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란...
아침에 일어나서 눈곱만 떼고 고양이 세수를 한 후 아침도 먹지 않는 빈속에도 케이크 5접시를 비우는 종족이다.
남의 말 할 게 아니라 바로 나였지만...

갑자기 된장녀가 되기로 했냐고 한다면 할 말 없는게 사실 내 발로 호텔 간 건 처음이라 이정도로 된장녀 무리에 끼워 준다면 그저 황송할 따름이다. 원래의 이 계획의 시발점은 친구가 TWORLD에서 하는 뭔가의 이벤트에 당첨되서 받은 워커힐 상품권 10만원 권을 쓰자 라는 데 있었다. (친구 M양과 아오모리 여행을 가면서 공항에서 뭔가 이벤트를 하길래 관심없는 M양을 부추겨 이벤트 용지를 작성하게 했는데 정작 본인은 안되고 M양이 당첨이 된 것)
부페가 28000원 (에다 세금10% + 봉사료10%) 인데 상품권으로 제하고 나머지만 내는 걸로 해서 조금 부담이 줄어드니 이 참에 우리도 럭셔리 한 티타임 좀 가져보자 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모임 인원이 왠 걸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출석률을 자랑한 탓에 인원수가 적을 수록 본인 부담이 줄어틀 상황에서 출석률 100%로 본인 부담이 팍 늘어버렸다는 사실 ^^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지하철을 타고 강변역으로 가서 워커힐 가는 셔틀을 타고 2시 오픈인 디저트 부페를 10분 일찍 도착했다. 10분 일찍이라는게 민망할 정도로 호텔 로비에 있는 부페 회장에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어서 겨우 구석자리를 얻들 수 있었다. 그나마 우리보다 조금 늦게 온 사람들은 기다려야 했다. 입구의 매니저분이 한 번 앉은 사람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 다는 걸 귀뜸해 주었다. 뭐 당연하다. 세금포함 3만원이 넘는 디저트 부페를 달랑 한시간 먹고 일어날 사람이 몇 있겠냐.

자리를 잡자 마자 케이크가 세팅 되어 있는 홀로 나섰다. 아직 오픈 몇 분 전이라 사람들은 예쁘게 꾸며진 케이크들을 바라보며 사진만 찍고 아직 덤벼들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내 사진을 다 찍은 나는 딸기 쇼트 케이크의 첫 삽을 뜨는 만행을 저질렀고 용기를 낸 다른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테이블 주위는 금방 돗대기 시장으로 변했다.

색도 예쁘고 모양도 이쁘다. 맛도 좋다. 물론 첫 접시에 한해서...
크림에 치즈에 딸기다. 두 번째 접시부터 살짝 질리기 시작했는데 세번째 접시 쯤 되니 헉헉 소리가 난다.
계속 리필되는 커피에 몸을 맡겼다. 커피 없인 이 진하고 느끼한 아해들을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나마 새콤 쌉쌀한 복분자 젤리는 세번쯤 먹어도 괜찮았다. 한접시에 금방 질려 버린 친구는 2만원어치 딸기를 먹겠다며 생딸기만 주워 담았다. 옆 테이블엔 남녀가 같이 와서는 여자는 계속 접시를 나르고 남자는 꼼짝도 않고 계속 케이크만 먹는 커플이 있었다. 정사각형의 쇼트 케이크를 반을 뚝 잘라가는 여인네도 봤다. 다들 강적이었다.


커피는 한 5잔 이상은 마신 것 같다. 모든 종류를 한 두 번 이상 섭렵하고 맛 있는 애들만 골라 세 번 정도 복습했다. 그러고 나니 생딸기 말고는 더이상 안들어가더라. 역시 디저트는 적은 양으로 감질나게 먹어야 좋은 것.
이렇게 대놓고 쌓아 놓으니 제풀에 지친다. 그래도 생음악이 연주되는 홀에서 유유자적 마시는 커피와 디저트. 자주 없을 고상한 오후 한 때를 만끽했다.

부페 오픈시간 3시간 다 채우고 나와선 바로 홍대로 돌아와 먹은 그날의 저녁은 무조건 매운 요리였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NIKON F601 / PERUTZ ASA200 / NORITSU S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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