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라마르 (2009) / 시네코드 선재 / 2011.5.16 / 오후 8시 / 시사회
작년 전주 영화제 카탈로그에서 간단한 시놉시스를 읽고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시간이 안맞아서 못본게 못내 아쉬웠던 영화 [알라마르]. 그 땐 지나가듯 본 터라 제목도 기억이 안나고 이혼한 아빠가 아들과 떠나는 마지막 여행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던 것만 기억에 남았었다. 이번 전주영화제에서도 이 영화의 홍보 엽서가 자주 눈에 띄길래 노트 한 구석에 붙여 놨었는데 후배인 EST_ 가 자기가 못가게 되었다며 알라마르의 시사회를 양보해준 덕에 기대치 않게 소원풀이를 하게 되었다.
영화는 짧다. 80분이 안되는 시간동안 잠시 일도 고민도 잊고 가방과 신발도 던져 버린 채 모래 고운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온 기분을 맛보았다. 이건 나 말고 극장에 같이 앉아 있던 많은 이들이 동시에 느낀 것인듯 영화 보는 내내 작은 한숨소리나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작은 속삭임들이 들려 오곤 했으니까.
귀여운 아들네미를 데리고 영화속 아빠는 무작정 배를 타고 할아버지가 사는 바다 한 가운데로 떠난다. 한낮은 강렬한 태양빛을 가리는 천조가리 조차 없는 망망 대해 한 가운데에서 멀미를 할 듯이 힘들어 하며 잠든 아들의 머리를 손으로 바쳐가며 녹조류 따윈 살지도 않는 듯 한 사파이어 블루의 산호초 섬으로.
대사도 별로 없다. 바다 한 가운데 집에서 해먹에 올라 잠자고 배띄워 고기잡고 생선 내장으로 악어 키우고 커피 마시며 책 읽고 길 잃은 철새 꼬셔 훈련시키고 ㅋㅋ
사실 아버지와 아들의 여행이라지만 할아버지와 그 아들인 아빠의 놀이에 구실로 아들이 따라 붙은게 아닌가 싶다. 아직 아빠도 할아버지와의 놀이가 채 끝나지 않은 것이다. 어린 아들은 그 걸 보며 자라는 것이겠지.
다른 거 필요없이 인생이 복작 복작 하다고 느낄 때, 그냥 멍하니 바다만 바라 보고 싶을 때 딱 좋은 영화다. 내일의 출근이, 모레의 마감이 기다리고 있어 당장 어디론가 떠나지 못하는 우리가 살짝 창문을 열고 보고 싶은 바다 풍경이 거기에 있다.
아울~~ 한 달만이라도 이렇게 살아봤음 뭔가 좀 숨통이 트일 것도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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