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왔을 때도 느꼈지만 헤이리에서 밥을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데이트 코스로 생각하고 조금 비싸고 럭셔리한 레스토랑을 찾는다면 몇군데 있긴 하지만 간단한 식사나 분식을 먹을만한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인데 [네버랜드] 바로 옆 건물에 조그만 분식집을 하나 발견하고는 굉장히 기뻤다! 그래 저기서 먹으면 되겠다! 그런데 내 지갑속엔 현금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여기서 밥을 먹으면 나중에 커피 값이 없을 것 같고 이런 저런 상황을 생각해보면 현금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어야 했는데 은행 들렀다가 오는 걸 깜빡한 것이다. 어딘가에 ATM이 있겠지 간단히 샌드위치 세트를 먹을 수 있는 카페가 있었던 걸로 기억했기에 그리로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오산. 헤이리를 한바퀴 삥 돌았음에도 ATM은 작동을 안해. 믿었던 카페는 문을 닫아. 다른 곳은 다들 비싸 보여. 배고픈 나는 사진 찍는 것도 잊고 멍하니 어딜 가야 이 허기를 채울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리고는 드디어 파스타 가게를 하나 발견! 조금 비싸긴 하지만 문을 연 곳도 별로 없는데다 파스타로 배를 채우며 이 추위를 잠시 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좋았다.

[식물감각] 이라고 이름이 붙어 있는 건물의 1층은 갤러리 였고 그 윗층이 레스토랑이었다. 일본 작가의 작품을 전시 하고 있었는데 여튼 밥을 먹고 천천히 구경을 하기로 했다. 2층으로 올라가니 훅~ 하고 따뜻한 공기가 밀려 든다. 다들 커플이나 그룹으로 앉아서 창가 자리를 다 차지 하고 있어서 가운데 있는 2인석에 앉았다. 해물리조토를 시키고는 가져다 준 따뜻한 물 한잔으로 일단 추위를 가시게 했다. 창밖의 풍경은 참으로 고요하고 따뜻해 보이것만 역시 추운날 답게 한참을 배고픔과 함께 걸어다녔더니 정말 춥고 배고픈 웃지못할 상황이었다. 조금 있다가 가격에 비해선 초라해 보이지만 통통한 새우가 인상적인 해물리조토가 나왔다. 그래도 밥이 속으로 들어가니 살 것 같다. 식사를 다 할 때 쯤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커피 한잔 하실래요?]라고 물어온다. 색은 짙었지만 의외로 부드러운 맛의 커피 한잔으로 입가심을 하니 이제야 정말 제정신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잠시 그곳에 앉아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계산을 하고 1층으로 내려와 전시를 구경했다. 야생벼를 연구하고 관찰하는 어떤 사람이 야생 벼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한 그림을 전시하고 있었다. 식물인지 곤충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독특한 모습의 벼의 모습을 여러가지 다양한 필체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었다.




[물감각] 답게 계단 곳곳에 작은 화분들이..

다나베 미사키였던가 하는 작가...벽의 걸개 그림도 벼의 모습이다


배가 부르니 세상이 달라보이고 날씨도 그다지 춥지 않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아까 정신없이 지나쳤던 건물들을 하나 하나 사진도 찍어보고 돌아 다녔다. 조금 떨어져있는 [동화나라]에 들러 그림책을 구경하기로 했다. 역시나 손님은 나 밖에 없었다. 그날 그날의 테마별로 책이 놓여 있는 듯, 어떤 테이블엔 영화화 된 동화의 원작 그림책 등을 전시하는 코너가 있고 한쪽 코너에는 개가 주인공인 책 한쪽에는 해가 주제인 책 등 재밌게 분류를 해놓고 있었다.

