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날씨가 맑다. 봄날씨라고 해도 좋을 만한 포근한 날씨. 한국에서 입고온 패딩 점퍼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따뜻하다. 오늘은 후미에씨의 집이 있는 야오시 (오사카 남동쪽에 있는 위성도시) 를 자전거로 돌아보기로 한 날이다. 오후엔 이번 여행의 테마인 오사카 시내 북카페 유람을 한 다음 시내에서 애니메이션 상영회를 보러 가기로 했다. 어머님이 차려주신 소박하지만 맛갈스런 아침상엔 연어구이와 뱅어무침 그리고 야채조림과낫토, 그리고 된장국. 어느 하나 내 입맛에 잘 맞는다.




식후에는 향기가 좋은 커피를 내려 입가심을 한다. 어제 다 못쓴 일기를 정리했다. 봄날씨 같다고는 하지만 겨울은 겨울이라 고타츠 속에 들어간 몸을 빼기가 싫어진다.





집에 후미에씨랑 어머님 용 자전거가 두대가 있기에 후미에씨랑 나눠 타고 시내 구경을 떠났다. 일본에서 자전거를 타는 건 처음이었기에 꽤나 신선한 느낌. 골목을 돌아 동내 구경을 하며 얼굴에 부딛히는 바람의 느낌을 만끽했다.




후미에씨가 꼭 보여주고 싶었다는 한 가게를 들렀다. 작은 소품가게 겸 카페인데 정말 볼거리가 많고 좋아하는 가게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가게 오픈 시간이 아니라 아쉽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근처 다른 곳을 먼저보고 들리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없어서 그만 보지 못하고 말았다)



다음에 들린 곳은 후미에씨가 추천한 화과자 점. 야오시에서는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마당이 아주 넓었는데 그곳엔 봄 여름이면 온갖 꽃이 피는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한다. 아쉽게도 겨울이라 가지가 앙상한 나무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겨울 온난화에 때이른 꽃들이 곳곳에 피어 있어서 아쉬움을 달래 주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차를 한잔 하고 가기로 했다. 나는 쿠사당고 (쑥으로 만든 경단) 말차 세트를 주문했다. 부드럽게 거품이 난 말차와 함께 달짝지근한 쿠사당고의 맛이 너무 잘 어울린다. 조금은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아무도 없어 한가롭게 차를 음미할 수 있었다.




다시 자전 거를 타고 이번엔 후미에씨가 분위기 있는 카레점이라고 소개한 한 가게로 갔다. 나가야(長屋) 라고 하는 오래된 일본 전통의 집합주택 같은 느낌의 건물에 위치한 가게인데 천장이 높고 분위기 있는 가게였다. 화과자점에서 이미 뭔가를 먹고 왔기에 그리 배가 고프지 않은 우리는 야채카레 단품으로 주문을 했다. (580엔) 요리대 근처의 바에 주로 사람들이 앉고 작지만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 자리도 있다. 우리는 1층 구석자리를 잡고 앉았다. 옛날 건물이 주는 따뜻한 느낌과 부부가 운영하는 소담스런 분위기가 가게를 한층 정겹게 하고 있었다. 구운 단호박등이 들어 있는 야채카레의 맛도 훌륭했다. 배가 덜 고팠던 우리에겐 조금 적은 듯 한 단품 카레의 양이 딱 맞았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슬 오사카 시내로 나가볼 시간이 되어 가게를 나섰다.





돌아가는 길에 후미에씨가 또 하나 추천한다는 맛있는 슈크림을 파는 가게를 들렀다. 한개 105엔짜리 슈크림인데 크기도 크기려니와 안에 들어 있는 크림의 맛이 정말 진하고 고소했다. 워낙 인기가 있는 곳이라 늦게 가면 슈크림을 사지 못할때도 많다고 한다. 다행히 아직 팔리지 않고 남아 있는 슈크림을 사올 수 있었다. 자전거를 집에다 가져다두고 지하철을 타고 JR 텐노지 역으로 출발했다.



오늘은 후미에씨의 또 다른 친구인 나카무라씨와 처음 만나는 날이다. 만화와 영화를 좋아해서 나랑 이야기가 잘 맞을 거라며 전부터 소개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600엔짜리 지하철 패스로 같은 구간내의 어느 지하철이나 마음껏 탈 수 있는 날이었다. 나카무라씨가 알려준 덕에 패스를 사서 돌아다닐 수 있었다. 오늘은 나카자키쵸라고 하는 옛 건물이 많은 분위기 있는 동네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내가 꼭 가보고 싶던 [우테나카페]라는 분위기 있는 북카페가 있는 곳이다. 텐노지역에서 나카자키쵸역으로 갈아타는 역에서 나카무라씨를 만났다. 명랑하고 활달한 느낌의 여성인데 호탕한 성격에 뭔가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나카자키쵸역에 내려 잠시 방향을 착각해서 조금 돌다가 길을 물어가며 카페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옛날 건물들을 그대로 이용한 잡화점이나 카페들이 늘어서 있는 분위기 있는 거리였다. 몇군데 미리 알아본 가게들이 있었지만 그냥 거리를 걸으며 느낌 좋은 가게다 싶어 들어가 보면 그 가게들이 이미 찾아봤던 그 가게들이었다.



