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찍 잔 탓인지 조금 이른 시각이었지만 개운하게 눈을 떴다. 얼른 창밖을 내다보니 아직은 흐리지만 비는 그친 모양이다. 다행이다. 조금 서둘러 체크아웃을 하고 비와호 경치를 내다볼 수 있는 산장으로 가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유스호스텔 앞에서 비와호행 버스를 기다렸다. 달리 버스 정류장이라곤 없는데 버스는 서는 모양이다. 비가 개어 낮게 안개가 낀 맞은편 들판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맘에 든다. 조금 후 버스가 섰다.

아침에 보니 더욱 맘에드는 유스호스텔 건물

평화라고 씌여진 너구리 침 흘리고 있는 듯 보이는 건 기분탓?

산장 옆의 대나무 산책길. 시간이 없어서 그냥 왔지만 가보고 싶은 길이었다.

어제 우리가 내린 버스정류장.

비와호 가는 버스 안




십여분을 달렸을까 비와호가 있는 長命寺 역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호수가 눈앞에 펼쳐지고 비가 개고 구름속으로 해가 언뜻 보이는 풍경이 흡사 외국의 항구 풍경처럼 느껴진다. 통나무 의자 위에 하얀 고양이가 졸린듯 웅크리고 앉아 우리를 반긴다. 비가 그치자 날씨는 완연한 봄날씨다. 패딩 점퍼에 내리쬐는 햇살에 조금은 덥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비가 그친것 만으로도 행복해진 우리는 비와호의 산장까지 30여분 길을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자는데 방해 해서인지 심경이 불편했던 고양이.

정류장에서 비와호 쪽으로 걸어가는 길의 초입.

봄날씨에 철잊은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비와호의 아름다운 절경이 펼쳐지기 시작하고...

인적 없는 길에 새소리 만이 들리는 한가로운 산책길.

산장에 도착할 때 쯤엔 완연히 개인 모습.




한참을 걸었을까 드디어 산장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이다. 후미에씨가 친구의 소개로 들렀다가 너무 맘에 들어 꼭 같이 가보고 싶었다며 추천했던 곳이었는데 정말 온 것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멋진 곳이었다. 한참 넋을 잃은 채 멍하니 구경을 하고 있느니 가게 주인인 듯 보이는 할아버지에 가까운 아저씨가 우리를 반긴다.

드디어 눈앞에 드러난 산장의 모습.




비와호 경치를 가장 멋지게 감상할 수 있는 테라스 석에 앉았다. 날씨가 봄 날씨 같아서 테라스도 별로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침 식사를 할 겸 따뜻한 샌드위치와 홍차를 시켰다. 아직은 구름이 끼어 있는 곳도 있고 파란 하늘이 보이는 곳도 있고 해서 호수의 색이 묘한 느낌을 자아내며 장관을 펼쳐준다. 황홀하게 바라보며 잠시 일기를 정리.



그런데 조금 오래 앉아 있었더니 역시 으슬 으슬 추워진다. 아직은 손님이 우리 밖에 없었기에 안으로 들어가 좋은 자리에 앉아 싶어 창가 자리로 옮겨 앉았다.

산장의 내부 모습. 페치카가 있어 따뜻하고 아늑했다.



책꽂이에 오우미하치만에 관련된 책들이 있었는데 그중 윌리엄 베렐 보리스의 전집이 있어 같이 구경을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징 소리가 울려 퍼진다. 밖을 내다보니 근처의 오리에게 밥을 주는 시간인 모양이다. 주인 아저씨가 식사 시간이라며 오리들을 불러 모은다. 그 광경이 어찌나 재밌던지. 먼저 오리들이 모여들어 모이를 먹는데 그 주변을 몇몇 호기심 많은 철새들이 지켜 보며 그 속으로 들어 갈까 말까를 고민하며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재밌다. 오리들의 식사들이 끝나면 다른 새들의 차례인데 몇몇 머리 나쁜 오리들이 다 먹고 물가로 돌아가다가 자신이 먹었다는 걸 잊어 버리고 다시 돌아가서 먹고 하는 통에 다른 새들은 순번을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것만 보고 있어도 왠지 재밌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 오자 손님이 슬 들기 시작한다. 바깥 구경을 하려고 산장을 나섰다.




산장의 간판. 올빼미가 귀엽다.



산장의 바로 건너편엔 작은 신사가 있었는데 연을 맺어 주는 신사라고 해서 5엔을 넣고 인연을 빌어 보았다. 과연 효험이 있을 지.

산장 맞은편 신사로 올라가는 길.