[동화나라]서 나와 [북하우스]를 가보기로 했다. 저번에 헤이리에 왔을때 가서 1층의 고급 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었다. 무려 30000원 가까이 하는 코스요리였는데 물론 얻어 먹긴 했지만 헤이리의 비싼 음식값에 놀랐던 기억이 났다. [북하우스]는 길게 놓여있는 책장이 맘에 드는 곳이다. 천장까지 이어진 높은 책꽂이를 완만한 경사로 되어 있는 복도를 따라 올라가며 책을 보는 식으로 되어 있다. 1층에는 한길사에서 나온 책들이 위주고 그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분류별로 책이 꽂혀있다. 사진촬영 금지라고 어찌나 경고문이 붙어 있던지 사진은 찍지 않았다. 책을 구경하며 천천히 걷다보면 가장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윌리엄 모리스 카페가 있다. 피자도 팔던데 여기서 식사를 할 걸 싶다. 계속 서서 책구경 하고 했더니 다리가 아파 온다. 슬슬 [반디 북카페]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한길 [북하우스]

북하우스 바로 건너편에는 [매거진하우스]가 있다. 1층에는 외국잡지와 인형을 파는 코너가 있고 2층엔 잡지가 놓여진 북카페같은 느낌의 찻집이 있고 3층은 예술서적및 잡지를 파는 서점이다. 1층과 2층엔 사람이 많았는데 3층엔 손님도 점원도 없이 한산했다. 책 구경을 하다가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카페가 어찌나 따뜻해 보이던지 (사실 난방이 빵빵해서 정말 따뜻했다)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고 목적지인 [반디 북카페]로 향했다.


북카페로 가는 중 발견한 버스를 이용한 가게


이 터널을 지나면 바로 북카페가 있다.

따로 이동수단이 없어서인지 전기 자동차나 자전거가 많이 눈에 띈다.

북카페 바로 옆 건물. 외벽이 이끼 같은 걸로 덮여있다.



다음에 계속...

Lomo LC-A | Fuji Autoauto 200

2007/03/09 19:02 2007/03/09 19:02
tagged with  ,
REPLY AND TRACKBACK RSS http://www.comixer.com/blog/rss/response/35
REPLY AND TRACKBACK ATOM http://www.comixer.com/blog/atom/response/35
TRACKBACK ADDRESS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REPLY RSS http://www.comixer.com/blog/rss/comment/35
REPLY ATOM http://www.comixer.com/blog/atom/comment/35
쭈니군 
wrote at 2007/03/09 22:26
아니;; 식사값이 평균적으로 그렇게 비싸면 거기 일하는 사람들은 뭘 먹고 사나요..?
wrote at 2007/03/11 03:03
차를 타고 조금 나오면 식당가가 있는 모양이긴 한데 헤이리 내에는 거의 없었음. 도시락이라도 싸가지고 다니는지..알 수 없음..
수정 
wrote at 2007/03/14 11:56
해이리는 접근방법도 그렇고, 모여 사는 사람들도 그렇고, 문화적 향유를 목적으로 할 뿐이지, 거기서 생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별로 없어보이지 않나요?^^ 결국 있는 사람들이 거주하며 편안하게 문화를 즐기는 장소에 일반 사람들이 구경가는 것.. 때때로 이런 장소도 필요하다고 보지만.. 조금 더 알차게 운영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wrote at 2007/03/14 13:55
맞아요. 저도 그점이 좀 아쉬웠어요. 게가다 처음 갔을때 보다 더 황폐해진 느낌? (겨울이라 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사람 사는 느낌이 없는 예술테마파크 같은 느낌이 강했어요. 아트리에나 스튜디오등을 임대하거나 하는 식으로 개방을 해서 작가들을 끌어들이던가 하는 방향으로 좀 활기를 불어 넣었으면 어떨까 싶어요. 넓은 땅덩어리가 아까버..-_-;
이름 :
비밀번호 :
홈사이트 :
비밀글 :
*1  ... *266  *267  *268  *269  *270  *271  *272  *273  *274  ... *303 
count total 184619, today 51, yesterday 48
rss
I am
전체
공지
여행
만화
미식
영화
잡담
카페
전시&공연
PODCAST
비공개
코믹에세이
달력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