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리는 영화제에서 [무시시 -원작 [충사]]를 한다길래 주말에 기분전환이나 할 겸 남산을 올랐다. 전에 도쿄여행에서 [무시시]의 전시회를 봤던 것도 있고 오다기리 죠 주연 영화임에도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좀 불쌍하고 개인적으로 원작을 좋아했기에 좋은 기회다 싶어 보러갔다. 주위의 악평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느릿하면서 조용한 전개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완성도있게 잘 만들어진 느낌이었고 나쁘지 않았다. 엥? 이렇게 끝나? 라는 기분의 엔딩이 좀 이해안되긴 했지만...
찬바람이 콧속으로 들어오는 날이면 산에 오르고 싶어지는데 때마침 남산의 산책로는 그런 기분에 맞춰 걷기 딱 좋은 길이었다. 애니메이션센터 앞길로 조금만 오르면 산책로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날씨가 이미 많이 차가워져 대부분의 단풍은 지고 낙엽이 뒹굴고 있긴 했지만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엔 부족하지 않았다. 날씨도 좋았기에 카메라 하나 목에 걸고(걸기엔 좀 무겁지만) [Once]의 OST를 들으며 슬렁 슬렁 길을 걸었다.


뛰어가는 할아버지 가족단위로 산책을 나온 사람들 나처럼 혼자 걸어가는 여성도 있고 쌀쌀한 날씨 탓인지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호젓한 기분을 느끼기엔 더할나위없이 좋았다. 볕이 좋은 곳은 이제 단풍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있어 명암의 차에 의해 길의 색이 달라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길을 걸으면서 음악을 듣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런 곳을 걸을때는 정말 BGM 하나로 기분이 전혀 달라진다. [Once]의 곡들은 이런 날씨의 이런 길을 걷는데 정말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길 가로 밀려나서 모여있는 낙엽을 일부러 밟아가며 끝없이 이어져있는 것 같은 남산길을 천천히 걷고 또 걸었다.




역시 사람은 가끔은 이렇게 시원한 공기를 마셔가며 광합성을 해줘야 하는거다. 다음 한주는 가을 남산을 걸은 이 기분으로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Yashica Electoro 35 GTN / Fuji Superia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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