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서울 국제 사진 페스티벌

후배 쭈니군이 멋진 전시가 있다며 넌지시 알려준 곳은 이제는 역사 유물로 남아버린 구 서울 역사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이었다. 사실 전시회 한다는 말 보다는 사진보다는 건물이 더 멋지더라 라는 한 마디가 날 확 잡아 끌었다고나 할까. 어영 부영 하다 못볼 뻔 했는데 1월 15일까지 전시하던 것을 연장해 2월 1일까지 볼 수 있게 되었더라. 연장되었다고 또 여유 부리다가 놓칠 것 같아 서둘러 서울역으로 향했다.

예전에 고향집에 내려 갈 땐 자주 구서울역을 이용했었지만 어딜 가도 지린내가 나고 어두침침 하던 그 곳과 전시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지금의 구서울역사는 완전 다른 공간으로 비춰졌다. 속을 완전히 드러낸 채 폐허에 가까운 부분도 있고 석조로 된 부분은 손때가 느껴져 새거 보다 낡은 게 더 좋은 취향의 사람들은 군침을 흘릴 세계였다. 1시쯤 도착한 전시장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고 다들 소식을 들었는지 한 손엔 카메라 하나씩을 상비하고 전시회를 보고 있었다. 전시장 가이들에게 물어보니 플래쉬만 터트리지 않는 다면 사진 찍는 건 오케이라고 한다.

정말로 역 스러운 넓은 창이 있는 홀도 멋있었지만 룸으로 마련된 전시장에 들어가자 허걱 소리가 나올 정도로 멋들어진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앞서도 말했듯이 폐허에 가까운 공간이라 벽지는 뜯어 발겨져 있고 전선줄이 튀어 나온 곳도 있으며 벽에 구멍이 나거나 바닥이 뚫려 있는 곳도 있지만 그게 더욱 분위기를 자아 내고 있었다. 게다가 전시 방법도 그런 상태의 공간에 맞춰 적당히 느슨한 느낌으로 사진을 걸어 놓아서 이게 연출인지 공간활용을 잘 한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잘 어울렸다. 방도 어찌나 많은지 구석 구석 작은 방 하나 까지 사진이 걸려 있었다. 바닥의 동선줄을 따라 가지 않으면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살짝 따뜻한 느낌이 드는 햇살이 부드럽게 비춰 들어오는 공간에 하나 둘 씩 걸려있는 사진이 한 폭의 그림 아니 사진 그 자체 였다. 멍 하니 바라보다가 사진을 찍다가..
나중에는 사진은 보는 둥 마는 둥 내부 사진 찍느라 혼이 팔렸을 정도다.

구서울역사도 리뉴얼을 하니 어쩌니 말이 나오던데...이 아름다운 공간을 보고 있자니 한 숨이 나온다. 물론 이대로 쓸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부분은 살려서 보존해줬음 하는 바람이다. 하여튼  없이 살던 버릇이 있어서 새거 새거 하면서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히고 슬레이트 지붕에 똑같은 시멘트 벽 바른 집 만들어 놓고 좋아하는 거지.. 일본에도 도쿄의 가부키 극장인 미나미좌 개축 공사를 하면서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사하려고 했는데 도쿄 도지사가 목욕탕 같아서 싫다고 해서 완전 부수고 29층짜리 고층 빌딩으로 세운다고 해서 욕들어 먹고 있단 소릴 들었는데.. 아무리 새 건물을 멋지게 지어 놓으면 뭐하나 그 자리에 있던 100년간의 혼은 다 사라져 버렸는데..앞으로 그 건물에 혼이 깃들고 손때가 묻으려면 다시 100년 기다려야 하는데.. 성질 급한 인간들은 한치 앞을 모르고 그저 지금 좋고 번드르 한 것만 가지려고 버둥댄다. 남들은 옛날 거 하나라도 남기려고 애쓰는 마당에 하나 둘 씩 사라지고 있는 우리의 예전 모습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진으로 만이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남아 있기를 바라며 열심히 찍었는데...필름 감도가 너무 낮은 걸 들고가서 죄다 흔들려 버린게 아쉽네..ㅠ_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사진이 많아서 줄여 봅니다.

사진 계속 보기 ..

2009/01/30 20:45 2009/01/3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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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군 
wrote at 2009/01/31 01:38
오잉. 언제 블로그형식으로 바뀌었다요.
정말 빽그라운드가 너무좋았지요~ 그리고 전 왠지 거기에 동선이라고 열심히 붙여놓은 새빨간 테잎들도 멋스럽더군요 (변태냐 -_-)ㅎㅎ 문득 또 한번 보고 싶네요.
박군 
wrote at 2009/01/31 11:35
블로그 변신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귀차니즘 때문이지...^^;

여튼 좋은 전시 알려줘서 땡큐. 놓쳤으면 아쉬웠을 듯.
아침 일찍 사람 없을 때 가면 좋겠다 싶더라.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살짝 놀랬음..거기다 다들 사진찍으러 온게 목적인 듯 보였지.
나도 그 빨간 선 많이 찍었음.
큰 홀이 참 멋있던데 사진이 영 안나와서 아쉽.
빽군 
wrote at 2009/03/16 16:22
문득 생각이 나 오랜만에 들렀습니다만,
전시 공간이 아주 빤타스틱합니다요.
어찌 지내시는지~~~
박군 
wrote at 2009/03/24 01:31
진짜로 오랜만이네용..잘 지내셨나요
저는 늘 잡초처럼 잘 지내고 있답니다 크크^^
자주 들러주세요 (라고 하면서 업데이트는 늘 띄엄 띄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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