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24 다카야마 이틀 째

어제 일기도 쓰지 못하고 그냥 잠들어 버린탓에 오늘은 좀 일찍 일어나 일기를 쓰기로 하고 새벽에 눈을 떴다. 아무도 없는 로비에 불을 켜고 테이블에 앉아 잠을 깰 꼄 차 하나를 뽑아 들고 밀린 일기와 영수증 정리를 하고 있으려니 한 두시간이 금방 간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고 아침 산책 겸 동네를 돌아보기로 하고 유스호스텔을 나섰다. 근처에 유명한 절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라 산책로가 잘 마련되어 있었고 코스대로만 돌아도 절들을 하나 하나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오른쪽과 왼쪽 두가지 길이 있었는데 아침식사 시간도 가까워 오고 해서 일단은 왼쪽 길만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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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절 건물을 그대로 유스호스텔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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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절이 많아 절을 돌아 보는 산책로가 잘 마련되어 있었다. 아침 공기를 마시며 개를 산책시키는 아주머니의 아침인사에 답해가며 슬렁 슬렁 돌다보니 벌써 아침식사 시간이 다되어 가고 있었다.

서둘러 산책에서 돌아오니 1층 식당에 아침상이 차려져 있었다. 몇가지 츠케모노와 된장국이 전부인 소박한 아침상이었지만 맛있게 먹었다. 우리팀외에 한 명의 외국인이 있어서 이런 저런 말을 걸어봤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녀석이라 말이 적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말을 걸어주니 캐나다에서 왔으며 한국에도 가본적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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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야마 유스호스텔의 소박한 아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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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한 쪽 구석에 장식된 고양이 인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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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식당 풍경


식사 후 친구들과 아까 돌지 못한 반대 쪽 산책로를 돌아 봤다. 산책에서 돌아와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했다. 그저 스님에게 인사하고 나오는 것 밖에 없었지만. 역까지 다시 걸어 돌아와서 로커에 짐을 맡기고 버스 시간까지 시내를 돌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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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야마가 있는 히다지방은 소고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우유도 맛있지 않을까 해서 먹어본 히다우유. 병에 든 우유가 옛날 생각이 나게 한다.


시내를 돌다가 발견한 예쁜 가게가 있어서 기웃 거렸더니 가게 이미지와 너무나 잘어울려 보이는 나풀 거리는 원피스를 입은 아주머니가 가게쪽으로 결어 오시며 가게 구경하고 싶냐고 문을 열어 주신다. 톨페인트와 퀼트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였는데 가게안은 정말 화려한 장식품으로 가득했다. 가게 한 쪽은 직접 작업을 하는 공방이 있고 나머지는 작업한 것들을 팔고 있었다. 톨페인트라고 하지만 서양풍이 아니라 일본의 전통무늬 등을 이용해서 만든 공예품이 대부분이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한국의 보자기에 관심이 많다고 이야기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니 한국의 수직공예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분이었고 한국 역사에 대해서도 놀랄 정도로 많이 알고 있었다. 외국에 알려진 것에 비해 한국의 보자기가 그다지 국내에선 대중성이 없다고 이야기 하자 많이 아쉬워 했다. 일본도 다르지 않다면서 젊은 세대가 전통적인 것에 관심을 잃어 가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자신도 톨페인트나 퀼트 같은 서양의 것을 다루고 있지만 가능하면 일본적인 것을 주제로 만들어 가려고 한다며 이야기 했다. 뭔가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과 만난 듯한 인상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길게 하다 보니 한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친구들은 예쁜 무늬가 들어간 나무로 된 보석함을 몇개 구입했다. 상자에 그려진 무늬의 의미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서 좋은 만남을 가진 것을 감사하며 가게를 나왔다.

점심 시간이 다가와 다카야마 라멘을 먹고 싶다는 파와 히다규를 먹어보고 싶다는 파로 나뉘어 각자 먹고싶은 곳으로 뭉쳐 가기로 했다. 나를 포함해 고기를 좋아하는 3명은 다카야마에서 가장 유명한 히다규 전문 식당으로 찾아 갔다. 런치타임으로 그나마 싼 가격에 히다규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 조금만 늦어도 줄을 서야 하는 곳인데 11시 땡 하고 찾아갔더니 줄을 서지 않고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육질 사이 사이 마블링된 기름을 보니 침이 절로 흐른다. 점심메뉴라고 해도 그리 싼 가격은 아니지만 어제 먹은 호주산 스테이크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 가장 유명한 큐브형태로 잘려 나오는 소고기 구이 세트를 시켰다.

겉을 살짝 익혀 미디움 레어 정도로 구워 입안에 넣었다. 씹기도 전에 녹아내리듯 부드러운 육질, 지방이 적당히 섞여 스며나오는 육즙이 참을 수 없이 맛있었다. 접시에 놓인 6개의 고기 덩어리가 하나 하나 없어지는 것이 아쉬울따름이다. 셋은 눈물을 삼켜가며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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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시킨 히다규 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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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앞 전경. 커다란 히다소의 동상이 서있다.


기념으로 가게 앞 히다소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배불러 기분 좋은 상태로 시내 구경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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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야마 시내에 있는 돌다리의 유명한 조형물. 한 사람은 팔이 길고 한사람은 다리가 긴 모습의 기묘한 동상이다.


