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들여 구입해서 푸딩만드는 데 밖에 활용을 못하고 있던 전기오븐으로 군고구마에 도전했다.
오븐이라는 것이 안쪽에 3단의 칸이 있어 조리법에 따라 칸의 위치를 달리하거나
컨백션 기능이라는 걸 선택해서 골고루 열을 전달해서 조리해야 하는 음식이 있거나 하는 등
레시피에 따라 온도 설정과 시간이 미묘하게 다른데
어디에도 군고구마에 대한 이런 자세한 설정이 없었던 고로
230도에서 30분 이라는 것만 어딘가 블로그에서 적어 와서는 나머지는 나름대로의 감(?)으로 설정해서
구워 보았다.
어떤 사람은 호일을 싸서 굽는게 촉촉하고 맛있다고 하고
어디에선 안싸고 구워야 제대로 된 군고구마 맛이 난다고 하고 의견이 산과 바다로 가고 있었기에
2개는 싸고 2개는 그냥 굽는 걸로 결론을 봤다.
일단 230도 에서 30분으로 설정하고 중간 단에 호일을 깔고 구웠다. 추운 겨울밤 지하철 역을 나오면 군고구마 리어커에서 은은하게 풍기던 바로 그 냄새가 오븐에서 풍기기 시작. 30분후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다.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쇠젓가락으로 푹! 가장 통통한 고구마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찔러 보았다. '생각대로 스윽!' 들어가는게 아니라 살짝 덜익은 느낌이 드는 걸. 결국 고구마를 반대쪽으로 뒤집어 15분을 더 굽기로 했다.
잔열로 뜨끈 거리는 오븐을 열자 호일로 싸지 않은 쪽은 물기가 쪽 빠져 살짝 홀쭉해진 겉 껍질로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누워있다. 껍질을 벗기자 내가 상상했던 바로 그 샛 노란색이 구수한 100% 군고구마표 향을 달고 눈앞에 나타났다. 그래 바로 이거야!
크헉! 호박고구마님..
이제껏 이상한 조리방법으로 설탕보다 달콤하고 바나나보다 아름다운 그 노란색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를 드리지 못해 참으로 죄송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앞으로는 자주 군고구마로 모실테니 그 자태 한껏 뽐내 주시길 바랍니다.
그렇다! 호박고구마는..군고구마로 거듭나기 위해 살아 온 농작물이었던 것이다.
호일로 싼 쪽은 맛과 색은 쪘을 때 보다는 업그레이드 되긴 했으나 군고구마의 느낌은 별로나지 않는다. 촉촉한 맛을 좋아한다면 호일로 싸는 것도 추천이나 군고구마 본연의 맛을 즐기려면 호일을 싸지 않고 굽는 쪽이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정보 전해준 rx78양, 거듭 땡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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