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진이 나빴다. 완전 죽쒔다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는게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뭔가 이리저리 일이 꼬였지만 마무리는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론 그나마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는 나쁘지 않았다. 12일부터 용산과 영등포CGV에서 에반게리온 상영때 아스카 포스터를 나눠준다는 소식을 12일 저녁때 알게되었는데 유일하게 조조 상영이 있었던 용산CGV는 1회는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에바팬들이 모여들었던 모양이다. 극장당 500장이라는데 조조가 매진이었으면 13일 조조를 본다해도 아슬할거라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영등포는 조조가 없었기 때문에 널널했겠지만 두번째 보는 건데 그렇다고 주말요금을 다 주고 보긴 그렇고... 조금 생각을 해보니 에반게리온 상영을 큰 상영관에서 할리는 없고 180석정도의 작은 관이라고 생각했을때 조조를 빼면 한 300장정도 여유가 있다고 하면 조조 외 상영엔 그닥 몰리지 않았을 거라고 보고 13일 조조면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 용산 8시 10분 조조를 예매했다.
하지만 아침 6시 반에 눈을 뜨니 날은 춥고 몸은 무겁고... 그깟 포스터 하나 땜에 아침부터 이게 뭔 고생이냐 싶어 그냥 취소 할까 했는데 CGV는 2시간 30분 전까지만 온라인 취소가 가능해서 이미 늦었다. 할 수 없이 천근 같은 눈을 겨우 뜨고 용산으로 향했는데... 다행히 포스터를 손에 들고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도 너끈히 아스카가 그려진 포스터를 손에 넣었다. 8시10분이라는 꽤 이른 시간 조조였지만 보람이 있네. 자리도 중앙이었고 (처음 봤을 때는 꽤 큰 상영관의 제일 앞자리 제일 귀퉁이 자리였으니..-_-)
영화는 다시 봐도 충격의 도가니탕으로 재밌었고 그길로 [일본 인디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광화문 스폰지 하우스에 가서 조조로 [행복의 향기]라는 영화를 봤다. 아침 안먹고 왔으면 배고파 미쳐버렸을 지도 몰랐을 정도로 먹음직 스런 중화풍 정식이 눈앞에 펼쳐지는데...역시 음식은 먹는것도 즐겁지만 보는 것도 즐겁다. 감동이 어우러져 훈훈하고 맛있는 영화 한 편이 끝났다.
그 길로 근처 서점에 들러 매달 사는 일본의 그림책 잡지 [모에] 1월호 까지 무사히 손에 넣고 이것 저것 맘에 드는 잡지 몇 권 더 사고 ...이때 까진 좋았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뭘 먹을까 고민에 들어갔다. 맛있는 요리 영화도 봤겠다. 근처의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긴 싫었기 때문에 일부러 전에 맛있게 먹었던 명란젓 스파게티가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엘 가기로 결정했다. 광화문에서 서대문 로타리까지 걸어서 꾸역 꾸역 찾아 갔것만 .... 가게는 없어지고 이상한 국적 불명의 요리를 파는 퓨전 레스토랑으로 바뀌어 있었다. 충격파는 시작은 여기서 부터 시작되고...
오기가 생긴 나는 차선책을 생각해냈다. 밥도 먹으면서 차도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곳. 홍대앞 [델문도]에 가서 오야코돈 정식을 먹으리라 결심하고 충정로 까지 걸어가서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하지만 지하철은 눈앞에서 떠나고...(오늘 총 3번의 지하철을 탔으나 3번 다 눈 앞에서 기차가 지나갔다)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자판기에서 아몬드 초코볼을 사서 떨어진 혈당을 조금 올리고... 홍대로 출발.
배고파 걷는 것도 힘들어 왠만하면 걸어갈 거리를 버스 환승으로 경남예식장까지 타고 가서 꾸역 꾸역 델문도에 도착했것만.... 17일 까지 휴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쯤 되니 진짜 열이 팍~~~~@@@!@#@!
허기는 한계점에 이르렀다.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 선택이었던 튀김덮밥집 [후쿠야]로 가서 오야코돈과 튀김을 먹었다.
그래도 배가 부르니 좀 낫네...
