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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인간 / 2012.1.23 / 오후 1시20분 / 아트하우스 모모 / 2관

설날이다. 마감 때문에 귀향도 못하고 홀로 쓸쓸히 서울 바닥을 지키고 있던 나는 이대로 집에서 일만하며 연휴를 썩힐 순 없다 하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19일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던 [신과 인간]을 봤다.

영화관을 나온 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왜? 영화가 나쁜 건 아니다. 누가 봐도 좋은 영화였지만 보고 나서의 감상은 '이 영화는 도대체 뭘까?' 라는 거였다.

과연 영화 선전에서 포장하는 대로 이 수사들은 테러리스트들에 맞서서 주민들의 편에 서서 끝까지 저항하다 순교한 인물들인 것인가? 늘 영화 예고편에 당하긴 하지만 이 영화도 어떤 맥락에선 그런식으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든다.

영화속에서 수사들이 뭔가 대단한 걸 아니다. 그저 매일 같이 새벽에 종을 치고 성가를 부르고 기도를 한다. 밭에 물을 주고 땔감을 구하고 아픈 사람들을 치료한다. 순리에 따라 매일 같이 그 자리에서 수도사의 몫으로 겸허하게 산다. 그렇게 평화롭게 사는 그들에게 군대와 테러리스트들이 번갈아 쳐들어 오고 목숨의 위기가 닥쳐온다.

내가 상상했던 스토리 대로라면 그들은 모두 신의 가르침에 따라 주민들을 수도원 안에 보호하고 그들을 지키려 저항하다 장렬히 순교한다 뭐 이런 거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 이전에 그저 내가 여기를 지켜야 하나 살기 위해 피해야 하나를 고민한다. 그것도 꽤 오랫동안. 차라리 거기서 고민을 하는게 인간적이었다. 반반으로 나뉘었던 의견이 어느새 점점 하나로 좁혀지더니 그들은 신 앞에 평정을 찾고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을 선택한다.

이들이 한 선택은 대의 명문을 위한 결론을 이미 내놓고 자신의 선택을 신의 선택이라는 것으로 포장해서 결국 아름다운 선택으로 마무리 짓게 하는 절차밖에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교하는 것이 뭐 하긴 하지만 밀양에서 전도연의 아이를 죽였던 범인이 스스로를 용서하고 회개하던 장면과 겹쳤다.

그들이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은 신을 배신하는 것 만큼이나 아픈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도원에 잔류하는 걸 받아들이는 것 또한 인간으로서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기에 신은 그들에게 마약과도 같은 존재로서 아픔을 느끼지 않게 하는 완충제의 역할로 사용되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수사다. 그러므로 여기를 떠나고 싶지만 떠나는 것은 명분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신이 있기에 나는 여기에 있는 걸 선택한다. 그리고 편해진다. 아무리 수도사라고 하더라도 그 속의 '인간'은 그리 빨리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신에게 의지해 잔류를 선택한다. 그리곤 너무나 허무하게도 테러리스트들에게 인질로 끌려가 죽임을 당한다.

뭐랄까 허무하다. 신은 과연 있는가? 그들은 꼭 명분도 없는 그 수도원에 남는 선택을 했어야 하는가? 내 눈엔 스스로 성인이고 싶어하는 크리스티앙에 의해 설득당한 수도사들의 비참한 말로로 밖에 안보인다. 감독이 이걸 보여주기 위해 그렸다고 한다면 성공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를 봐서도 어떤게 감독의 의도한 바인지는 뚜렸하게 드러나진 않는다. 문제는 영화 선전을 위해 포장된 것은 그들의 숭고한 죽음만이 포커스 맞추어진 것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주제에 대한 나의 호불호를 떠나 정말 맘에 드는 장면이 하나 있다면 그건 최후의 만찬 장면이다. 백조의 호수를 틀어 놓고 포도주로 간만의 호사를 부리며 처음으로 그들이 웃는 모습을 보이는 장면. 어느새 곡의 절정에 이르르면 모두들 파란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처연한 표정들이 된다. 그것이 꼭 그들의 마지막 만찬이라는 걸 아는 것 처럼. 영화에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 장면이라고 하겠다. 결국 수도사들은 그저 한 인간이었을 뿐이지만 수도사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순교를 강요당하는 어린 양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들이 포도주를 나눠 마시는 장면이 바로 그러했다. 도살장에 끌려가기 직전 두 눈에 공포를 가득 담은 양들의 모습처럼.

2012/01/23 17:05 2012/01/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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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wrote at 2012/01/24 14:57
모모에서 예고편보고 보고 싶었는데,내용을 자세히 알고나니 볼 엄두가 안나는...저도 개죽음이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서 말이죠.
박군 
wrote at 2012/01/24 23:13
앞에서도 언급했듯 예고편을 보고 상상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로 흐르지 않습니다. 딱히 개죽음으로 묘사되진 않아요. 그 부분은 마지막에 잠깐 자막으로 언급만 할 뿐 영화 자체는 대부분이 수도사들의 하루 하루에 포커스가 맞춰진 쪽이라. 차라리 죽음이 강조 되었으면 더 극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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