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마모토 귀파주는 가게 / 아베야로 / 2010.11.29일 발행 / 미우
[심야식당]으로 유명한 작가 아베야로의 신작. 작품 자체는 심야식당보다 10년 전에 그린 거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심야식당]의 인기를 업고 이제서야 책으로 나온 것인 모양이다. 우여곡절도 많은 책이라 데뷔는 이 작품으로 하긴 했지만 작가는 덕분에 잘 나가던 광고회사도 그만두고 작품활동 하려고 했는데 연재가 중단되는 바람에 책도 못나오고 어둠에 묻힐 뻔한 작품. 하지만 덕분에 [심야식당]을 연재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고 하니 다 작가의 실력이고 운인 모양이다.
사실 [심야식당]은 만화는 물론이오 TV드라마 까지 만들어 질정도로 인기를 끌고는 있지만 나에겐 첫 임팩트의 강렬함을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리틀 포레스트]에 뺏겨버린 나름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둘 다 같은 날 구입했는데 [심야식당]보다 [리틀 포레스트]를 먼저 읽었고 우연히 두 작품 다 요리에 관련된 만화였는데 내 취향은 [리틀 포레스트] 쪽이 더 스트라이크 존에 가까웠던 것. 사실 [심야식당]도 내가 좋아하는 그림체에 좋아하는 스타일의 이야기다. 하등 정을 안 줄 이유가 없는데 이야기 자체가 조용하고 있는 듯 없는 듯 한 맛이 매력인 만화라 첫인상의 호감을 [리틀 포레스트]에게 홀라당 뺐겨버린 것이 우리집에 오게된 [심야식당]에겐 섭섭하겠지만 아쉬운 일이지 않을 수 없다.
[야마모토 귀파주는 가게]의 컨셉도 [심야식당]이랑은 비슷하다. 어딘가 삶에서 잃어버린 부분을 귀파주는 가게에서 찾는다. 그게 주로 쾌감 이라는 부분이라는게 조금 다를까. 남자 작가라서 그런지 대부분의 이야기가 성적인 쾌감과 연결되어 있다. 귀를 판다는 행위 자체가 신체의 가장 약한 부분 중의 하나를 상대에게 허락한 다는 점에서 섹스랑 비슷한 점이 있긴 하다. 그리고 귀를 팔때 오는 감각 자체가 오르가즘과 비슷하기도 하고.
하지만 내겐 귀를 파준다는 행위는 엄마랑 연결된다. 엄마는 일정한 한달에 두세 번 쯤 꼭 귀를 파 주셨다. 집에서 독립할 때 귀는 누가 파주냐를 걱정하셨을 정도다. 귀의 구멍이 유달리 작은 편인 나에게 스스로 파는 것은 당연히 어렵고 남이 파주기도 힘들다. 엄마는 그런 내 귀를 열심히 햇볕이 잘 비치는 창쪽으로 향해가면서 (물론 내 몸을 이리 저리 돌려가며? ㅋㅋ) 정성스럽게 파 주셨다. 그때의 폭신한 엄마의 무릎베게와 햇살 냄새 그리고 엄마의 체온등의 기억이 내겐 귀를 판다는 것 그 자체다. 귀 안쪽을 파는 스믈 스믈하게 소름과 함께 밀려오는 감각도 그렇지만 그 안의 귀지가 밖으로 내올 때의 쾌감. 그걸 확인할 때의 만족감. 이런것이 더 컸었다. 귀를 파고 나서 양쪽 귀가 뚤려 바람이 통하는 느낌 (이건 만화에서도 잘 표현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진짜 귀를 팔 때의 쾌감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공감하는 부분은 그리 많진 않아도 만화 자체는 재미있다. 10년 전 그림이라는데 별로 그림체가 바뀌지 않은 부분도 그렇고 작가가 시종일관 꾸준히 지켜온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같은게 느껴져 좋았다. 대사가 한마디도 없는 [무사]라는 단편도 좋았고. 배경이 시코쿠의 고치현이라 '시코쿠 88사찰 순례'라던지 식탁에 등장하는 '가츠오 다다키(다랑어살을 회를 떠 겉만 살짝 구운 것 위에 파 등을 올려 먹는 고치현 토속음식)' 등이 나오는게 반갑더라.
진짜로 이런 가게가 있어도 좋겠다 싶었는데 이 작품이 잡지에 잠깐 실렸던 것을 보고 진짜 귀파주는 가게가 생겨 체인점까지 생길 정도 였다는데 (작가에겐 아무런 동의 없이) 작품 자체는 연재가 중단되고해서 혹시나 표절 시비마저 붙지 않을까 꽤 실의에 빠졌던 모양이다. 작품이 다시 제대로 책으로 나와서 감개무량한 점이 책의 후기에 잘 실려있다. (뭐 내가 후기내용은 다 써버린듯한 -_-;)
하고 싶은 일을 위해 40의 나이에 결단의 선택을 한 이 작가의 용기에 늘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그의 만화도 좀 더 사랑해줘야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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