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센던트(The Descendants) / 2012.1.20 / 서울극장 / 오후8시 / 익스트림무비 시사회
친구가 디센던트 시사회 보러가겠냐고 물었을 때 뭔 영화야? 하고 검색을 하다가 영화 포스터에 죠지 클루니 얼굴이 보이길래 그냥 시큰둥 했었다. 딱 봐도 그냥 그저 그런 헐리웃 감동 무비가 아닐까 했는데 영화가 시작되자 마자 아! 하고 무릎을 쳤다. 전에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듣고 막 보고싶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영화였던 것이다.
낯선 영어 제목이 딱 와 닿지 않은 탓이었는지 그때 들었던 제목도 기억이 나지 않고 그냥 죠지 클루니가 하와이 배경으로 나오는 영화라는 정도만 기억의 조각으로 남은 상태였던 것. 그것도 한참 전에 들었던 기억이라 완전 까먹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디센던트]에 대해 들었던 건 작년 12월 (기억속에선 작년 초쯤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을 정도로 아스라한) 일본의 한 AM라디오 프로의 팟케스트에 고정출연하는 마치야마 토모히로라는 영화 평론가가 소개했을 때였는데 감독인 알렉산더 페인에 대해 설명하며 꾸리꾸리한 이야기를 코메디 터치로 만드는데 천재적 감독이라고 이야기하며 죠지 클루니가 핸섬하고 세련된 중년이 아닌 알로하셔츠에 슬리퍼 찍찍 끌고 별볼일 없는 남편으로 나오는 영화라고 소개했었다. 이야기의 대부분을 스포일러라고 할만하게 다 이야기 해버렸었는데 (일본에도 2012년 공개 예정이긴 한데 날짜가 기약이 없다며)왜 난 이영화와 죠지 클루니 옆모습이 애잔한 그 포스터를 연결 못시켰을까. 시사회 표가 1인2매에서 1인 1매로 바뀔 정도로 신청자가 많았다는 시점에서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카데미상 수상이 유력한 작품이라는 것도 듣고는 한귀로 흘렸다니. 여튼 놓치면 후회할 뻔 했다. 어렵게 표를 구해준 친구에게 감사한다.
[디센턴트]는 '후예들'이라는 뜻으로 영화속 죠지 클루니는 하와이의 초대 왕인 카메하메하 왕의 자손으로 나온다. 원작자 역시 카메하메하 왕의 후손으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입장에서 글을 썼다고 한다. 대대 손손 물려온 거대한 하와이의 미개발 토지를 신탁으로 운영하며 그 땅을 개발할 업체에게 팔아 평생을 두고 쓸 돈을 얻느냐 마느냐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와 요트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부인의 생명을 유지할 거냐 존엄사를 택할거냐 하는 두가지 딜레마에 동시에 빠진 남자가 주인공.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더 복잡하게 꼬여만 가는데 이야기의 심각성이 있지만 전혀 영화는 그런 막장의 느낌이 아니다. 어런 영화 내용의 심각성을 아랑곳 하지도 않는 다는 듯 간간히 흘러나오는 나른한 하와이안 음악과 마지막 두 딸과 함께 소파에 푹 파묻혀 아이스크림을 퍼먹는 세상에 고민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죠지 클루니의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딱 봐도 보는 사람이 불안 불안하게 만드는 껄끄러운 이야기를 하나 둘도 아니고 몇가지 더 토핑으로 얹어서 던저주면서도 이야기는 전혀 무겁지 않다. 그걸 코메디 터치로 가볍게 뒤로 뒤로 넘겨가는 재주가 있는 감독이라는 소개가 딱 맞아 떨어지더라. 영화를 소개해줬던 영화 평론가는 이 영화를 코메디 영화로 분류를 했다. 하지만 나나 내 주변에 같이 영화를 본 친구들은 무거운 소재인데 꿀꿀하지 않게 잘 처리했다 정도지 코메디로 까지는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내용의 심각성으로 보자면 대비해서 코메디로 봐도 무방하려나?
마치야마 토모히로가 쓴 글 중에 알렉산더 페인의 데뷔작인 [시민 루스 Citizen Ruth]를 소개한 글이 있었다. 이 영화 역시 중절수술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코메디로 그리고 있는 영화인데 나에겐 [광란의 사랑]으로 각인 된 미인인지 아닌지 애매한 얼굴의 로라던이 주연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 루스는 술과 신나 중독자로 법원으로 부터 중절 수술을 강요당하는 미혼모인데 그런 그녀를 여성권리보호 단체와 중절수술 반대파인 복음파와의 사이에서 그들의 캠페인 홍보수단으로 이용당하는 여인으로 그려지고 있다. 도대체 미혼모 중독자의 중절수술 이야기를 어떻게 코메디로 보여준다는 건지 상상이 잘 안된다. 트레일러를 보면 코메디 같아 보이긴 하는데 말이지. 보는 사람 좌불안석하게 하면서도 웃을 수 밖에 없게 하는 느낌은 여전한 것 같다만.
사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영화는 [디센던트] 밖에 본 게 없어서 뭐라 딱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디센던트]와 같이 존엄사 문제, 가정문제와 환경문제까지를 포괄하는 자칫 어둡고 무거워질 수 밖에 없는 주제를 이처럼 산뜻하게 그려낼 수 있는 감독이라면 [시민 루스]에서의 중절수술 문제던 [어바웃 슈미트]에서 보여주는 중년남성의 위기든 질척이지 않게 무리없이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죠지 클루니에 대해 찾아보다 보니 정치 영화인 [The Ides of March]가 눈에 띈다. [드라이브]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라이언 고슬링과 동반 출연하고 죠지가 직접 메가폰을 잡은 모양이다. [디센던트]와 함께 두 영화 다 아카데미 후보로 유력한 모양인데 두 명이 같이 나란히 선 모습만 봐도 흥미가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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