우선 눈에띈 스바코하이츠(?) 라는 건물로 들어가봤다. 1층 부터 2층까지 아기자기한 잡화숍들이 들어서 있는 곳이었다.

잡화점 [히요리] 개구리관련 상품이인상적



입구에서 꼬마 유령이 빼꼼 쳐다본다




옛날 물건등을 파는 가게 재밌는게 듬뿍






Nino라는 동유럽소품가게. 예쁜 단추등을 판다



개성있는 도자기 소품을 파는 가게






동네 산책을 마치고 피곤한 다리를 쉴겸 들린 곳이 오늘의 목표였던 [우테나카페ウテナカフェ] 그냥 언뜻 봐선 그냥 보통의 집이라고 느낄 정도로 평범한 대문에 작은 간판 밖에 없는 가게. 문을 열고 들어 서면 별세계가 펼쳐진다.

입구의 책꽂이 코너가 가장 맘에



소품 하나 하나도 멋진가게





밀크커피랑 중국식 우유두부를 시켰다.



나카무라씨는 70~80년대 순정만화를 아주 좋아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많았지만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이케다료코나 [달의 아이] 작가 시미즈레이코,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의 하기오 모토, [스완]의 작가 아리요시교코등 서로가 알고 있는 작가의 작품 이야기가 나오면 흥분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시미즈 레이코의 작품 중에선 [달의 아이] 보다는 [용이 잠드는 별]을 더 좋아한다고 해서 둘 다 그런 점이 너무나 닮아 있다며 좋아하기도 했다. 처음 소개받아 만난 사람들 같지 않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만화 이야기와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애니메이션 상영회 시간이 다 되었다. [챠르카]라고 하는 동유럽관련 잡화와 그림책 관련 상품을 파는 가게에서 매주 금요일 마다 여는 애니메이션 상영회인데 지난번 오사카 여행때는 날짜가 맞지 않아서 아쉽게 놓쳤던 상영회였다. 오늘 상영할 애니메이션은 예전 헝가리에서 가족들이 밤에 모여 슬라이드를 돌려가며 봤다는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이라고 하기 보다는 한장 한장 그림을 슬라이드로 돌려가며 보는 것인데 일본쪽에서 나레이션과 함께 음악까지 넣어서 제대로 된 상영 형식을 갖추고 하는 상영회였다. 후미에씨가 미리 예약을 해줘서 예약자 마감이 되기 전에 표를 구할 수 있었다. 상영은 7시 30분이라 조금 시간이 있어 근처 숍들을 구경했다.

[챠르카]가 있는 요츠바시 역 근처에는 건물 전층을 조그만 샵이나 아트리에로 쓰는 곳이 많은데 그중 한 군데를 후미에씨가 소개해 줘서 들렀다. 외국수입 서적이랑 그림책관련 잡화등을 파는 [오소블랑코オソブランコ]라는 잡화점. 작은 전시회도 열리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서 대강 둘러보고 나왔지만 눈에 띄는 괜찮은 책이나 소품들로 가득한 볼거리 많은 가게.



7시 30분이 되자 다들 입장을 한다. 티켓 확인을 하고 들어가서 자리를 잡으니 조그만 종이 박스를 하나씩 나눠준다. 그안엔 밀크티 한잔과 소라고동 같이 생긴 과자가 두개 들어 있다. 헝가리 전통 과자라고 한다. 오늘 상영할 헝가리 애니메이션은 Diafilm 이라고 하는데 그림과 글을 넣은 그림책 한 페이지를 35미리 슬라이드 필름으로 찍은 것을 가정용 영사기로 돌리는 형식으로 상영하는 것이다. 예전의 헝가리에선 국영방송이 없었던 일요일 밤에 가족들이 모여 앉아 이 필름을 한장 한장 돌려가며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추억처럼 남아있다고 한다. 일본판에선 성우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배경음악까지 깔려서 제대로 된 형식으로 상영되었다. 이날 상영된 작품은 [볼리본]이라고 하는 작품. 늘 인형을 못쓰게 하거나 장난감을 부수는 장난꾸러기 두명의 친구가 볼리본이라는 인형을 선물 받는데 이 인형역시 둘이서 수술을 한다며 배를 갈라 놓는다 그러자 어느날 이 볼리본이 사라져 버린 것 그걸 찾기 위해 이곳 저곳 수소문 해보지만 결국 볼리본은 나나타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들이 그런 짓을 하니 볼리본이 도망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실망한 둘은 집으로 돌아왔는데 알고보니 볼리본은 엄마가 다시 꼬메기 위해서 갖고 있었던 것. 단순한 동유럽 스타일의 컬러가 화려한 그림이었는데 한장 한장 화려한 색채와 함께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그림이 옛날 그림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입을 헤 벌려 가며 감탄하며 봤는데 두번째 작품은 더 엄청났다.

