 시작하는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참여했다. 영화에 대한 뒷얘기가 많아서 영화를 보고 대화에 참여했으면 더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훌라걸스] 대신 [우리학교]를 선택한데 조금의 후회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2시간여의 상영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감동적이었다.
[우리학교]는 홋카이도에 있는 재일조선인 학교를 배경으로 감독인 김명준씨가 3년간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만들어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편집하는데만 1년넘는 시간이 필요했을 정도로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는데 힘이 들었다고 할만큼 홋카이도 우리학교의 아이들과의 생활이 즐거웠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 화면속에 그 감정이 고스란히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의 우리들속에 없는 말투나 생활습관 복장등 민족성을 지켜 나가면서 그들이 재일 조선인이라는 의식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서툴지만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영화속에서 학생들 중 한명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조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민족성을 일부러 드러내지 않고 마음속에 간직 하는 것 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일본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그걸 속으로만 품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말을 쓰고 치마저고리를 입는 것으로 드러내고 행동하는 것으로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라는 말을 한다.
통일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원론적인 부분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이거나 실제적으로 왜 필요할까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있자면 현해탄 건너의 사람들이 왜 그렇게 통일을 갈망하고 있는가가 절실하게 전달되어 온다. 영화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저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조용하게 그것을 이야기 해주며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대사 하나 하나에 감동하고 눈물 짓게 된다.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 타이틀롤이 올라갈때까지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고 마지막엔 조용히 박수를 보냈다. 간만에 만족스러운 영화관람. 아직 보지 않은 이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영화 중 하나다.
2007년 4월3일 8시 CQN2관 / [우리학교] 김명준 감독과의 대화

사회자 : 질답에 앞서 영화의 그 후 이야기를 잠시 들려주시면 감사하겠다.
감독 : 우선 영화속 아이들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초급반을 떠나서 중급반으로 돌아오겠다는 상효는 중급생이 되어 진짜로 학교로 돌아왔고 가정방문때 [우리학교]를 가야 하나 망설이던 창수는 입학을 해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고 윤택이의 동생 성택이도 역시 학교에서 배에 그림을 그리며 재밌게 생활하고 있다 (영화속에 배에 그림을 그리며 노는 장면이 나옴)
질문1-1. 감독님은 처음 일본을 가셨을때 전혀 일본어를 못했었다고 했는데 3년 있는 동안 일본어는 늘었는지?
감독 : 처음에는 일본어를 몰라서 선생님들과만 대화가 가능했다. 대부분의 조선인 가정에선 100% 일본어를 사용하고 있었고 아이들도 수다나 쉽게 통하는 말은 역시 일본어였다. 수업시간에야 한국말을 사용하지만 역시 수업 보다는 일상생활의 대화가 중요했는데 처음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이해를 못했다. 처음에는 초급 1학년들이 듣는 일본어 수업에 들어가 배우고 교무실에선 후지시로(체육선생님)씨의 옆자리여서(감독도 교원실에 책상이 있었다고 함) 서로 한국말 가르쳐주고 일본어 가르쳐주고 하는 식으로 배웠다. 박대우 선생님 부인이 예전에 교사여서 그분한테서 일본어를 배우고 하는 식으로 해서 8개월 쯤 후에는 일본어로 대화가 가능해졌다.
질문1-2. 엄청난 분량을 찍었다고 들었는데 편집된 장면중에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감독 : 분량이 너무 많아서 잘라 내야 하는 부분이 너무 아까웠다. 운동부도 그렇지만 조선학교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고전무용(조선무용이라고 한다고 함)이 있는데 전국의 조선학교 아이들이 도쿄나 오사카에서 모여 예선부터 해서 경연대회를 하는데 그 대회가 참 멋졌다.(치마 저고리 일색) 그 대회에서 홋카이도 우리학교 아이들이 금상을 받아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으나 시기적으로 조국방문(북한 방문) 뒤였던 바람에 뒤에 또 졸업식도 나오고 하는 점 때문에 관객들의 감정 조절이 힘들것 같아서 부득이하게 빼야 했다. 3년 찍고 나니 테입이 500개 분량이 되었고 1년 1개월정도 편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질문2. 개봉하는날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보고 오늘이 두번째 관람이다. 평이 상당히 좋더라. 상업 영화에 비해 홍보가 부족하지만 입소문이 잘 날것 같다. 지금의 한국에선 거의 없어진 한국인의 모습의 원형이 일본에는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 '화이팅'이 아니라 '이기자'라고 하는 부분도 그렇고..나도 초등학교 시절엔 '이기자'라고 외쳤던 기억이 있다. 질문은 우연인지 의도인지 모르나 현재 6자 회담이 재개되고 있어 이전에 비해 남북의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는데 이것이 작년에 개봉했다면 또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다. 개봉 시기는 의도한 것인가?