연을 맺어준다는 신사. 처음 방울을 흔들어 봤다.



아쉽지만 비와호를 뒤로 하고 나머지 일정은 교토를 둘러보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오우미하치만 역에 도착. 벼르던 텐키치 고로케 본점을 찾아 갔다. 소고기 감자 고로케와 옥수수크림 고로케 그리고 닭고기 튀김을 사서 먹었다. 역시 그때는 배가 고파서였을까 처음 먹었을 때보다는 별로 맛이 없었고 닭고기 튀김은 남기고 말았다. 역시 시장이 반찬이었어. 후미에씨가 역 근처에 있는 타네야에 들러 선물을 사고 우리는 기차에 올라 교토로 향했다.

덴키치 본점에서 산 고로케.



30분정도 걸려 교토역에 도착. 역시 교토는 추웠다. 비가 조금 내릴려고 하는 날씨. 교토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며 입을 모아 교토의 신 역사를 씹어주었다. 일단 나는 오늘 교토에서 1박을 할 예정이었기에 메모 해 간 Budget Inn 이라는 게스트하우스 위치를 교토역 2층의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물어 봤다. 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가봤더니 그곳은 이미 만실이라 근처의 다른 게스트 하우스인 Tour Club이라는 곳을 소개해준다. 사실 둘 다 체크해 둔 곳이긴 했는데 Budget Inn은 통금시간이 따로 없는데다 시설이 더 나아보여서 그쪽에 묵고 싶었는데 자리가 없다니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Tour Club에는 마지막 침대 1개가 비어 있어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이곳은 통금시간이 11시다. 데스크의 남자는 분명히 일본인인것 같은데 곧 죽어도 영어로 물어보고 영어로 답한다. 뭐 발음은 네이티브 수준이긴 했지만 왠지 일부러 영어를 써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걸린 사람같이도 보인다며 우리끼리 살짝 뒷 담화를 해주었다. 1박에 2565엔 이라는 유스호스텔보다는 싼 요금을 내고 일단 예약을 한 후 오늘 갈 예정인 북카페쪽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북카페 가는 길에 아베노 세이메이 신사가 있어서 잠깐 들렀다. 영화에도 나오고 했다는 모양이다.

교토역의 상징 아톰.

교토타워.

아베노 세이메이신사 입구의 석상.

세이메이의 일대기를 그림으로 그려 붙여 놓았다.

오른쪽 밑에 있는 복숭아를 만지만 액운이 달아난다고 한다.

아무도 안찍더라.

신사 바로 옆에 있는 세이메이 오리지널 상품 판매점.



[펜넨네네무]라고 하는 이 북카페는 전부터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주말밖에 열지 않는 곳이라 시간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사실 오늘도 오우미하치만에서 늦게 돌아왔으면 포기 했을 곳이었는데 다들 같이 와주어서 너무 기뻤다. 교토에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며 다들 좋아해 주어서 다행이었다. 가정집 처럼 신발을 벗고 들어가 좌식 테이블에 앉아 그림책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었다. 카페오레와 이집의 명물이라는 티라미스와 캬라멜케잌 세트를 주문했다. 우리 이외에도 사람들이 있었으나 가게는 아주 조용했다. 꽂혀있는 그림책들을 꺼내 읽으며 오랜만에 몸의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냈다.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가게 들어가는 입구가 멋지다.

선반에는 여러가지 영화 팜플렛을 모아 두었다. 볼만한 영화가 잔뜩.

상당한 양의 그림책 콜렉션.


맘에 드는 책이 많아 이것 저것 메모도 하고 읽기도 하며 한참을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이곳에도 식사 메뉴가 있었으나 다른 곳을 좀 더 들리고 싶었기에 다른 북카페쪽으로 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고토바노하토]라는 북카페. 이곳 역시 주말밖에 열지 않는 곳인데 두군데 다 들릴 수 있어 행복함이 더할 바 없다. [펜넨네네무]도 그렇지만 이곳 역시 일부러 찾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주택가의 한적한 골목에 있는 곳이다.  비슷한 느낌의 가게지만 [펜넨네네무]쪽이 그림책위주라고 한다면 [고토바노하토]는 만화도 많고 이런 저런 장르의 셀렉트북 위주로 디스플레이 되어 있었다. [고토바노하토] 쪽이 식사를 본격적으로 취급 하는 곳인 듯해서 여기서 먹기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다 코코넛카레 세트를 주문했다.