[바람의 공주님]이라는 작품은 그림이 너무 멋져서 한장 한장 눈을 떼지못하고 본 작품이다. 개성넘치는 그림체에 베르딕 엘렉이라는 유명한 동화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내용이 좀 길어서 설명은 생략하지만 정말 감탄에 감탄을 하면서 본 작품. 나레이션을 담당한 사람의 목소리도 장면 장면에 따라 변해가는 감정의 폭이 느껴져 재미를 더했다. 정말 보길 잘했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




영화가 상영회가 끝나고 바로 근처에 있는 [쵸쵸보코]로 갔다. 2005년에 들렀던 헌책방 겸 북카페인데 9시에 문을 닫는 터라 10여분 밖에 시간이 없었다. 애니메이션 [철근콘크리트]에 대한 소책자가 있어서 200엔에 구입. 하기오모토의 단편집도 100엔에 구입했다. 시간이 있었으면 차나 한잔 하면서 책을 읽고 싶었으나 아쉽게 포기하고 나왔다.

챠르카 근처의 가게에 히나인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초쵸보코가 있는 건물 간판




집으로 바로 돌아가기엔 조금은 이른 시각이라 텐노지역의 BookOFF에 들렀다. 나카무라씨도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같이 따라와 주었다. 만화 코너에서 아까 우테나카페에서 이야기 했던 그 작가들의 작품을 하나 하나 보여주며 만화를 추천해주었다. 아리요시 교코의 [니진스키]를 추천해주어 너무 사고 싶었으나 완결까지 책이 다 있는게 아니라 아쉽게 포기. 이외에 나카무라씨가 골라준 책들이 다들 명작이라 너무 사고 싶었지만 계획한 책들이 너무 많아 디것 저것 다 사면 짐이 너무 많아질것 같아서 아쉽게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하지만 전부터 사고싶었던 하기오 모토의 [매슈] 시리즈를 드디어 전질 발견한 것이 가장 뿌듯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나카무라 씨와 작별을 하고 돌아가는 마지막 날 다시 한번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후미에씨 집으로 돌아와 늦은 저녁 식사를 했다. 전에 메일로 [돈지루豚汁]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어머님이 일부러 돈지루를 끓여 주신 것이었다. 의외로 내가 만든 맛이랑 비슷해서 놀랬다. 알고보니 어머님이 쓰신 미소된장이 한국 된장 맛과 거의 비슷했다. 단맛보다 짠맛이 강하고 콩이 살아 있는 그런 미소된장 이었다. 하지만 역시 본토의 맛을 당할 수는 없는 것 여러가지 야채가 듬뿍 들어 진한 돈지루의 맛을 듬뿍 느껴가며 맛있게 저녁식사를 했다. 내일은 [오우미하치만近江八幡]이라는 오사카 근교의 멋진 곳으로 요시코씨랑 세명이서 주말 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 내일 일정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너무 졸려 일기도 채 못쓰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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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 
wrote at 2007/02/25 08:16
호젓하니 잔잔하면서도 밀도있는 여행기, 즐겁게 보고 있어요^^
(와아 돈지루~)
쭈니군 
wrote at 2007/02/25 15:16
와. 정말 '생활일본여행'을 하고 오셨군요~ 일단 알려진 곳을 먼저 섭렵중인 저로써는 부러울 따름입니다.... 나도 일본친구 사귀고 싶네요.^^......

저도 자전거 (미쳐서) 사지르고나서, 일부러 숙소 한두정거장 앞에 내린 후 무작정 달려봤는데, 정말 느낌 묘하더라구요. 걸으면서 보이는 풍경하고, 달리면서 보이는 풍경의 느낌이 그렇게 다를 줄이야.. ^^

저 고릴라는 참 여러군데 서식하는군요. ^^

몇군데 눈에 확 들어오는 가게들. 나중에 정보 좀 주세요.

중국두부 맛은 어땠어요?
엠양... 
wrote at 2007/02/26 14:00
흑흑흑 부러울 따름입니다.ㅠㅠㅠ느무느무 멋지다`!!!!저런 생활감있는 여행너무 좋아요 ㅠㅠ
수정 
wrote at 2007/03/07 11:45
재미있었겠당. 역시 친구가 있어야 한다니까요~
인트로 
wrote at 2011/10/23 01:37
나카자키쵸 사진 몇 장 얻어갑니다. 혹시 안된다고 하시면 메일 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comixer 
wrote at 2011/10/23 20:58
따로 메일을 알려 주시지는 않으셨네요. 출처만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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