감독 : 영화를 완성 한것이 작년 10월 이었다. 극장에서 개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건 생각하지 못했다. 빨리 개봉하고 싶긴 했지만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 그 당시는 6자회담이 결렬되어 어려울 때라 더욱 어려웠다. 지금도 상황이 그리 좋지 많은 않다. 영화 비수기인데다 FTA같은 큰 사회적 문제 때문에 사람들이 영화를 잘 보러 오지 않는 시기인 것 같다. 일본에서도 꼭 개봉하고 싶으나 힘들것 같다. 6자회담이 순조로운 진행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은 납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북한 때리기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는 상황. 그래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조선인 학교 아이들이다. 자주상영을 통해서라도 동포들이 보길 원하는데 어려운 상황이다.
질문3. (질문자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못들었음-_-;)
감독 : 우선 조선학교 학생들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하지면 좋은 관계가 되어야 한다 (웃음) 적어도 수학여행으로 북한으로 가면 북한은 그들을 어머니 품속처럼 맞아주는데 한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조선학교 아이들을 보면 한국 사람들은 자신들을 일본인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말한다. '왜 일본으로 귀화하지 않는가?'라고 너무 쉽게 이야기 한다. 서툰 한국어 때문에 말을 하는 걸 어려워하고 불편해한다. 그래서 친구들과 모여서 일본어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우리학교]를 통해 일본에 이런 애들이 있다는 걸 알고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을 알면 상황이 나아지리라고 생각한다.
질문3-1. [우리학교] 학생들 같은 조선인 학교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답변 : 다음 카페 중에 [뜨겁습니다] 라는 곳이 있다. 조선학교에 책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는 곳으로 회원이 450명정도 된다. 거기에 가입하면 통장 같은 걸 보내주고 거기에 돈을 부치면 조선학교에 보낼 책을 살 기금을 모을 수 있다. 1년에 한 두번 정도 조선학교를 방문하기도 한다.
사회자 : 우리 영화 블로그에 글을 남겨 주시면 아이들이 볼 수 있다. 영화에 나온 아이들 중 ??는 나중에 조선대학에 붙었다고 한다.
영화 공식 홈페이지 http://www.urischool.co.kr
영화 블로그 http://blog.naver.com/ourschool06
사회자의 질문 : 홋카이도 조선학교에는 초1에서 고3까지 있는데 고급부 3학년을 주인공으로 촛점을 맞춘 이유는?
감독 : 어떤 학교건 졸업식이 가장 감동적이다. 홋카이도 우리학교는 학생수가 적기 때문에 한사람 한사람이 빛나는 졸업식이 가능하다.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는 졸업식이다. 홋카이도에 있을 동안만해도 3번의 졸업식을 봤고 그 졸업식을 보여주고 싶었다. 일상을 보여주며 졸업식까지 보여 주려면 고3밖에 없었다. 11년동안 민족교육을 받고 마지막 12년째를 어떻게 보내는 가를 보고 싶었고 고3은 조국 방문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들이 조국에 가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 가도 보고 싶었다.
질문4. 조선학교 졸업 후 사회 진출은 어떤식으로 하는가? 이 영화가 한국적인 새로운 민족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감독 : 조선학교의 교육 체계는 초,중,고,조선대학 이라는 것이 있고 조선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들은 동포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들어가는 민족 간부라 불리우는 애들이다. 일본의 대학으로 진학하는 아이들은 조선학교를 다니다가 공부를 잘해서 고등학교때 일본 학교로 전학을 간다. 아니면 고3까지 다 다니고 일본대학에 가는 애들은 개인적 성공을 원하는 아이들이다. 조선 대학은 일본내에서 정식 학교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부조리한 상황을 위해 조선학교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애들이 조선대학으로 가고 일본 대학을 선택 하는 아이들은 일본에 흡수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다. 아이들과 TV를 같이 보고 있으면 TV에 나오는 연예인 10명중 한 명 꼴로 '아 저사람은 한국인' 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만큼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재일 교포 사회나 조선학교에는 우리에게 이미 지나간 낡은 주의들이 잔존해 있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남존여비 같은 사상등. 재일 동포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을 교육하고 있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게 한다. 통일이 누구에게 필요한 것이며 생활적으로 정말 필요한 것인가? 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교포들의 생활을 보면 정말 통일이 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마음이 더욱 절실해 진다.
사회자 : 일본에서도 [우리학교]가 정식 개봉을 해서 [우리학교]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감독과의 대화 끝]

[우리학교] 초급1년생들이 그린 그림으로 만든 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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