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는 공휴일이 아닌 절기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집떠나 살면서 동지에 팥죽을 해먹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닌지라
동지엔 손가락 쪽쪽 빨며 집에서 팥죽 해먹는 서울 친구들을 부러워 했었다.
홍대앞에 팥 전문점이 생긴걸 전부터 오다가가 봐 뒀었는데
22일 오늘이 동지라는 걸 안 순간 오늘이야말로 거길 가볼 기회다 싶어
홍대 놀러온 친구랑 함께 가봤다.
이런 마이너한 가게일 수록 빨리 문을 닫는 악순환의 홍대앞이라
솔직히 걱정반 기대반으로 찾아갔는데 다행히도 건재하고 있었다.
(근데 가게 위치가 옆 집이랑 미묘하게 바뀌어있었다..ㅋㅋ)
[홍두]라는 예쁜 이름의 가게인데 메뉴는 딱 두가지 [단팥죽과 팥빙수]
둘이 간 김에 겨울임에도 하나씩 주문해봤다.
친절한 주인분이 하얀 요리사 복장으로 나와서 우릴 반기면서
[추운데 팥빙수 드셔도 괜찮으시겠어요?]하고 물으며
[빙수 드시고 입을 살짝 데우세요.] 하며 따뜻한 물을 내주신다.
이왕이면 여러가지 먹어보는게 좋지 하며 두가지를 다 시켰는데
우리의 선택은 적중했다.
우유가 들어간 솜같이 부드럽게 갈린 얼음 위에 적당한 단맛의 통단팥이 가득 담겨 나오는 팥빙수는
꽤 괜찮은 수준의 맛으로 내 취향에 가까운 맛을 내고 있었다.
계피를 싫어하는 터라 팥죽은 계피빼고 주문했는데 이건 좀 단편이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하지만 서울식인건지 팥 껍질을 다 제거하고 곱게 갈려 나온 터라 내 취향에선 좀 멀었다.
난 팥이 반쯤 갈려 껍질이 살아있는 통 단팥죽을 좋아하기 때문.
그래도 팥죽에 든 새알은 싫어하지만 여기 들어간 새알심은 쫀득하니 형태가 살아있고
녹아 질척거리지 않아 맛이 괜찮았다.
동지에 팥죽과 팥빙수로 철벽 방어 끝냄. 내년 한해는 나쁜 액이 들어 올 틈 없음!!!

팥이 탱글 탱글 살아있는 제대로된 빙수. 팥빙수의 완전체에 가까움.ㅋㅋ

좀 단게 흠. 그래도 고급스럽게 맛있는 팥죽.

그러고 보니 의자가 팥죽색이네..ㅋㅋ


그림책 OLIVA가 놓인 테이블 한 켠.

반지하에 위치한 테이블 세개짜리 작은 가게. [홍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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