식전에 차가 나오는데 뭔가 향이 아주 독특한 차였다. [이리반차]라는 일본에서 자주 마시는 차라고 하는데 보통은 이런 향이 안난다고 하는데 어떻게 우렸는지 매우 궁금해 했다. 서빙하는 분에게 물어보니 교토의 아주 유명한 찻집에서 찻잎을 사온다고 하는데 나름의 독특한 차 우리는 법이 있는 모양이다. 조명이 좀 더 어두워서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게였는데 나무로 된 마루를 지나 화장실로 가는 길이 맘에 들었다.


고토바노하오토 입구

나라 요시토모의 Nobody Knows가 보인다.

이곳에도 맘에 드는 책이 많았음.

담백하고 부드러웠던 코코넛 카레



식사를 끝내고 음료수까지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둘은 오사카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가장 오고 싶던 두군데의 북카페를 하루에 다 돌아 볼 수 있어서 뭔가 쌓여있던 숙제를 해낸 기분이다. 교토역에서 둘을 배웅하고 교토타워 3층의 [후타바서점]에 잠시 들러 폐점시간까지 책을 구경하다가 아까 북카페에서 보고 찍어 뒀던 책 몇 권을 사서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가격에 비해 시설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일본식 중정까지 갖춘 작지만 깨끗하고 깔끔한 시설의 게스트 하우스였다. 숙박을 하는 대부분이 서양에서 온 외국인들인 게스트하우스였는데 아시아인은 몇명 안되었다. 내가 묵은 방은 1층에 있는 4인의 도미토리로 두명은 대만에서 왔고 나머지 한명은 갑자기 한국어로 인사를 해서 놀래서 봤더니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외국인 여선생이었다. 알고보니 홍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해서 반가워 하며 통성명을 했다. 두 명의 대만인 여성들과도 한국 드라마를 주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그 중 한명이 오늘은 중국 설이라며 설에 먹는 다는 사탕을 하나 준다. 땅콩맛이 나는 게 고소하고 맛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설날이다.

교토에서 묵는 건 처음이라 묘한 기분이다. 이동 시간이 절약이 되니 내일은 하루 종일 교토를 알차게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로비에서 다른 여행객들이 서로 이야기 하는 것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며 한참 걸려 오늘 분량의 일기를 끝내고 새벽에야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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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양... 
wrote at 2007/02/28 15:15
참.......낯설지만 또 설지만도 안은...그런 묘~~한 느낌이여요...
위에 머리 내놓고 사진들을 왜 안찍는데요 글쎄`~~
나같음 후딱 가서 찍었겄다~!!히힛
박군 
wrote at 2007/02/28 15:31
안그래도 너라면 찍었을 거라고 속으로 생각했음..^^
수정 
wrote at 2007/03/07 12:00
역시!^^
푸른불꽃 
wrote at 2007/07/02 01:00
안녕하세요, 간사이 여행을 준비하며 오우미하치만에 대해 검색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여행정보 원츄!! 하는 한 승냥이입니다^_^;;
이곳의 오우미하치만과 비와코 사진에 반해버려 저도 꼭 가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혹시 유스호스텔이 아니라, 오우미하치만에서 바로 비와코로 가는 버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하여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wrote at 2007/07/03 00:52
이렇게 손님이 링크타고 들러주시기도 하시는군요. 새로운 느낌입니다. 반갑습니다. ^^

비와코로 가는 버스는 오우미하치만 역에서도 출발합니다.거기가 종점입니다.
버스번호는 기억이 안나는데 여튼 오우미하치만역(近江八幡駅)에서 출발하는 버스 중 초메지(長命寺) 행 버스를 타시면 비와코로 갑니다. 시내에서 20분 정도 걸립니다.
버스 시간대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長命寺역이 종점입니다.
(오미하치만 역에서 밖으로 나와 왼쪽으로 가시면 인포메이션센터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한국어 팜플렛 달라고 하면 줍니다.)

長命寺 역은 한쪽엔 산이 보이고 한쪽은 비와코가 보이는 넓은 광장같은 곳이니 금방 아실 수 있습니다. 내려서 비와코를 바라보고 오른쪽 방향으로 걸어서 돌아보시다 보면 제가 들렀던 산장카페를 찾으실 수 있습니다.

일본어 페이지이긴 하지만 버스 노선표 및 시간표는 이 링크를 참고하시면 되겠네요.

http://www.ohmitetudo.co.jp/bus/rosen/hachiman/chomeiji1.html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여행 되시길..^^
푸른불꽃 
wrote at 2007/07/04 03:08
감사합니다~~ 시간표가 유용한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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