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31 / 예술의전당 / 훈데르트바서 전시회

전시를 본 건 작년(몇 일 전인데 뉘앙스가 참..)인데 이제야 후기를 올린다. 새해가 되었는데도 몸은 아직 굼뜬다.

훈데르트바서라는 낯선 예술가의 전시를 보게된 건 후배 쭈니군이 할인 쿠폰 사이트에서 이 전시회를 50%할인 해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줘서였다. 건축가 전시인데 뭐 볼거 있을까 (그래봤자 도면이나 모형정도겠지 라는 생각에) 했는데 자료를 찾아보다보니 전에 어느 유럽여행책자에서 본 온천휴양지의 단지 디자인을 한 사람이었다. 하도 독특한 건물 디자인이라 언제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던 곳이라 인상깊게 봤던 곳인데 그 곳을 디자인한 사람의 전시회라니 조금 회가 동했다. 50%면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 예매를 해두고는 잊고 있었는데 쿠폰 사용 마감일이 12월31일이었다. (전시는 3월15일까지지만) 독한 감기때문에 연말 내내 방콕하며 보내고 있었터라 외출하기가 정말로 싫었지만 표를 날릴 수는 없고 해서 쿠폰 사용 마지막날에 겨우 겨우 눈으로 덮인 길을 헤쳐가며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조금 작가에 대한 정보를 알아두자 싶어 훈데르트 바서의 책도 읽어보고 나름 준비를 해서 갔다. 책을 읽어 보고는 더욱 이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터였다. 건축가라기보다는 종합 예술가에 가까운 자연주의자. 행동하는 실천가로서의 그의 모습은 보통 사람의 기준에선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기 본위에 치우쳐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것은 나름 긍정적 결론을 도출하고 있었고 그것은 작가 자신이 100% 몸을 움직여 실천으로 얻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이 괴짜 작가가 맘에 들었다.

좀 극렬하다 싶을 정도의 환경 액티비스트라 모든 인공적인 것을 배제한 작업을 하는 사람이었고 인공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직선을 싫어해 그의 건축물에서는 직선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많은 아트웍을 남기고 있었는데 모든 물감은 직접 만들어 썼고 캔버스마저 스스로 짜서 썼다고 한다. 건물에 들어가는 창문이 일률적인것을 참지 못하는 그는 건물의 모든 창이 다 다르기를 원했다고 한다. 전시된 모형을 봐도 그 모습이 짐작이 간다. 크기와 폭 그리고 색마저 다른 창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 건물은 그냥 책으로 봤을때는 조잡하다 라는 생각을 했으나 실제로 모형을 보니 실물의 건물이 무척 궁금해졌다. 모든 건물은 나무역시 세입자로서 같이 살아야 한다는 그의 모토는 건물 옥상이나 창가에 나무를 심고 그것이 건물과 한몸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무는 공기와 물을 순환시켜 건물에 임대료를 내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전시장에는 액자 틀 마저 자신이 직접 만들었는지 각기 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개성있는 액자 프레임과 거기에 박힌 투박한 캔버스들을 보는 맛이 있었다. 물감을 직접 만들어서 인지 색에 광채가 있고 채도가 높아 안그래도 여러 원색이나 금색등의 화려한 색을 쓰는 그의 그림은 더욱 강렬한 색을 발하고 있었다. 자유로운 선들의 조화와 함께 계속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한 공간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모든 그림은 그 그림안에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때문에 그림의 알맹이 외의 공간 즉 여백을 보는 맛이 쏠쏠했다. 그림 바깥의 공간에는 그 그림에 사용된 모든 컬러들과 그린 날짜, 작가의 서명, 어떤 재료를 사용했나 몇번째 프린트인가 외에 많은 그의 인장등이 찍혀있는데 그 전체가 어우러져 다시 하나의 그림을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인지 딱 네모난 프레임에 완성되어 전시된 그림은 그리 많지 않고 아주 넉넉한 여백을 두고 액자를 짜 놓고 있었다. 자세히 보고 싶은데 선을 그어놔서 차마 그 안으로까지 들어가서 보기가 미안한점이 좀 아쉬웠다.

하지만 작가의 이런 자유 분방한 마인드가 반영되어서인지 이례적으로 전시장 내부에서 사진찍는 것을 허용하고 있었다. 건물 모형등이 있어서이기도 했겠지만 그 외의 많은 부분이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건 놀라웠다. 전시장에는 오디오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가이드를 빌려주는데 배우 지진희가 녹음을 했다고 한다. 꽤 상세한 설명이 들어있다는데 나는 따로 빌리진 않았다. 전에 교토의 만화 박물관 갔을때도 건담관련 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전시 가이드를 퍼스트건담의 아무로 레이의 성우가 담당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건담 매니아였다면 당근 듣고 싶었겠지만. (사실은 포토데이라는게 있어 사진찍을 수 있는 날이 정해져 있는 모양이긴 한데 가서 못찍었다라는 후기가 없는 걸 보면 일정 기간 동안은 사진찍도록 개방을 할 모양이다. 언제 못찍게 될지 그건 며느리도 모름.)

여튼 기대안하고 선택한 전시였는데 작품도 많고 기대 이상으로 너무 취향이라 좀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조금만 더 서둘러 일찍 들어왔으면 좀 더 느긋하게 조용한 관람을 할 수 있었을텐데 몸상태도 그렇고 해서 2시간 정도 늦게 들어갔더니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 오랜시간 차근 차근 볼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훈데르트바서는 자신이 죽으면 수목장을 치뤄주길 원했다. 관에 넣지 않고 몸을 천으로 감싸서 6미터 땅속에 묻은 다음 나무 한 그루를 심어 달라고 했다. 사람이 죽어 나무 한 그루를 남길 수 있다면 co2발생시켜가며 몸을 재로 만들지 않아도, 방부처리해서 썩지도 않는 관속에서 의미없이 부패되는 것보다도..의미있는 죽음이 아닐런지.

사진은 건물모형 위주로만 올렸다. 어차피 그림들은 사진으로 찍어도 오리지날의 느낌을 반도 못보여 주니까. 직접 보지 않으면 그 맛을 모른다. 귀찮으니 사진 설명은 생략..-_-;


훈데르트바서 한국전시회 홈페이지 (전시는 3월15일까지. 관람시간은 10시~오후7시)
http://www.hundertwasser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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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5 05:40 2011/01/0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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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군 
wrote at 2011/01/05 16:36
예술의 전당은 확실히 '디자인 미술관' 쪽 전시는 좋은 것들이 많은 거 같더군요... 회화 쪽은 왠지 사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한 게 많았는데 ㅎ
저도 첨엔 '으음.' 했는데 차근차근 보고 있으니 정말 빠져드는 전시였어요. 요샌 힘들어서 한시간 언저리 보다 보면 시간을 의식하고 나오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건 뭔가 빠져서 보다보니깐 어느새 2시간 넘기고 있더라구요 ㄷㄷㄷ
liya 
wrote at 2011/01/05 22:22
50% 할인쿠폰은 어디서 다운받을수 있나요? 이미 할인기간 끝난건가....
박군 
wrote at 2011/01/06 18:48
쿠팡에서 두 번 정도 할인쿠폰을 팔았었는데 지금은 끝난 것 같아요. 다시 할지는 모르겠지만...
miz 
wrote at 2011/01/18 15:46
너무너무 좋아하는 작가라는 훈데르트바서! 사이코!
자연주의, 강력한 색채, 자유로운 곡선. . . 저도 건물하나 통채 디자인 하는 게 꿈이예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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