집에 가서 일을 해야 하는데도 왠지 이 기분으론 일도 안될 것 같아서 자주 가는 카페[원더랜드]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사온 잡지나 보고 들어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카페는 두명이 앉을 수 있는 긴의자가 있는 벽쪽에 붙은 좌석이 있는데 테이블 위에 스탠드가 있어 아늑한 느낌이 들어 늘 한 번 앉아보고 싶던 자리였다. 그 자리가 비어 있다면 그나마 일진 않좋았던 하루를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또 거기까지 힘을 내 걸었다.
일요일오후라 반신 반의 하고 들어갔는데 다행히 자리가 비어 있었다. 늘 친구들과 몰려왔던 터라 혼자 온 나를 보고 살짝 놀래는 눈치의 주인. 카페 라테 한 잔을 시키고... 맛집 찾아 헛걸음 했던 오늘 하루의 짜증을 씻어 내리는 시간을 가졌다. 리필까지 해 가며 천천히 시간을 보내다가 나왔는데 리필은 1000원 추가가 되는데도 주인의 자상한 마음씀씀이 덕에 공짜로 마실 수 있었다.
오늘의 헛짓거리 발품팔이가 카페에서의 유유자적한 시간으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동생한테 보낼 택배를 부치러 편의점에 들렀다가 또 한 사건이 벌어졌다.
POSTBOX라고 편의점에서 부칠 수 있는 싼 택배가 있는데 원래는 현금 결제만 되는 거였는데
11월 27일부터 신용카드 결제가 된다고 버젓히 송장에 표시까지 되어 있는데 카드 결제가 안된다는 거다.
이 직원이 초짜인지 택배 등록부터 쩔쩔매며 문의전화까지 하며 시간을 끌더니 카드 결제도 안된다며 막무가내...
현금이 없다고 나도 버팅기다가 할 수 없어 결국은 현금으로 지불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짜증이 또 팍팍 나는데..
아까까지 좋았던 기분이 또 마구 엉키기 시작. 이대로 오늘 하루를 끝내기엔 뒷끝이 찝찝했다.
그래서 생각끝에 (아니 충동적으로 ^^;) 도출한 결론은.....
열라 맛있는 걸 먹고 이 기분을 다 털어버리자!!!!
그저 맛난 게 먹고 싶었을 뿐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의미를 담아 오늘은 소고기 샤브 전골로 저녁을 때우기로 했다.
근처 수퍼에 가서 이것 저것 야채를 사고 좀 무리해서 샤브용 한우고기 반근도 샀다. 빨간색의 고기에 마블링이 예술이다. 밀린 설거지를 한번에 해치우고 다시국물을 만들고 야채와 버섯을 썰어 넣고 무우까지 넣어 시원한 국물을 만들어 얇게 저며진 고기를 한 점 국물에 담그자자 마자 꺼내 폰즈소스에 찍어 한 입!
크엉!!! 부드러운 고깃발이 예술!!! 한우가 달리 한우가 아니었어!! 그놈의 가격땜에 늘 수입쇠고기에 만족해야 했던
지난 나날 들. 그래도 소고기임에 감지 덕지 만족했것만. 한우는 역시 레벨이 틀렸던 것이다.
여튼 무리를 해서 샀만서도 내 입이 즐거우니 만사 오케이다.
반근이나 샀는데 혼자 다 먹기엔 양이 많아 4분의 1정도만 먹고 국물의 반을 덜어서 내일 먹을 요량으로 보관하고
나머지 국물에 물을 조금 더 넣고 김치를 썷어 넣어 칼국수 면을 넣었다.
먹어보지 않은 이는 모르리라...샤브국물에 넣고 끓여 먹는 칼국수의 맛을!!!
게다가 김치까지 더해지니 뭐 이건 ......
오늘 하루 이리 저리 꼬였던 기분이 뜨겁고 시원한 김치맛 샤브국물에 다 날아가 버렸다.
최근 이렇게 행복한 기분이 들었던 순간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맛있는 시간.
오늘 본 [행복의 향기]에 나온 칠리새우 정식도 맛있어 보였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한 그릇의 김치칼국수만 못하다는 기분.
재료가 아직 많~이 남았으니 이번주 하루는 샤브로 끼니를 때우는 호사를 누리게 생겼다.
겨울엔 역시 뜨뜻한 국물이 최고.
이거 쓰려고 이렇게나 주저리 주저리 하루 일과를 적었냐 싶군.
간만에 올리는 음식 염장샷!

저위에 올라 간게 고기 한 점!

남은 국물에 김치를 넣고 끓여 먹는 칼국수는 예술!!!!
내일 점심도 샤브국물에 칼국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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