다카야마 할머니들이 손수 만든 수공예 품을 파는 거리로 가봤다. 다카야마에선 할머니가 손주에게 건강을 기원하며 인형을 만들어 주는 풍습이 있는데 그 유래로 만들어진 인형이 사루보보 라는 인형이다. 언뜻 보기에 눈, 코, 입이 없어서 무섭게도 보이지만 손주 사랑이 묻어나는 좋은 의미의 인형이라고 생각하면 땡글 땡글한 몸통이 귀엽기만 하다. 다른 가게에선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팔지만 이 거리의 할머니들이 파는 사루보보 인형은 손수 바느질을 한 한땀 한땀이 보여 약간은 어설프지만 손맛이 느껴지는 것들이어서 맘에 들었다. 가게에 앉아 계시면 물건을 사려고 부르기도 미안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하신 연세가 드신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라 물건을 사려면 본인이 직접 움직여서 물건을 집거나 해야 한다. 게다가 사투리가 엄청 심해서 어설픈 일어 실력에 그분들의 말의 반 이상은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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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게 한군데를 들렀다. 정원부터 손수 만든 사루보보 인형이 장식된 예쁜 가게였다. 둘러본 가게 중 가장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가 앉아계셨다. 같이간 친구가 전에도 한 번 와본적이 있다며 기억하시겠냐고 물어보자. 미안해라며 다카야마사투리로 이야기 하신다. 밖에 내 놓은 가방을 사고 싶어서 가격을 물어 봤다. 세일 중인 것 같긴 한데 긴가 민가 해서 물어봤더니 할머니가 30% 세일하는 물건이라고 한다. 세일 해서 얼마인가 물어보니 갑자기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으시며 거동이 불편한 몸을 힘들게 일으키시더니 가게 한 쪽으로 걸어가서 뭔가를 가져 왔다. 전자계산기였다. 우리한테 주시더니 거기 써있는 가격에 30%를 뺀 가격이라며 계산 해보라고 하신다. 천 몇십엔 정도 나오는 가격이었다. 그러더니 나머지의 몇십엔은 깍아 주신다고 했다. 친구 말로는 저번에 왔을때도 깍아 주셨다고 한다. 할머니들만의 가게에서만 있을 수 있는 정겨운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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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가게를 나서서 우리가 간 곳은 또다시 다이후쿠 전문점. 그 부드러운 맛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여러가지 종류로 다 사보았다. 그래도 역시 딸기와 크림이 든 다이후쿠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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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치고다이후쿠 (딸기) 부드러운 크림과 딸기의 맛이 최고.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크림이라는 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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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터드 크림이 들어있는 딸기 다이후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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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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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쵸코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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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밤. 그냥 보통의 평범한 맛.


어제 길을 지나다가 본 그림책 전문 가게를 찾아갔다. 그림책 보다는 그림책의 주인공으로 만든 캐릭터 상품 위주의 가게였다. 다카야마의 전래동화 그림책이 있어 한 권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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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사루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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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해서 찍어 본 검은 색 간판의 패밀리 마트. 다카야마 동네 분위기에 맞춘 것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 인사동 스타벅스 같은 건가? 안에 들어가 보니 별다른 건 없더라.



그리고 돌아가는 길 히다규니기리스시 집에 또 다시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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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봐도 탐스러운 이 소고기의 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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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에서 구워 파는 커다란 센베.


돌아갈 시간도 가까워 오고 해서 터미널 근처의 분위기 좋은 찻집으로 들어가서 조금 쉬기로 했다. 모던한 느낌의 실내에서 일본차를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런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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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떡을 즐길 수 있는 세트로 시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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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시킨 벚꽃차. 뭔가 하면 소금물에 절인 찻잎의 맛이다. 차가 짜다. -_-;


버스 시간이 다되어서 로커에서 짐을 꺼냈다. 편의점에서 버스안에서 먹을 저녁거리를 대강 산 다음 차에 올랐다. 하루의 피곤이 몰려와서 인지 저녁으로 산 고로케 때문에 속이 좋지 않다. 3시간 정도를 달려 나고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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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로 돌아가는 길에 들린 고속버스 휴게소. 우리나라 휴게소와 별 다를 바가 없다.



나고야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테바사키(닭날개튀김)로 유명한 야마짱이라는 이자카야에 가보기로 했다. 지도를 들고 나오지 않은 탓에 길가는 사람에게 물어 물어 갔더니 가까운 곳을 두고 두 블럭이나 떨어진 곳으로 찾아가게 되었다. 일단 유명하다는 테바사키를 시키고 이런 저런 메뉴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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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로 시킨 호박 고로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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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과 간 같은게 나고야 된장으로 버무려져 있었다. 뭔 요린지 잘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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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테바사키로 유명한 이자카야 야마짱.


돌아 오는 길에 전에 블로그에서 본 적 있는 유명한 교자집을 발견했다. 점장이 나와 주문을 받아주고 가게 앞에서 사진도 찍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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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렇게 나고야에서의 하루가 지나간다..


Ricoh GX-100 / Lomo LC-A / Fujifilm Autoauto 200
2007/12/29 15:52 2007/12/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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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 
wrote at 2008/01/06 00:36
침 질질 흘리면서 봤어요 언니 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전에 히다 간 적 있는데 일 때문에 금방 돌아오느라 고기도 못 먹고 ㅠㅠㅠㅠ
아, 사루보보 보다 생각났는데 친구랑 이거 이야기 하다가
[그거 있잖아, 보보사루] 라고 해서 비웃음 당한 적이 있습니다;;;
새로운 원숭이 종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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